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진지한 이야기라서 글이 다소 딱딱하고 지루할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너무나도 고민이 되는 일인데, 가장 친한 친구에게는 민감한 이야기라서
차마 이야기도 못 꺼내고 혼자 속만 썩히다가 여기에 올려봅니다...
저는 지금 26살이고 교제중인 남자친구는 32살이에요
교제기간은 거의 3년이고 1년전부터 결혼전제로 만나오고 있었어요
부모님께 인사 드렸고 주변 사람들과도 다 아는 사이이고
집은 각각 자취하고 있지만 같이 있는 시간이 지난 3년간 정말 많았지요
싸운 일도 거의 없을정도로 서로 이해하고 믿는 마음도 커요..
여기서 더 남자친구와 제 소개를 하자면,
남자친구는 아주 어렸을때 온가족이 이민을 와서 계속 미국에서 살았구요
영어 한국어 다 잘하고 미국과 한국의 문화 또한 잘 이해하고 있어요
대학 졸업하자마자 미국 회사에 취직해서 성실하게 잘 일하고 있고
정말 게으름 피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3년 동안 항상 믿음직스러운 모습만 보여준 사람이에요
저는 특이한 배경으로 부모님은 한국인이시고 한국에서 살고 계시고
저만 미국 시민권이 있어요. 하지만 유치원 시절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한국에서 자랐고
미국에 혼자 건너와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마치고 현재 미국 회사에서 일한지 2년 정도 되었네요
지금도 부모님은 한국에 계시고 일년에 한번은 제가 한국으로 가고 한번은 부모님께서 오시고 그러세요.
저는 미국과 한국에서 살아온 시간이 비슷비슷하지만 아무래도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때문에
한국인 성향이 매우 강하지만 미국인들의 문화를 아예 이해하지 못하거나 모르는건 아니에요
고등학교를 백인 호스트 가족과 살고 동네에 동양인이 거의 없었거든요
이쯤에서 간단한 배경 소개는 마칠게요
저랑 남자친구는 처음에 만났을때부터 너무나도 통하는게 많았어요
그 중에 하나가 기독교를 믿으면서 교회를 굳이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가치관이였어요
저랑 남자친구 양가 부모님들께서는 다들 기독교인이세요
그런데 저희 부모님은 교회를 안 다니신지 오래 되셨어요.. 주말에 쉬시고 골프치시는걸 더 즐기셔요.
남자친구의 부모님께서는 미국에서 작은 교회 장로님, 집사님이라고 하시더라구요
믿음이 매우 강하신 분들이세요...
남자친구는 독립을 한지 한 3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어요.
저를 만나고나서 얼마 지나지않아 부모님으로부터 독립을 했었죠
남자친구가 저한테 항상 하던 말이 "아 왜 우리 부모님은 자꾸 나보고 교회를 가라고 할까" 였어요
오빠는 한인교회 나가는게 너무 싫고 일요일날 교회 가는게 너무 귀찮다고 했어요
사실 저도 똑같은 생각이거든요. 한인교회를 비하하는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소수의 교회 다니시는 분들과 제가 불편한 일이 있기도 했고
한인교회 자체가 제 눈에는 마냥 좋아보이지만은 않았어요.. 좋으신 분들 많이 계시고 좋은 일 많이 하시는것도 알지만
제 주변, 특히나 대학시절부터 봐왔던 제 주변 기독교인들은 교회를 그저 사람만나러 가는거 같더라구요
교회 사람들끼리 서로 욕하고 싸우고.. 안그래도 좁은 한인사회 굳이 교회까지 가서도 그렇게 싸워야하나....
어쨌든 제 개인적인 경험이 안 좋았기 때문에 한인교회는 피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저 또한 일주일 내내 학교 다니느라 바빴고 회사 다니느라 바쁘기때문에..
그나마 있는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을 편하게 지내고 싶은 욕심도 없지않아 있었어요.
저와 남자친구는 그 외에도 많은 공통점과 공통 관심사로 친해졌고 교제를 하게 되었죠..
