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자극을 받는 방식이 조금은 다르겠죠?
전 채찍보다는 당근으로 움직이는 사람이었어요.
다들 그러시겠지만 저 또한 한국에선 어느 정도 잘한다고 인정을 받는 편이었기에
석사를 하는 동안은 (물론 석사와 박사가 천지 차이라는 것도 이제서야 뼈저리게 느낍니다)
빈말일지라도 대체로 늘 칭찬을 받으며 동료들 사이에 일종의 모델이 되는 케이스였고
동기들, 후배들이 "에이 넌 그래도 잘하면서 뭘" 하는 그런 말들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우쭐대거나 의기양양하진 않았어요.
제 실력이 과대평가되는 측면이 있음을 스스로 잘 알았기에
칭찬을 들으면 들을수록 오히려 더 민망해하며 스스로 열심히 갈고 닦고자 했습니다.
근데 유학을 온 이후 칭찬은 커녕 저에 대한 기대감이란게 전혀 없는 상황 속에
때로는 없는 사람 취급을 받다보니 스스로 즐겁게 움직일 동력을 점점 잃어갑니다.
서양애들처럼 반짝반짝하는 비판력도 없고 깊이 있는 인문학적 소양도 없고
때로는 모르면서 아는척 하는 뻔뻔함이라도 있다면 좀 나을텐데 그것조차 없네요.
제 실력이 국제적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냉정한 현실도 깨달았고
리딩을 열심히 해가도 수업시간에 임팩트 있는 멘트 하나 던지질 못하니
리딩을 하는 의욕도 안생기고 연구도 재미가 없어요.
오늘은 동료들 사이에서 인포멀하게 제 연구 진행상황을 설명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래봐야 교수 한명에 박사생 5명뿐이었는데도 긴장한 탓에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져서 횡설수설 했더니
어째 제 발표 후에 분위기가 좀 싸해진 느낌이 들더니 그동안 알고 지내던 이들이 저를 보는 시선이 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여태까지 쿨해보이려고 뭐라도 있는 척 코스프레 하고 다녔거든요.ㅋㅋ
1년차라 그렇다고 위안 삼고 싶지만 저보다 영어 못하는 유럽, 중동 학생들은 저보다 훨 낫네요.
이젠 그냥 이런 제가 안쓰럽고 어이 없어서 허탈한 웃음밖에 안나와요.
지금 한국에서 교수 자리에 있는 분들도 다 이런 과정을 거쳤겠죠?
근데 왜 유독 나만 이렇게 바보 같고 한없이 초라하게만 느껴지는지...
저희 프로그램엔 아시아인도 저밖에 없어서 공감해줄 사람도 없네요..
열심히 하는 것밖에 별 도리가 없다는걸 알기에 그냥 푸념해 봤습니다.
우리 모두 힘내요 여러분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