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은 다음이 있습니다. 선택은 본인이 하시는거고, 책임도 본인이 지셔야할테니, 잘 생각해 보시고 결정하시길 바래요.
1. #라는 논문을 포기하고 지도교수님을 바꾼다.
본인이 그 주제도 싫고, 교수님도 별로고, 다 싫다고 하니.. 그 싫은거 억지로 2-3년 더 끌어 안고 있지 말고 버리세요. 졸업하고 직장을 어디로 잡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논문을 바탕으로 연관있는 직장으로 가게 될 확률이 더 높은데.. 하기 싫은걸 앞으로 5년 10년을 더 할수는 없을거 같거든요. 무엇보다 본인한테 제일 손해입니다. 스트레스가 심해져서 성격 파탄될수도 있고요.
지나간 2-3년이 아깝겠지만, 앞으로 살아야 할 5-10년이 더 끔찍하지 않겠어요?
또 님한테 논문주제를 제안한 교수님은 열정적으로 좋아하시는데, 교수님한테도 손해입니다.
물론, 논문을 포기하고 교수님을 바꾸려면 그 방법이 아-주 섬세하게 조심스러워야 할겁니다. 하지만, 싫은걸 계속 하지 않으시는게 남은 기간과 미래를 생각할때 가장 좋은 결론입니다.
2. #라는 논문을 대충 끝내고 졸업한다.
이게 방법론개발하는거라 대충 끝낸다고 끝나지진 않겠지만.. 하는데 까지 하고, 나머지는 Research for future와 limitation으로 남겨놓는 방법이 있을것 같네요. 물론, 직장은 이런걸 하지 않는 곳으로 가셔야 겠죠. 교수님이 원하는 만큼 결과를 내지 못한걸테니 약간의 불편함은 견뎌야 할지도..ㅠㅠ
3. 교내에서 발표를 하고 피드백을 받는다.
친구들과 비교해서 정체된듯한 점이 discourage 되는거라면, 교수님하고 이런 점이 힘들다고 이야기 해보세요. 물론, 그런 심적인 부분을 이해해 주는 교수님이라야.. 대안도 마련해주고 encourage를 시켜주시려고 노력을 하실테지만.. 그런 분이 아니면..ㅠㅠ
제가 볼땐, 교수님이 님에게 더 좋은 프로젝트를 던져주셨어요. 남이 해 놓은거 변수만 바꿔서 하는건- 그 변수가 뭐냐에 따라서 의미있는 finding이 될것인가 contribution이 있는것인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신 남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고, 남들에게 쉽게 dominate당할 수 있는거라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피튀기는 경쟁을 해야겠죠.
하지만 methodology 개발 자체는 rare하고 힘든거라서, 한번 그 문턱을 넘어가기 힘들지만, 해 놓으면 unique 해서 남들이 쉽게 dominate할 수 있는게 아니거든요.
그 개발 자체가 님한테 너무 버겁고 싫고 답답한건데, 그렇게 안맞는거라면 안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대부분 그런거 하시는 분들은 그 과정 자체를 좋아하거나, 그걸 찾아냈을때의 만족감이 좋아서 계속 하시는거라서.. 그런식의 사고를 싫어하는 사람은 그 "문턱"을 넘기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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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계열 석박통합 과정 진행중인 3년차 학생입니다.연구 주제 때문에 최근 고민이 많아서... 연구생활 자체가 싫어지네요.
지금 저희 랩에는 저와, 저와 같은 학년인 다른 친구 한 명이 있어요. 처음 프로그램 시작했을 때 교수님이 저희 둘에게 임의로 일할 프로젝트를 지정해 주셨는데 처음에는 둘 다 큰 생각 없이 진행을 했는데, 1년 이상 지난 지금에 와서야 제 눈에 차이가 보이네요...
제 친구 프로젝트는 이미 개발되고 검증된 methodology를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연구에요. 이를테면 '더하기'라는 방법을 알고, 기존에 1+1 = 2, 3+4 = 7... 등의 연구 결과들이 있는데, 이 친구는 지금 2+3 = ? 이라는 질문에 대답을 찾는 연구에요.
반면 제 프로젝트는 새로운 methodology를 개발하려는 목적으로 진행되는 거여서, 이 새로운 방법으로 얻은 실험 결과를 기존 방법으로 얻은 결과와 대조하여 새로운 방법을 검증하도록 설계된 프로젝트에요. 기존의 '더하기'와는 다른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이를테면 제가 #라는 연산을 개발하여, '더하기'로 검증된 1+1 = 2, 3+4 = 7... 을 1#1 = 2, 3#4 = 7, ...임을 보여야 하는 거죠. 이 #이라는 연산만 먹혔으면 정말 간단히 끝났을 프로젝트인데, 이 방법에 inherent한 문제가 있는 듯해요 ㅠㅠ (이론적으로는 성립하는 방법이지만 실제로 적용하면서 자연적으로 생기는 error, noise 등의 문제점들이에요). 1#1 = 3, 3#4 = 10 이런 결과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할 수 있나... 계속해서 다른 방법들을 통해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는데, 너무 지쳐요. #이라는 방법이 이론적으로 아무리 완벽해도 실제 상황에서 적용되지 못할 문제점들이 있는 건지, #이란 방법을 사용하는 게 가능하기는 한 건지...
친구는 저랑 똑같이 시작했는데 티칭 경험 쌓겠다고 TA도 저보다 몇 학기 더 해서 랩에서 보낸 시간도 저보다 적은데 벌써 실험 결과 가지고 석사 디펜스 하네요. 이 친구 연구 결과가 2+3 = 4, 5, 6, 무엇이건간에 publish 되면 다른 연구자들이 또 다른 결과를 내면서 과학적으로 옳은지 아닌지 언젠가는 결정이 되겠죠. 반면 저는 1#1 = 3이면 #의 당위성 자체를 증명할 수가 없고요, 굳이 #이란 방법을 사용해 분명히 틀린 결과를 내놓는 게 학문적/과학적으로 무슨 도움이 되는지.... 처음에는 분명 #이 + 보다 좋은 점이 있기 때문에 #을 사용할 수 있을까 검증하려 시작한 연구였죠. 지금은 왜 # 가지고 제가 몇 년을 씨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제 연구자로서의 자세가 틀린 건지도 몰라요. 다들 +로 연구할 때 #을 시도해 본 사람들이 있었기에 과학이, 제 연구 분야가 이만큼 진보한 거겠죠. 하지만 저랑 같이 입학한 친구들 다 2학년 말에 석사 디펜스 하고 conference 참여하고 하는데... 저 혼자 아무것도 하는 게 없어요. 학생 비자 기간은 제한적이고, 졸업은 제 시간에 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이랑 씨름하고 있어야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도교수님은 #에 대해 굉장히 열정적이에요. 본인이 #에 관련된 분야에서는 굉장히 많은 일을 하셨기 때문에 #에 집착한다 싶을 정도로 지침없이 #을 개선할 방법을 찾아가십니다. 본받을 자세겠죠. 그런데 저는 지쳐요. #만 생각하면 지긋지긋해요. #도 싫고, #에 열중하는 교수도 싫고, 그냥 연구 자체가 다 싫어집니다.
주변에 이런 얘기 편하게 할 사람도 없고 해서 그냥 여기에 넋두리처럼 적어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