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귄지 1년넘은 제여친은 주변에서 엄청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알려진 여자입니다.
저보다는 1년 연상이지만, 딸부자집 막내라서 그런지, 애교가 많고... 외모도 평균이상으로 (제생각이지만) 귀엽습니다.
학교에서는.. 저하고는 전공이 완전히 다른쪽이어서, 공부하는 토픽이 뭔지, 클래스가 어떤식으로 돌아가는지, 주어지는 시험이나 숙제는 어떻고 어떤스타일로 치뤄지는지 잘 모릅니다.
그러다 얼마전 우연히... 정말 우연히... 그녀의 Transcript 를 보게 되었습니다.
정말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확 깼습니다. 성적이 D 와 F 가 줄줄줄 있더군요... A 는 전무하고, B,C 몇개에... D 와 F 가 대부분입니다. 어떻게 이런 성적표가 가능한거죠?
그녀는 올해 senior 입니다 (정확히 얘기하자먼, 자기가 senior 라고 얘기하고 다녔다고 해야하는게 맞는것같습니다). 내년봄학기에 졸업하는걸로 주변에서는 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 성적으로는 절대 졸업 못합니다. 분명히 학교에서 경고받고 했을텐데...
미국대학에서 A 받기도 힘들지만,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유학생이라면 D 나 F 도 받기 정말 힘들잖아요?? 그런 성적은 시험을 아예 보지 않거나, 숙제를 아예 내지 않는경우에나 받는거잖아요.... 무슨일이 있어서 한학기 그렇게 망친거라면 또 이해할수가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그런 성적을 받았더라고요.
그동안 그녀가 가끔씩 저한테 집착을 하고, 이상할정도로 신경질적으로 삐치고 하던일들이... 아.. 이것때문이구나.. 하고 느낌이 확 왔습니다. 혹시 (얼마전 영주권자가 된) 나를 돌파구로 생각했던건가... 그래서 그런행위나 언급 등을 한건가 하고요.
그녀의 부모님이 너무 딱해졌습니다. 막내라고 특별히 예뻐해서... 적지않은돈 보내주면서 언니들도 못해본 유학시켜주는데... 이따위로 생활을 했다니요..
성적이 그렇게 되는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것도 이상하고.. 주변사람들한테 "엘리트" 처럼 보이고만 싶었던걸까요.. 뭐 제가 "니 성적표 보여줘봐" 라고 물어보지 않았으니, 거짓말을 했다고 할순없지만... 유학생이라면 이렇게 생활하면 안되는거잖아요..
혼란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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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만 생각을 해봐도.... 또 여러분들이 댓글다신대로.... 이건 공부못하는것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건... 정신상태... 부모님께 대한 마음... 책임감... 등등, 인성 자체의 심각한 문제입니다.
솔직히 저도 공부잘하지는 못해요. 학점은 3.5 약간 못미칩니다. A도 많지만, B 도 꽤 받았고, C 도 2개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나름 열심히 공부했어요. 토요일에도 놀고싶어도 숙제하고 시험공부하고... 부모님께서 큰돈들여 유학시켜주시는데, 제가 최소한의 노력 안할수 없잖아요? 거기다 똑같은 물건이라면 싼물건 사고, 필요에 의해 자동차가 있기는 하지만, 10년 가까이된 혼다 아코드입니다. 제 부모님은 충분히 새차를 살줄수도 있었지만, 제가 그렇게 못하겠더라고요. 돈 얻어쓰는넘이지만, 또 쪼잔한넘 소리듣기 싫어서 여친한테 밥사주는것 정도는 합니다만, 정도껏 하려고 나름 노력했다고요.
하지만 그걸 알고, 그런 책임감이 뭔지 알기때문에, 저한테는 그녀가 그따위로 유학생활을 했다는것은 용납할수가 없습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나 대학다닐때 공부를 안해서 성적이 나쁜것하고는 본질적으로 다른문제입니다. 그녀의 부모님은 그렇게까지 넉넉하게 사는분들이 아닌걸로 알고있습니다. 아 진짜 눈물납니다.
끝내려는 각오를 하고... 엊그제 여친에게 성적에 대해서 Confront 했습니다.
제가 예상했던대로... 첨에는 제가 성적표를 몰래 봤다는것을 물고 늘어지며 쪼잔한넘 어쩌고저쩌고 얘기를 하다가..
진짜 문제의 본질과 그 후폭풍은 그것보다 훨씬 훨씬 훠어어어얼씬 더 심각하다는걸 인지했는지...
걍 울면서 무슨소리를 하는지도 못알아듣게 계속 횡설수설 하길래... 오늘은 집에다 데려다 줄께 담에 다시 얘기하자 했다가...
사람이... 완전 미*년 되는거 봤습니다. 집에 안간대요.. 나보고 책임지랍니다 (나랑 만나고나서 성적이 나빠진게 아니라, 훨씬 전부터 계속 성적은 엉망이었는데 말예요). 무슨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울다가 소리지르다가... 이여자가 정신줄 놓는거 보니까,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전 이렇게 사람이 정신줄을 놓고 온갖 비명과 욕 등등을 하는거 실제로는 첨봤거든요.
몇시간째 실랑이를 하다가 도저히 이대로는 안되겠어서.. 그녀와 친하게 지내는 언니한테 억지로 떠맏기고 왔습니다. 그 언니란 사람도 저하고 잘 아는 사람인데.... 그사람도 무슨영문인지도 모르고 진짜 말도안되는 꼴을 목격하게 되어서 쪽팔려 죽겠습니다. 며칠있으면 제가 아는사람들 사이에 얘기가 다 퍼지겠지요.....
예전에 친구에게도 들은적이 있고, 여기 올라온 글중에도... 여친하고 싸울때 절대로 손찌검을 하거나 완력을 쓰지 말라고 하는글을 읽어서.... 손가락 하나 안건드렸습니다. 그런데... 말로 해도 안듣는데,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어요. 진짜 힘들더군요... 집에 가라고, 담에 다시 얘기하자고.. 그 얘기 이상 제가 뭘할수 있어요?? 차에서 안내린대요..... 그 아는언니네 가서도.. 거의 차에서 끌어내다시피 해서 내리게 했습니다.
싸우는 중이라면... 다음날 학교가야하는거면... 일단은 스톱해야 하는거 아닌가요??? 어차피 그녀한텐 관계없는건가?? 그래도 나는 학교에 가야하는데?????
상황이 심각해져 가는것 같습니다. 분명 제 아파트로 곧 찾아올것 같고요... 짐싸들고 다른친구네로 잠시 피난가야할것 같네요.
여자들이 집착한다는게 이런건가요? 이렇게 정신줄 놓고 막장드라마보다 열배는 더 황당한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나니까...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