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단 한국인 비율이 굉장히 적은 곳에(손에 꼽을 정도로) 왔어요. 다들 교환학생 오면 외롭고, 친구 사귀기 힘들고, 혼자인거 같은 느낌 때문에 처음에 힘들어 하는데 저도 처음에 그랬어요. 심지어 개강 날짜보다 한참 일찍 오는 덕분에 룸메이트도 아무도 없고, 학교에 학생들이 없으니 여기가 미국인지 한국인지 싶고, 한국에 있는 남자친구도 보고싶고.. 개강하고 수업을 듣기 시작하면서 할게 생겨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외롭고 힘들고 룸메이트들이랑도 친해지기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은, 정든 사람들과 정든 모든 것들을 두고 나중에 어떻게 떠날까 걱정될 정도로 이 곳 생활에 잘 적응했어요. 늘 같이 다니는 그룹? 친구들도 생겼고, 영어도 처음보다는 편해졌고, 물론 가끔 외롭긴 하지만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 같아요. 친구들은 주로 친한 친구의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친해졌구요, 파티를 그렇게 자주 가지는 않았지만 파티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도 여럿 있었고 친한 친구들 중에 한명이 플래터니티 소속이라 그 플래터니티 하우스에도 자주 놀러가면서 새로 만난 친구들도 있구요. 그런데 주로 친구의 친구를 소개받으면서 친해진 것 같아요. 자주 보는 친구들끼리 자주 어울리고, 그렇게 조금씩 추억도 쌓이고 마음도 터놓고 하면서 친해졌어요. 친구들과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제 생각과 마음을 그대로 영어로 말한다는게 얼마나 힘든지 느꼈지만..
수업은 하필이면 혼자 공부하는 수업보다 그룹워크나 발표, 디스커션이 많은 수업들을 들어서 조금 버겁긴 했지만 또 그런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무리없이 따라갈 수 있었구요. 오히려 12학점밖에 안들어서 수업마다 퀴즈, 숙제, 시험이 거의 매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생활이 워낙 빡세서였는지 여유롭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처음엔 정말 이렇게 놀아도 되나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지금 치열하게 취업준비 하고 있을텐데 라고 생각하고 자괴감도 많이 느끼고 했는데, 지금은 몸도 마음도 건강해질 수 있고 저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진 데에 대해서 감사하고 있어요. 새로운 환경에 부딪히고, 수많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또 몇몇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이런 모든 과정이 한국에서는 할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이번 학기에는 잘 적응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했으니, 다음 학기에는 또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어서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방면을 다루는 과목들로 수강신청하고 리서치도 하기로 했어요. 혹시 지금 교환학생을 고민하고 계시거나, 꿈꾸고 계시거나, 준비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대학생활에 한번쯤은 해볼 가치가 있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도 알기에, 힘내셔서 꼭 성공하시기를 바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