그렇게 2년을 만나다가 남자친구의 나이도 어느정도 있고, 저 또한 결혼은 되도록이면 28살 전에 하고 싶어서
슬슬 결혼 이야기가 나왔었고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기로 했어요
그 전까지는 서로 인사 드린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남자친구 부모님을 처음으로 뵌 날, 저에게 바로 교회를 다니라고 하시더라구요
남자친구는 "아 엄마 왜 처음보는데 그런 말을 해, 나도 안다니는데" 라고 했었어요
그러니까 어머님께서는 "너도 일요일날 교회 좀 나가. 일요일은 쉬고 놀으라고 있는 날이 아니야" 라고 하셨었죠.
갑자기 추가하는 내용인데, 어머님께서 남자친구한테 교회가라고 몇년동안 잔소리를 엄청 하셨대요
그런데 남자친구는 절대 안나갔대요... 그러다가 너무 듣기 싫고 돈도 모을만큼 모아놔서 독립을 한거구요.
아무튼,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저는 그 자리에서는 알겠다고 했지만, 사실 갈 마음 없었죠.
그렇게 교회 이야기로 시작해서 교회 이야기로 끝난 첫 만남이였어요
차를 타고 오빠 부모님 댁을 떠나면서 오빠가 미안하다고 하더라구요.
엄마가 그렇게 교회 이야기를 바로 꺼낼 줄 몰랐다면서.. 교회 안 다녀도 되니까 걱정말라고 했어요.
저는 너무 고마웠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서 몇개월이 지났어요(약 3개월 전이네요)
어느 날 갑자기 남자친구가 저한테 이야기를 하자고 하더라구요
사실 그 당시에 조금 자주 다퉜어요. 사소한 걸로 정말 별 것도 아닌데..
서로 일도 많이 바쁘고 많이 예민한 시기라서 그랬거든요
남자친구가 저한테 교회를 다녔으면 좋겠대요.
자기는 믿음이 별로 깊지 않아서 자기보다 믿음이 더 깊은 여자가 필요하대요.
너무나도 갑자기 그런 말을 하니까 전 당황스러웠어요.
전 남자친구를 놓치고 싶지 않거든요. 그래서 같이 다니자고 했어요.
그러니까 남자친구가 억지로 믿음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천천히 노력을 해보자고하더라구요.
알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남자친구의 입장이 이해가 갔어요.
부모님께서 교회에서 장로님 집사님이신데 당연히 믿음이 있는 여자가 좋겠죠.
사실 오빠가 저한테 교회 안다녀도 된다고 할때마다 고맙기도 했지만 불안했어요.
그렇게 약 3개월 전 오빠와 교회 이야기를 나눈 후....
전 회사 일이 더더욱 바빠졌어요. 물론 토요일과 일요일은 일을 안했죠...
그런데 사람이 갑자기 믿음이 더 생기는게 쉽지 않더라구요.
전 가끔은 오빠가 먼저 교회 가자고 하길 바랬는데 오빠는 그런 말도 안하고..
제가 하루는 오빠한테 같이 다닐 교회를 알아보자고 했는데
억지로 다니지 말자고 그러면서 혼자서 조용히 티비만 보더라구요
그래도 전 여기저기 교회 찾아봤는데 제가 뭘 아나요ㅠ 교회는 직접 가봐야 아는건데...
근데 그때 하필이면 대학 시절에 정말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미국으로 오게되었었어요
회사일로 온거라서 주중에는 만나기 힘들었고 주말에만 만났었죠
대부분 토요일날 만났는데 토요일 늦게까지 수다떨고 뭐하다보면 일요일날 늦잠을 자는건 당연했고,
전 일요일날 대부분 집안일하고 장보고 메일정리하고 밀렸던 잡다한 일하면서 보내거든요
일요일날 오후예배가 있어도 솔직히 오후에 다른 일 하고싶지 교회 갈 마음은 안생기더라구요..
그래도 하루는 제가 남자친구 몰래 집 근처에 있는 교회를 갔었어요
근데 영어로 하는 예배라서 그런지 성경구절도 마음에 와닿지 않고, 노래도 그냥 모르겠는데 부르고...
