지알러 여러분, 안녕하세요. 후루꾸로 버벌 630받고 GRE졸업한 공대생입니다.
짧은 기간에 버벌 점수를 내야하는 분들에게 혹시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여 수기를 적습니다. 메세지는 간단해요. "한지만 봐서 700넘었어요" 류의 비법이 의외로 진리의 말씀이라는 겁니다ㅋ 여기 진리를 믿지못하고 방황했던 불쌍한 영혼의 한달반에 걸친 삽질기행이 있으니,모쪼록 반면교사로 삼아 대박치시기를 바랍니다.
0. 간단한 설명
이 수기는 버벌공부내용만 담고있습니다. 라이팅은 간신히 박을 면한 수준이라 쓰기 부끄럽고, 매스는 이공계라 딱히 쓸 말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공부 시작전의 제 영어수준부터 설명드리면 단어는 우선순위영단어 + 공대 전공서적 수준이고, 문법은 성문 기초수준입니다.
공부는 한달은 학원에 출석만했고, 다음 한달은 스터디만 했습니다. 주 6일 스터디하고 하루씩 쉬었는데, 저는 쉬는날 스타2 베타를 해서 엔딩을 두번 봤군요[...] 공부 순서는 중국10회 -> 빅북 -> 파워프렙 -> 거만경+3년기출 순으로 했습니다. 절대로 좋은 순서는 아닙니다. 반대가 좋습니다.
시험은 9/2 카야바초에서 봤고, 시험점수는 630/800/3.0입니다. 후기는 전혀 못탔는데, 이날 후기 타신 분이 거의 없을겁니다;;
마지막으로 이 수기에 등장하는 "거만경"이란 단어는 제가 속한 스터디에서 존경심을 담아 거만어를 부르는 호칭입니다.
1. 자세한 이야기
저는 7월 초에 공부를 시작하여 9월 2일에 시험을 쳤습니다. 7월 초부터 학원을 다녔지만, 사정상 출석도 제대로 못한터라 한달 반쯤 공부했다고 볼수있습니다. 이 두달의 시간을 크게 네 기간으로 나눌수있습니다.
7월초- 7월중순 : 탐색전
7월에는 해*스 버벌 기초(송*욱 선생님)를 들었는데 사정이 있어 7월 25일 까지는 학원출석만으로 만족해야했습니다.
점수향상은 없었지만 거만경을 얻은(!) 중요한 시기입니다ㅋ
7/26-8월 첫주 : 거만경과 함께한 행복한 시간
본격적인 공부는 7월 26일부터 공대다니는 바보 셋이 스터디를 조직하면서 시작했습니다. 스터디 첫주에는 하루에 거만경 표제어를 400개씩 외우고 중국기출을 2회씩 풀었습니다. 표제어 1회독이 끝난 후에는 800단어씩 외워서 시험보고 중국기출은 3회씩 풀었습니다. 이 기간에는 점수가 꾸준히 올랐습니다. 첫날에는 중국기출을 10개쯤 맞췃는데, 마지막에는 10개쯤 틀리는 수준으로 발전했지요. 이 모든것이 지존하신 거만경의 공덕인데, 무지한 바보셋은 중국기출을 찬미하며 문제를 더 풀기로 마음먹습니다.
8월 둘쟤, 셋째주 : fiasco
거만경은 버렸습니다.하루에 빅북 안토8셋, 아날8셋, 센컴6셋씩 풀고 한지를 하루에 40페이지씩 봤습니다. 잘못된 선택이지요. 한 우물을 파야 물이 나오는 법인데....
빅북을 절반쯤 풀어갈 무렵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습니다. 공부하는 시간은 엄청나게 많은데 점수가 오르지 않더라는 거지요. 바보 셋이 새벽2시에 탐&탐스에서 머리릇 맛대고 야식을 먹으며 고민하다가 너무 열심히 풀고 읽은 나머지 배운걸 정리할 에너지가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앞날을 도모하면서 후기를 다시봤는데 90%는 거만경에 실려있음 또한 알았습니다. 저희 스터디에서 거만어가 "거만경"으로 격상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바보들은 빨리 거만경의 품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남은 빅북과 (덤으로 파워프렙기출도) 광속으로 풀어없앴습니다.
