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 남편따라 온지 1년쯤 됐는데요. 남편은 공부하고. 저는 심심하기도 하고 또 돈이 필요하기도 해서, 잡일거리해서 생활비 대고 있어요.
한국에서 일 잘하고 있다가, 남편이 갑자기 공부가 더 하고 싶다고 그래서 군말없이,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했어요. 전 한국에서 직장 계속 다니면서 남편 학비랑 생활비 보조나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시댁에서 신혼에 떨어져 살면 안 좋다고.... 남편도 저도 젊어서 바람필 확률도 있고, 떨어졌다가 붙으면 단점도 많아 보이고 불편해져서, 절대 안된다고 하셔서. 울며 겨자먹기로 직장을 그만두게 됐어요. 시댁에서 너도 가서 공부하면 무슨걱정이냐고. 오히려 더 취직이 잘 될거라고 그러시더라구요. 사표를 내면서도, 이거 잘하는 걸까... 싶었어요. 솔직히, 여자가 나이 30넘어서 직장 그만두면, 35에 돌아와서 무슨 직장을 잡을 수 있겠어요? 물론, 능력있으신 분들은 좋으시겠지만, 저같이 평범한 여자는. 쉽지 않잖아요. 더군다나, 학비는 하늘에서 떨어진답니까.
암튼, 공부같이 하자고 남편따라 왔는데, 남편 TA, RA하는 돈은 학비로 다 나가고, 남편 용돈이랑, 렌트비보조 정도나오네요. 모아놓은 돈도 5년 쓰고나면 바닥날거 같고해서, 제가 공부하면서 잡일이라도 해보겠다고, 아르바이트거리 일주일에 3일씩 서빙일을 하고 있어요. 비록 얼마 안되지만, 하루종일 3일하니까 생활비도 나오고 렌트비도 나오더라구요. 몸이 좀 힘들긴 했지만, 안그래도 지루했는데 심심하지도 않고, 사람들도 만나고, 돈도 벌고 해서 나름 잘 생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임신이라네요.
남편은 좋아하는데, 전 글쎄요.. 그다지 기쁘지 많은 않네요. 조심을 했었어야 했는데, 후회해봐짜 늦었구. 아기는 당연히 낳을거구요. 근데 이대로 가정주부로 엉덩이 붙히는 거 아닌가 싶어서 걱정이에요. 가정주부님들을 비하하는 발언은 절대 아닙니다. 제 형편상 남자가 공부한다고 직장을 그만두면 전 일을 해야되거든요. 제가 이대로 살림에 전념하면.. 눈앞이 까매지는데. 이대로 얘 낳고, 애 키운다고 남편 공부 끝날때까지 집에 있으면, 그대로 끝아닌가요? 다행히 공부를 틈틈히 해왔어서, 이번 가을학기에 남편학교에 박사과정 어드미션을 받아놨는데, 일단 입학을 늦춰야 될거 같네요. 12월에 출산예정이니, 한학기도 제대로 못 할거 같아서요.
아이공. 남편은 좋아하는데, 이 철없는 이가.. 내가 웨이트레스 뛰어서 생활하는 건 생각도 안하고 무슨 걱정이냐고. 한국에서 가져온 전세금뺀돈으로 공부하라내요. 공부는 투자라면서. 말이야 맞는거 같기도 한데, 전 탐탁치 않네요. 그돈 쓰면, 한국가서 어디서 사냐구요..... 이사람은 그때 벌자는데, 이 대책없는 사람은 나 없으면 정말 길바닥에 살거 같아요. 그렇다고, 웨이트레스하면서 아기를 남에손에 맞길 순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내가 아기보면서 집에 있으면, 나중에 답이 없을 거 같아서. 내년 가을에 학교를 다니긴 해야될거 같아요. 아기 낳아놓고, 돈을 좀 쓰더라도, 투자라고 생각하고 공부를 하고 간간히 아이를 맡기는거 이외에는 방법이 없네요.
안그래도 남편 공부하는 거 화학. 취직도 잘 안되는 분야인 걸로 알고 있는데, 저라도 능력을 키워야지요. 전 임상심리쪽인데, 제 공부도 취직이 잘 된다.. 이런 건 없지만, 그래도 놀고 있는거 보단, 한국 돌아가면 낳겠지요. 그래도, 앞날이 캄캄한건 마찬가지네요. 아기를 8개월까지 키우고 나서 9월부터 한 일주일에 5번정도 9시부터 6시까지 맞기면 돈이 얼마나 들까요? 남편 말이 집에서 입주해서 사는 가정부를 두자는데, 그건 정말 우리형편에 가당치도 않고요. 우리가 무슨 필리핀으로 온거라고 착각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얼마전에는, 애기 낳서 친정부모님께 맞기라는데,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요. 엄마가 무슨 죄가 있어서 그 연세에 손자까지 키우시겠어요. 한국에서 대학원다니면서 직장다녔던 경험이 있어서, 아기만 누가 맡아주면 살림하면서 공부할수 있을 거 같아요.
아, 팔자가 왜이리 박복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