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릇파릇한 대학생 시절, 10년 이상 강의노트 한번 안바꾸고 연구도 안하면서 휴강은 자주하던 몇몇 교수들을 보며 처음 교수라는 직업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고 어렴풋이 그 직업을 동경하게 되었다...내가 교수가 된다면 학생들과 더욱 가깝게 지내며 훨씬 도움이 되는 강의를 해줄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을 품고.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하여 남들과 다를바 없는 평범한 일상, 평범한 인생을 살면서도 맘 한구석엔 오래전 꿈꿨었던 교수의 일상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었다.
처음이었으리라...어린시절부터 부모님 말씀 잘듣고 별 사고도 안치며 부모님의 조언에 따라 평탄한 길만을 걸어오던 내가 모든걸 버리고 미국으로 가겠다고 나홀로 결정을 내린것이...
석사/박사/포닥/티칭 프로페서...거진 10년 가까이를 미국에 있으며 단 한번도 맘 편한적이 없었던거 같다.
항상 외국인/외부인으로서 불안정한 신분과 함께 내가 걷고 있는 이길이 벼랑 끝으로 인도하는 길인지 조차 알수 없는 먹먹한 가슴을 안고 한번쯤은 부모님에게 서운한 감정이 들었던거 같기도 하다.
어린 시절처럼 왜 때려서라도 말리지 않으셨냐고...왜 내가 떠난다고 했을때 그냥 묵묵히 내 결정에 동의를 하셨었냐고...
올해가 마지막이다...올해로 끝나는 오피티...이미 연장된 오피티, 더이상 연장할 수도 없다.
이제 몇개월 후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짐을 싸야 한다.
10년을 살았지만 가져갈 짐은 없다...항상 벼랑끝에서 살아왔기에 언제라도 떠날수 있도록 짐을 늘리지 않았다.
짐정리를 위해 나의 작은 방을 대충 둘러본다.
큰 여행가방 두개에 캐리어 하나, 백팩하나면 될듯하다.
부모님에게 뭐라고 해야 될까...항상 마음 한켠에 부모님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었다...그래서 왔다.
부모님에게 뭐하고 해야 될까...항상 내편인건 알고있지만 그냥 죄송하다...
이런 나의 생각들이 부끄러워 지도록 부모님은 나를 환영해 주실 것이다...내가 뭐가 되든, 실패자가 되든 당신들은 나를 안고 보듬어 주실 것이다...
정말로 힘들었다...10년의 타지 생활...10년전의 내모습 처럼 가방 두개 안고 이곳을 떠난다.
어제 연락이 왔다...테뉴어트랙 조교수 오퍼...
하아...정말로 길고 길었던 고된 시간들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