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스코틀랜드 당일치기 기차 여행. (2) a.한국과 영국의 주거 형태 비교. 영국인들은 어떻게 살까? 영국인의 집 탐방! Lewis의 집. 삶의 공간에 대한 철학적 고찰. 그리고 b.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영국 아빠들 관찰 일기. 한국과 다른 영국 아빠들과 자식들과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고찰._ 20140412 _ [영국 유학 생활기 day 212]
2014년 4월 12일
영국 도착 이백 열 둘째 날!
글래스고에서 기차 출발 경적이 울린 지 50분이 지났습니다. 푸른 하늘 아래 넓은 초원 위에서 풀을 뜯어먹고 있는 양들에게 인사를 나누다 보니 금새 목적지인 Gleneagles역에 도착하더군요. 수채화 같은 시골 풍경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일품이었습니다. 베토벤의 전원교향곡이 들려오는 듯한 목가적인 삶의 자유로운 영혼이 만나는 이곳 스코틀랜드 여행기 2편 함께 떠나보실까요?
(그 전에 1편 안보신 분은 아래 링크 클릭하셔서 먼저 보시고 오세요. :)
Gleneagles역은 우리나라 시골 간이역 같은 느낌의 작은 역입니다. 이곳에 굉장히 유명한 골프장이 있다는데요. 올해 이곳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적인 골프 대회를 맞아 역은 리뉴얼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마중 나와 있던 I-wen Wang과 Lewis는 저희를 반갑게 맞이했고, 귀엽고 작은 자동차에 올라타 Lewis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Lewis의 집으로 가는 길.
(루이스 네로 가는 길, 차의 커버를 열고 달렸습니다.)
(구름이 몰려와 조금 어둑어둑 해지는가 싶더니 역시 다시 맑아졌어요.)
(이곳은 '경비행장'이라고 합니다.)
비포장 된 도로를 굽이굽이 몇 번이고 돌고 돌아 도착한 곳은 넓은 정원을 가진 이층 짜리 벽돌집이었습니다. 하얀 빛깔의 페인트 색이 유독 눈에 띄더군요. 알고 보니 일주일 째 페인트 칠 작업 중이랍니다. 대략 1,000평이 넘어 보이는 엄청나게 넓은 정원을 가진 Lewis네 가족이 부러워지더군요.
문득 제 머리 속에는 이런 그림이 떠오르더군요. '서양식 양옥집에 넓게 잔디가 펼쳐져 있고, 화창한 날 가족들은 잔디 밭 위 파라솔 테이블에 옹기 종기 모여있습니다. 아빠는 바비큐 그릴 옆에 서서 고기를 굽고 계시고, 엄마는 아이들과 함께 수다를 떨며 과일을 깎고 계십니다. 아이들은 이런 부모님을 보면서 그저 신나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단란한 가족 구성원 모두의 얼굴에는 웃음 꽃이 피어있습니다.' 이런 식의 묘사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반적인 서양 가족에 대한 환상이 아닌가 생각해보았습니다. 실제로 어느 정도는 맞는 얘기입니다. 행복한 가정의 표상이 되는 이런 식의 삶을 우리는 왜 살지 못하는 것일까요?
저는 그 이유를 한국과 영국의 각기 다른 '주거 형태'에서 찾아보았습니다. 1958년, 우리는 예전에 본 적 없던 아파트라는 새로운 주거 형태를 만나게 됩니다. 서울 수도권 지역에 인구가 과밀 되다 보니 절대적으로 주택 공급량이 부족했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단층 건물보다는 다세대가 함께 살 수 있는 고층의 아파트를 짓게 되었습니다. 싸게, 많이, 빨리 짓기 위해서 아랫집과 윗집, 이 집과 저 집에 똑같은, 전용면적 85m²(33평형)의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공간이 생겨나게 됩니다. 그 후 아파트는 우리의 삶터를 지배했고, 도시의 풍경 또한 바꿔놓았습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한국인의 집이지만, 아파트를 우리의 일상이 겹겹이 쌓여가는 곳으로, 집집마다 가족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바라보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평수에 따라 방의 개수와 크기만 다를 뿐, 정해진 집안 구조에 가족의 성향에 따른 공간을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파트가 가지고 있는 공간의 한계는 여러 문제점들을 만들어냅니다. 그저 집을 넓이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전망 좋은 집이면 최고라 생각하는 우리 나라 사람들. 이런 아파트는 삶의 공간에 대한 상상력까지 제한하고 있습니다. 일정하게 정해진 공간에 우리가 적응하고 살아야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다른 동네 다른 이름을 가진 아파트에 이사를 가보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가구와 전자제품 등도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놓여져야 할 자리가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33평 아파트의 방 3개, 부엌 딸린 거실 1개. 가족 구성원이 늘어나도 방의 개수를 늘리거나 크기를 조절할 수 없습니다.