목사님의 말씀은 좋았고 뜻깊었지만 교회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은 커녕.. 시간 낭비라는 생각만 들더라구요
그래서 전 속으로 한인교회를 다녀야하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랑 남자친구는 한인교회는 절대 가지말자라고 약속을 했거든요..
이건 몇달전에도 나온 이야기이고 지금도 둘 다 한인교회는 별로 안 좋아해요..
어쨌든, 그렇게 제가 혼자 교회 갔었을때 경험이 별로 였기때문에
남자친구한테 교회가자고 말하는게 솔직히 쉽지 않았어요
그리고 남자친구는 저한테 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단 한번도 꺼내지 않았구요...
그래서 교회문제는 서서히 잊혀져갔지요... 둘이 교회 이야기를 안꺼냈어요 아예..
하지만 둘의 사이는 언제나처럼 좋았고 싸우는 일도 없었고.... 좋았어요.
그러다가 저번 주말에 데이트를 하다가 귀여운 아기가 옆 테이블에 있는걸 봤어요
제가 그 아기를 보면서 "아 너무 예쁘다 나도 빨리 애 가지고 싶어" 라고 오빠한테 말했어요
그러니까 오빠가 좀 떨떠름한 표정으로 웃더라구요.. 이상했어요
평소에는 그런말 하면 웃던 사람이였는데.. 표정이 이상했어요
그리고나서 그 날 저녁에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오빠가 저한테 또 진지한 이야기를 할게 있다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는거에요.
이야기의 내용을 대충 간추리자면 이래요.
3개월동안 지켜봤는데 우린 결혼을 못 할 거 같다..
너는(저) 너의 일에 열정도 많고 아직 나이도 어린 편인데
난 이제 정말 결혼을 해야되는 나이이다
부모님께서도 빨리 손주보기를 원하시는데 난 아직 결혼도 안했고
더 이상 늦추다가는 나도 후회할거같다
너랑 나랑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고 많이 아끼는 사이이지만
종교적인 믿음때문에 잘 맞지 않는거 같다
서로 사랑하기만 한다고해서 결혼하는건 아니다
잘 맞아야 결혼을 하는건데 우린 다 맞는데 종교적인게 맞지 않다
넌 교회 갈 생각도 없어보이는데 우리 부모님은 꼭 교회다니는 여자를 원하신다
3개월이면 충분한 시간을 준거 같은데 넌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되었었고
너도 변할 마음이 없다면 우리 더 늦기전에 그만두는게 좋을거 같다
이런 식의 말을 저한테 했어요. 말투가 저랬던게 아니라 제가 요약한거에요..
저 말을 들으면서 처음엔 황당하기도 했다가 울기도하고 속상해서....
인정해요 제가 믿음이 깊은 사람은 절대 아니라는걸.....
그래서 오빠한테 솔직하게 이야기했어요. 오빠 몰래 근처 미국교회 한번 갔었는데
너무 안 맞더라.. 성경을 읽어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한국어로 읽었을땐 분명히 다 이해가 되고 마음에 와닿았는데,
찬송가를 불러도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 모르겠고 그냥 소리만 내는 기분이였다
교회에 있는 내내 뭔가 불편하고 자꾸 그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는 말도 했어요
그러니까 오빠가 그래서 우리는 안된다고 하는거에요..
근 3년간 교회에 대해서 이렇게 푸시한 적이 없는 사람이
갑자기 이러니까 너무 혼란스럽고, 정말 종교가 이렇게 큰 문제가 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그 주말 이후로 안 만나고 있어요. 서로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할거 같아서요.
오빠가 무슨 이유로, 무슨 일로 갑자기 저한테 저런 말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오빠의 말이 틀린 말도 아니고, 정말 교회를 열심히 다닐 사람과 결혼해야한다면 어쩔 수 없잖아요
물론 제가 오빠와 같이 교회를 다녀도 되고, 여기저기 교회 다니면서 저희한테 맞는 교회 찾아도 돼요.
그런데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영어로 성경을 읽고 찬송가를 부르면 그냥 읽고 소리내는걸로만 생각돼요..
