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에 워릭, 필름 입시 후기가 없어서 올립니다. 나중에라도 다른 분들에게 도움 되었으면 해요!)
저는 일단,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굉장히 늦은 나이에 유학을 결정하게 되어서,
거의 서른을 앞두고 2016년에 캐나다에 왔어요.
대학교를 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학부에 입학할 생각으로, Secondary School 에 들어가서, 올 해 토론토에서 고등학교를 마쳤구요.
원래 OCAD에 Visual Arts and Critical Studies 목표로 하다가,
OCAD 입학에 제출해야했던 두 개의 에세이를 '모종의 이유' 때문에 과격한 어투로(...) 써서 냈어요.
그래서 다른 분들보다 늦게 영국 대학교를 지원했어요. OCAD에서 절 안뽑을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합격! 덜덜)
(맥길도 지원했는데, 점수가 경쟁력있는 점수가 아니라 안될 것 같아요. 홈페이지 점수는 86이상이고 제 점수가 92. 작년에 합격한 사람 보니까 못해도 홈페이지 점수보다 5점 이상 높아야 오퍼가 나온다는데 '적어도'라고 단서를 걸어놔서요.)
워릭, 리즈, 시티, 카디프, 러프버러 이렇게 지원했는데,
어제 워릭이랑 인터뷰 했을 때는, (시티,카디프,러프버러 = 오퍼 / 리즈 = 리젝)인 상황이었어요.
오퍼 받은 학과는 다 Communications and media 였기 때문에 리즈에서 거절된게 좀 뼈아팠달까요.
(오퍼받은 세 학교 중 성적 컷 조건이 가장 높았던 학교는 러프버러(86) 였고 시티랑 카디프는 둘 다 80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더 하고 싶은 공부는 필름이어서, 어제 워릭 인터뷰를 굉장히 긴장하고 봤어요.
처음에는 여기 인터뷰 없는 줄 알았는데, 저번주 월요일에 메일이 날라와서야 알았어요.
"너 첫번째 라운드 통과했고 영화나 문학 작품 하나 골라서 에세이 1500자 맥시멈으로 써서 내고 그걸 바탕으로 너 인터뷰 할 거야."
라는 것이 그 메일의 요지였고요. 이미 마지막 인터뷰 날짜가 잡힌 상황이라 저는 최대한 빨리 에세이를 써서 저번 주 목요일에 제출했어요.
원래는 인터뷰 지정 날짜 2주 전까지 제출해야한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정말 1500자 에세이를 혼신을 다해서 썼는데,
인터뷰에선 정작 추가 제출한 에세이가 아니라 UCAS 자기소개서에 있던 Call me by your name을 더 묻더라고요.
알고보니, 저를 인터뷰 했던 분이 '퀴어 시네마' 담당이셨어요.
메일을 통해 인터뷰를 누가 할 지 미리 알려주기 때문에, 지정된 분의 관심사에 대해서 좀 알아가면 좋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포멀한 인터뷰인 줄 알고 긴장했는데, 나중에는 저 영화를 묻고 자기 담당 이야기 하셔서 점수 어떻게든 좀 따보려고,
캐나다에 유명한 감독이 있는데, '자비에 돌란'이라고 퀴어 영화를 몇 편 찍었다. 본인도 커밍아웃한 게이다. 라고 말했거든요.
그러니까, 자기 퀘벡사람이라고. 맥길 나왔대서... (웃으면서 이야기 하셔서) "Enchanté." 라고 저도 웃으면서 인사 건넸고, 이 때부터 굉장히 유쾌한 분위기에서 인터뷰 했어요. 웃고 떠들고 서로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 이야기 하고 완전히 풀어져서 서로 대화했죠.
근데, 이제와서 후회되는 것은 너무 수다를 떤 것 같아서 뭔가 내가 준비한 것들을 모두 잊어버렸어요. 심지어 그 분 이야기를 중간에 끊고 이야기하기도 했다니까요. (이게 가장 후회되어요 ;_;) 하다하다 이제 누드 캘린더 이야기 하면서 완전히 수다수다...
(누드 캘린더 이야기하니까 완전 호탕하게 거의 1분을 혼자 끅끅대며 웃으셨던... 그 분...)
인터뷰는 이래요, 네... 정말 아주 편안했습니다.
thestudentroom.co.uk 같은 곳에서 워릭 인터뷰 후기를 많이 찾아봤는데, 보통 영문학과 이야기만 있더라고요.
걔네 보니까 포멀 인포멀 인터뷰 담당하는 사람따라 다르다고 해서, 저는 정말 긴장하고 전화받았는데, 의외로 굉장히 유쾌하셨어요.
인터뷰 약속 잡아주신 어드미션 담당자 분도, 이미 마지막 인터뷰 날짜가 정해졌기는 하지만 조정해보겠다고 먼저 말씀해주셨고,
이건 제 추측인데 제가 캐나다에 있어서 일부러 캐나다 출신 교직원 분이랑 인터뷰를 정해주신 것 같기도 해요.
결과는, 애매합니다. 합격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요.
긍정적으로 말하긴 했는데 딱 합격이다 라는 말을 안하더라구요.
(긍정적인 부분: 누드 캘린더 정말 인상 깊었다고 하니까, 그럼 너 이제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어! 라고 하셨...)
지금 결정은 했는데 UCAS에 업데이트 하려면 1주일 기다려야된다. 라고만 하셨어요.
정말 붙었으면 좋겠어요.
만약에 떨어지면, 아마 러프버러에 가지 않을까 합니다. 어드미션 팀이 굉장히 친절하더라구요.
(샌드위치 이어에 대한 설명 부탁했더니, 전화로도 설명해주셨고 제가 혹시 3년제에서 4년짜리 샌드위치 이어로 바꿀 수 있냐 물으니 흔쾌히 해주셨어요. UCAS 업데이트도 바로 해주셨구요.)
카디프는 명성은 있는데, 어드미션 팀이 너무 느리고 (심지어 캐나다보다 더!) 무성의하고 불친절해요;
제가 지원했던 학교들 중 가장 이상한 학교였습니다. 전화를 해도 소용이 없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저는 카디프는 제외했습니다.
시티는, 저널리즘으로 역시 괜찮다고 해서 지원은 했는데 제가 돈을 직접 지불해야되기 때문에 런던살이 자신이 없어서 제외했습니다.
워릭 필름, 제발 되어야 할텐데 합격률이 54%였나 UCAS 지원 기준으로 그렇대서 너무도 긴장되고 있습니다.
애초에 떨어뜨릴 생각으로 인터뷰를 편안하게 본 건가 싶고요.
어째서 나는 그 분의 말을 끊을 생각을 했나 싶어 후회가 되기도 하고요...
아무쪼록, 제 글을 보시고 다음에 지원하실 분들은 저와 같은 실수 안 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