아파트의 문제점은 필요 이상으로 큰 거실에 있습니다. 이미 우리나라 아파트에서는 거실이 제 역할을 잃은 지 오랩니다. 우리나라에서 거실은 TV보는 곳, 식사하는 곳, 가족들과 대화하는 곳, 손님 접대하는 곳, 함께 잠 자는 곳 등으로 이용되어지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거실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각자의 방이 있음에도 거실로 몰려드는 생활 방식은 거실 이외의 공간의 활용도를 떨어뜨리게 됩니다. 또한 많은 시간 가족들이 함께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지만 진정 공유하는 것이 아닌 모순을 낳게 됩니다. 거실에서의 생활은 알맞은 공간에 가족이 함께 모이는 특별함을 주지 못합니다. 그저 살아가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지요.
영국은 어떨까요? 오랜 역사가 깃든 도시의 풍경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는 초고층 건물 개발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곳 글래스고와 에딘버러 등 영국의 고대 도시들은 17~18세기의 옛 건물들이 지금도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물론 영국도 아파트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아파트가 존재합니다. 외관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내부도 거주자의 성향에 맞춰 선택과 변형이 가능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들은 짜여진 공간에 자신들의 삶을 맞춰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에 맞게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냅니다.
집은 그들에게 소통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가족간의 소통, 나와의 소통, 그리고 이웃간의 소통. 그래서 영국인들의 집에는 늘 응접실이 있습니다. 손님을 접대하는 방으로 때로는 거실이 이 역할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삭막한 아파트 생활과는 달리 영국에서는 이웃집간의 왕래가 잦기에 거실은 손님을 위한 공간으로써 존재합니다.
또한 영국 집에서는 복도가 정말 중요합니다. 복도는 가족의 개인적인 공간과 손님을 위한 공간을 분리시킵니다. 한 집에서 함께 살아도 구성원 개개인의 생활을 존중하는 서양 문화에서 기인한 것이죠.
부엌과 dining room(식사하는 곳)은 영국 사람들에게는 가족들이 만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엌과 거실이 연결되어 있는 우리 나라 아파트에서는 TV를 시청하며 식사를 하는 가정이 많습니다. TV를 다른 방으로도 옮겨 보지만, TV를 따라 그 방에서 식사를 하게 되죠. 식사 시간은 영국 가족들에게는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시간입니다. 가족이 이런 저런 얘기를 공유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기도, 또는 정리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식탁 앞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진심으로 집중하고 관심을 기울입니다. 자연스럽게 부모와 자식간의 대화 시간은 많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dining room.)
(부엌.)
(부엌.)
Lewis의 집이 전형적인 영국식 집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집안 곳곳에 가족들의 추억이 묻어 있는 그들의 인테리어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정말 거짓 없고 과장되지 않은 가족들 삶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 놓여진 많은 가구들도 짜여진 규격에 맞춰 구입한 것이 아니라 직접 재료를 고르고, 나무를 깎아 못을 박고, 페인트를 칠해서 만들었다더군요. 작은 것 하나라도 힘을 모아서 함께 만들고 꾸며가는 집이 바로 영국인들이 생각하는 가족이 사는 집입니다. 공간에 대한 열린 사고와 경험은 그들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고, 가족들이 꽁꽁 뭉칠 수 있는 힘을 길러줍니다.
(집의 정문으로 들어가면 자갈이 넓게 깔려있습니다. 건물 바로 앞에는 정원이 있습니다.)
(건물 바로 앞에 있는 정원.)
(차 2대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차고. Lewis네는 3대의 차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레인지로버, 미즈다 스포츠카, 그리고 폭스베건 뉴비틀 컨버터블.)
(차고 바로 옆에 있는 두 개의 작은 조립식 건물.)
(작은 화실입니다.)
(Lewis 아빠 발바닥, 엄마 발바닥, 그리고 어린 Lewis의 작은 발바닥 작품!)