제가 영어보다는 한국어가 더 편해서 그런가요.. 제가 영어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이해를 못하는 것도 아닌데
책은 줄줄 잘 읽는데 성경은 그렇게 안 읽혀지더라구요.. 너무 오랜만이여서 그런가...
그리고 성경 내용이 거짓일거라는 생각도 들고.. 저도 제 믿음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어요
한국에서 살때 중학교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교회 열심히 다니면서 신앙생활 했는데...
바쁘단 핑계로 교회를 피하다보니 어느새 제 믿음까지 바뀌어버렸나봐요...
그렇다고 제가 하나님(하느님)과 예수님의 존재를 믿지 않는건 아니에요.....
요즘 그래서 생각이 참 많아요. 남자친구도 저처럼 생각이 많을거에요...
저는 남자친구를 많이 사랑하기때문에 지금까지 노력한 것도 많아요
물론 남자친구도 저를 위해 노력한게 많고, 서로 사랑하는건 정말 확실한데..
남자친구는 아무래도 부모님이 마음에 걸리나봐요.. 장로님 집사님이시다보니..
어머님께서 교회가라고 몇년동안 잔소리를 하셔도 가기 싫더니
막상 결혼이란걸 생각하니 부모님에게 효도하고 싶어지나봐요... 저도 모르겠어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인데 종교때문에 이렇게 끝을 내야하나...
그래도 제가 조금만 더 양보하고 노력하면 되는 점이잖아요.. 그런데 자신이 없어요
정말 사랑한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제 믿음을 억지로 바꿀만한 사랑은 아닌가봐요..
대학시절부터 봐왔던 제 주변에 있는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참 역겨운 사람들이였거든요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만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교회 다닌다고 다 착하고 천국 간다고 생각하는게 웃겼어요...
교회다니는 사람들은 일요일의 1-2시간을 교회에서 투자하는거 빼고 뭐가 다른지 모르겠더라구요
정말 더러운 사람들도 많았고, 최악의 사람들도 많이 봤어요
(예를 들자면 여자친구 남자친구있는데 바람피는 사람들, 괜히 사람들 사이 이간질 시키는 사람들,
가게 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돕지는 못할 망정 망하게 하려고 서로 신고하고.. 이런거요)
그런 사람들이 교회 다니는게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어요..
회개하러 가는거라고는 안 믿겨지더라구요.. 왜냐면 그런 사람들은 교회다녀도 항상 똑같은 짓을 했으니까요.
교회를 다니던 안다니던 나쁜 사람들은 어디에나 존재해요.
그런데 정말 제가 경험한 최악의 사람들은 다 교회를 다니더라구요 그래서 더 싫었어요..
그러면서 교회라는 곳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기 시작했나봐요.. 특히 한인교회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모든 사람들을 일반화 시키는게아니에요..
제 주변에서 제가 본 사람들의 이야기만 하는거고, 좋은 사람들도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나쁜 사람들을 보면 다 교회를 다니던 사람이더라.. 이거에요.
이야기가 살짝 다른 곳으로 흘러가버렸네요....
제 글이 너무 길어서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거에요
저도 제 의견을 잘 말할 수 있어야하는데..
제가 너무 꽉 막힌 쪽으로만 생각을 하는거 같기도 해서요...
사실 저랑 정말 친한 친구가 기독교인인데 (교회 안다니는 기독교인)
교회 욕 하는걸 그렇게 싫어하더라구요.. 그래서 조언을 못 구했어요
제가 사람들하고 종교, 정치 이야기는 절대 안하거든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한테 털어놓기에도 참 그렇고.....
사실 제 글 읽으시면서 기분 나빠하실 분들도 계실거 같은데 오해 말아주셨으면 해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바탕으로 느끼고 본걸 쓴거니까요...
제 글이 워낙 길고 여기저기로 흘러가서 제가 좋은 조언을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종교가 정말 결혼에 큰 걸림돌이 되는지.......
그리고 이 문제를 저와 남자친구가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을지.. 의견 부탁드려요.
요즘 잠도 제대로 못자고 그냥 너무 힘드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다들 편안하고 행복한 나날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