8/23 - 9/1 : 다시 오신 거만경
빅북,중국기출,한지를 모두 잊고 거만경을 다시 보았습니다. 3시간씩 각자 거만경을 독경하고 같이 문제출제기로 안토/아날 50문제씩 풀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짓을 아침에 모여서 집에 갈때까지 반복했습니다. (중간에 라이팅,매스공부도 섞어가며) 저는 엑셀에 단어를 불러와서 아는 단어를 지우다가 남은 단어가 50개 이하가 되면 리셋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마지막까지 못외운 50개는 표시를 했다가 나중에는 표시가 중첩된 것을 모아 플래쉬카드에 적어 외웠습니다.
8/28까지는 오른쪽 후기를 따로 외우지 않고 문제를 통해 만나는 것만 보았습니다. 이때는 시험볼 때마다 틀리는 양이 현격히 줄면서 푸는 시간도 쑥쑥 빨라지더군요. 거만경에 담긴 오묘한 진리에 마음이 한결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8/28부터는 문제풀기를 그만두고 거만경 표제어/후기를 정독하였습니다. 오하이오님이 올리셨던 한달치 후기를 잠깐 보았지만, 마음이 산만해 지는듯하여 거만경만 팠습니다. 시험때까지 표제어 3번, 후기 4번 정독하고 파워프렙으로 모의테스트 한번 풀고, 시험에 들어갔습니다.
9/2: 운명의 날
시험날 아침이 되어서 무엇을 가지고 있나 생각해보니 딱 두가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거만경 표제어고, 다른 하나는 문제를 많이 풀어서 생긴 문제풀이 속도. 안토 아날을 빛의 속도로 풀면서 센컴/리딩을 느긋하게 풀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만경의 적중률과 비슷한 정도의 점수가 나왔습니다.
2. 돌아보다
돌아보면 시험에 최적화된 공부를 하지는 못한것 같습니다. 단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문제풀이부터 들어가서 답맞추고 정리하는데 엄청난 시간이 들었어요. 근성으로 매일매일의 할당량을 해치우긴 했지만 덕분에 체력이 고갈되어 시험친 다음다음날 놀다가 병이 났습니다 시험이 2,3일만 늦게있었으면 시험 전날 병나서 망하는 시나리오로 흘러가는 거지요. 상상만 해도 입안이 바싹 마르고 식은땀이 납니다ㅎㅎ
한달 두달정도에 공부를 할 경우, GRE안토/아날 공부의 목표는 "80%정도를 맞추되, 가능한 빠르게 푸는 상태"에 이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딩/센컴을 공부할 시간이 없으니 여유있게 풀수 있게 시간이나마 확보해야하니까요. 어느 단어장이든, 표제어를 다 외우면 얼추 80%가량 맞추는 상태에 도달합니다. (푸는 속도는 느리겠지만) 문제를 풀어서 풀이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은 그 다음 스텝입니다. 단어 모르면 많이 풀어도 푸는 속도가 별로 빨라지지 않습니다.
학원의 커리큘럼이 이 단계를 문장력까지 포함하여 3-4달에 걸쳐서 달성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기본반에서 어휘력과 문장력의 기초를 확실히 잡고, 실전반에서 문제푸는 속도를 끌어올리는거죠. 한달만에 점수를 내야 한다면 여기서 센컴을 뺴고 한달과정으로 압축시키면 됩니다. 단, 순서를 바꿔서 압축하면 안된다는 겁니다.
3. 마치면서
한달은, GRE를 제대로 공부하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입니다. 한달만에 거만어 표제어 십여번, 후기 네번을 보고, 안토/아날 각각 약1200문제, 센컴약 500문제를 풀고 정리하는건... 이건 할짓이 아닙니다. 버벌만 하는것도 아니고. 더 나쁜 것은 시험친다음에 빛의 속도로 지식이 증발한다는 것이죠. GRE내용은 미국 대학원생에게 필요한 교양영어가 아닌가 합니다.. 각분야의 논문을 쓰는데 필요한 형용사,동사들을 모은 것이 GRE단어이고, 논문쓰는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 Issue, 논문 읽는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 Argue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런 좋은 교양지식을 힘들게 공부해서 다시 잊어버리다니... 눈물나는 일입니다.
시간이 있다면 라이팅부터 준비를 시작해서 느긋하게 3-6개월 라이팅 실력을 키운 뒤에 2달정도 집중적으로 버벌점수 끌어올려서 시험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만약에 한달만에 점수를 올려야 한다면 스터디를 동해 압축적으로 공부하시되, 급하다고 (저처럼) 문제부터 풀지 말고 표제어부터 단단하게 공부하시기를 당부합니다.
May the hoogi be with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