(건물로 들어가는 뒷 문쪽 정원.)
(건물로 들어가는 뒷 문쪽 정원.)
(건물로 들어가는 뒷 문쪽 정원.)
(건물로 들어가는 뒷 문쪽 정원.)
(차고 뒤로 넓게 펼쳐진 잔디 정원. 바람에 휘날리는 걸린 옷들.)
(Lewis는 어렸을 적 여기에서 얼마나 신나게 놀았을까?)
영국에서 제가 인상 깊게 느꼈던 것들 중 하나가 자식들과 아버지의 관계가 유별나게 가깝다는 것입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아빠 어깨 위에 목마를 탄 아이, 두 손 꼭 붙잡고 아빠 뒤 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 그리고 유모차를 밀고 산책하는 아빠, 한 손에는 보드를 다른 한 손에는 아이를 안고 걸어가는 아빠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저도 모르게 흐뭇해집니다.
지난달 럭비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Scotstoun 경기장에 갔습니다. 바로 옆에는 커플 잠바를 입은 어린 두 아이와 아빠가 앉아 계시더군요. 날이 꽤나 추웠기에 벌벌 떨고 있는 아이를 꼭 껴안아 주기도 하고, 감자튀김이나 핫도그를 주면서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아주는 모습이 얼마나 따뜻하게 느껴지던지요.
Max라는 제 친구는 오른쪽 옆구리에 두 줄 정도 되는 긴 문장의 문신이 있습니다.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니 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해주신 말씀을 문신으로 새겼답니다.
유독 영국에는 아이와 잘 놀아주는 아빠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이 또한 '주거 형태와 이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문제점을 찾았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퇴근하고 돌아오신 아빠들에게 아파트의 넓은 거실 그리고 소파 맞은 편에 놓인 텔레비전은 삶의 낙입니다. 아빠가 놀아주기를 하루 종일 기다렸던 아이들은 아빠의 다리를 잡고 늘어지며 보채기도 하지만, 이내 손사래 치시는 아빠를 보고는 포기하고 맙니다. "좀 놀아줘"라는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아이와 장난감을 만지작거리지만 진심이 아닌 아빠의 마음을 아이도 느낍니다. 때론 자신과 놀아주는 것으로 부모님이 다투시는 것을 본 아이는 아빠와 노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아빠와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되죠. 우리 나라 아빠들이 자식에 대한 사랑이 부족해서 그러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이것은 집을 바라보는 관점, 거실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빠들에게 거실은 퇴근 후 본인의 휴식 공간이지, 가족과 함께 보내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아빠들은 거실이나 부엌에서 가족과 함께 있을 때 만큼은 자식들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합니다. 당연히 그들도 직장 생활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지칠 대로 지쳐있지만,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무언의 약속 때문에, 그리고 그 가치를 진정 마음으로 알기에 그들은 힘들어도 실천하는 것입니다.
흔히 영국의 아빠들은 자식들에게 'Buddy'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그만큼 친구처럼 가깝다는 뜻이겠지요. 괜히 친해지려고 억지로 부르는 호칭이 아닙니다. 어려서부터 아빠와 많은 시간 가깝게 지내다 보니 영국의 아이들은 평생을 함께하는 친구로써 아빠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친구들은 가족 얘기를 할 때면 아빠나 할아버지 얘기를 자주합니다. 엄마로 시작해서 엄마로 끝나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영국이라고 해서 모두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족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리적 환경, 사회문화적 배경은 다를지라도 어느 곳에서든 관계에 대한 갈등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일어나는 부자간의 이런 저런 말도 안 되는 사건 소식들을 접할 때면, 가슴이 턱턱 막혀옵니다. 영국은 우리가 잃어버린 가족애를 아직은 잘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니 처음부터 우리가 가져보지 못한 형태의 가족애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집 구경을 마치고 Stirling으로 떠나기 위해 집을 나오는 순간, Lewis의 아빠께서 Lewis에게 하는 말씀!
"Hey Buddy, enjoy your time!"
스코틀랜드 당일치기 기차 여행. (3) 에서 계속 됩니다.
(위 글에 삽입된 모든 사진의 출처는 본인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위의 모든 내용은 본인이 직접 작성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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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K LIFE DAY 214
위대영 영국 유학 생활기
Christian Dae Young Wi's Life Dairy of Studying in United Kingdom
글라스고, 스코틀랜드, 영국
Glasgow, Scotland, 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