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생각지도 않게 비자인터뷰에서 두 번 연속이나 리젝을 당했네요...
일단 저는 국내 4년제 대학 졸업(공대)을 하고 학사 학위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전공과 무관한 FIT 패션디자인과에 지원을 했고 올 3월 합격 레터를 받았습니다.
비록 학사 학위를 갖고 있지만 전공과 무관한 전공을 공부하러 학교에 가는 거고
재정 상태도 전혀 문제 될 게 없기에 비자 리젝은 꿈도 안 꿨는데 이렇게 되니 참담하네요.
저는 2011년 겨울 학교를 휴학하고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갔었고 1년 후 귀국한 후 복학해서 졸업 준비와 동시에 FIT 지원 준비를 했습니다.
첫 번째 비자 인터뷰는 6월 3째주 오전에 받았고 간추린 주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영사는 맨 오른쪽 창구 백인 남성이었습니다.
영사: 이미 한국에서 학사 학위가 있는데 왜 또 미국을 가?
나: 학사 학위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패션디자인은 아예 다른 분야이고 평생 내 꿈이었기 때문에 FIT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
영사: 예전에 미국에 갔었네?
나: 그렇다. 3년 전 어학연수 차 미국에서 11개월 동안 있었고 랭귀지 스쿨 다니면서 영어 공부했다.
영사: 군대는 갔다 왔지?
나: 그렇다.
영사: 어학연수 후 한국으로 돌아온 후 뭐했어?
나: FIT에 지원하기 위해 토플 공부하고 복학해서 학교 다니면서 미술학원에서 포트폴리오를 위한 미술 공부를 했다. (1년 동안)
영사: 지금까지 일해본 경험 있어?
나: 없다.
영사: 미안하지만 넌 오늘 비자 받을 자격이 안 된다...
이렇게 인터뷰가 끝이 났고 저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리젝이라 경황이 없어 리젝의 이유가 뭔지도 모른 채 대사관을 나왔습니다.
비자 대행을 해주던 업체에서도 재정적으로 문제가 없고 딱히 문제가 될 만한 공백기도 없었기에
운이 좀 없었던 것 같다라는 말과 함께 그대로 다시 한 번 더 인터뷰를 받으면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두 번째 인터뷰에서는 확실한 귀국 의사를 밝힐 것과 학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어필하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어떠한 추가적인 서류나 사유서 한장 없이 약 2주 후에 두 번째 인터뷰를 받았습니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첫 번째 인터뷰에서 리젝을 줬던 영사의 바로 옆 창구에 있는 히스패닉계 느낌의 여자 영사를 만났습니다.
두 번째 인터뷰의 간략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영사: 대사관 왔었네?
나: 2주 전에 왔었는데 리젝을 당했다.
영사: 무슨 일이 있었어?
나: 나의 학업 계획과 목표에 대해서 설명할 기회가 충분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영사: 너의 학업 계획이 뭔데?
나: FIT 패션디자인 준학사 1년 과정에 합격해서 다음 달 입학 예정이고 그곳에서 공부해서 학위를 따서 한국으로 돌아와 일을 구하고 싶다.
영사: 학사 학위도 있는데 왜 굳이 미국으로 가야 해?
나: FIT는 전세계 통틀어서 one of the famous fashion schools이라는 점, 그곳의 reputation과 같은 이유 때문에 나에게 그곳에서 공부하는 것은 아주 great chance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때부터 영사의 말투나 어조가 좀 못 믿음직스럽다는 느낌이더군요.)
영사: 어떤 패션디자인을 말하는 거야?
나: fashion design for women's wear다. 옷을 디자인하고 만들기도 한다. casual dress, sports wear, swimming wear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이 부분에서 영사가 첫 번째 영사와 똑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영사: 패션 관련 일 해본 경험이 있어?
나: 없다. 이유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없었다. 계속해서 국내에서 대학을 다녔고 군대 다녀오고 미국 어학연수 갔었고 돌아온 후에 바로 FIT 지원을 위한 공부를 했기 때문에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다. FIT에서 공부해서 패션 관련 degree를 얻고 돌아온 후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사: (의아스럽다는 듯이) 어떻게 너는 4년제 학사를 갖고 있는 상태에서 패션디자인과에 합격을 했는데 그것에 관련된 일에 대한 경험이 하나도 없을 수 있어?
나: 나는 컴퓨터 전공이고 이 학사를 갖고서는 패션에 관련된 어떠한 일도 구할 수 없다. 내가 미래에 패션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서 나는 FIT에서 공부해서 학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 대화 후에 갑자기 여자 영사가 기다려보라고 하고선 마이크를 끄더니 바로 자기 옆에 있던, 저의 첫 번째 인터뷰에서 리젝을 줬던 백인 남성 영사한테 말을 걸었습니다. 마이크도 끈 상태에서 둘의 대화는 전혀 들리지 않고 그 첫 번째 영사와 두 번째 영사는 서로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더군요. 분위기 상 부정적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영사: (마이크를 다시 켜고 주황색 리젝션 카드를 쓰면서) 미안한데 너는 일했던 경험이 더 필요하다. 비자를 이슈해줄 수 없다.
나: 내가 아까 말했듯이 패션 분야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 나는 관련 degree가 필요한 것이고 그 때문에 FIT에서 공부를 하려는 이유다.
비슷한 대화가 몇번 더 오간 후 여자 영사가 표정이 굳더니 이제 next person 받아야 되니 그만 가달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인터뷰는 끝이 났습니다.
현재는 비자 대행 업체를 바꿨고 그곳에서 상의하면서 8월 초 마지막이자 세 번째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인터뷰에 가져갈 미술 선생님의 사유서와 FIT에서 받을 사유서, 만들었던 포트폴리오 등등을 준비하고 있는데 저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실 상 이번에 리젝 당하면 거의 끝이라고 보고 있기에 마음이 많이 안 좋네요. 영사들은 왜 저한테 리젝을 준 걸까요?
왜 자꾸 일했던 경험에 대해서 묻고 그것으로 태클을 거는지 이해가 되질 않네요.
미국 영사들의 눈에는 이미 학사 학위를 갖고 있는데 어찌 보면 다운그레이드된 준학사 1년 과정으로 공부하러 간다는 것이 이해가 되질 않는 걸까요?
긴 내용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짧은 조언이나 충고라도 부탁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