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뜨거운 눈물을 삼키며
솟아오르는 분노의 주먹을 쥔다
차가운 날
한 뼘의 무덤조차 없이
언강 눈바람 속으로 날려진
너의 죽음을 마주하고
죽지 않고 살아남아 우리의 곁에 맴돌
빼앗긴 형제의 넋을 앞에 하고
우리는 입술을 깨문다
누가 너를 앗아갔는가
감히 누가 너를 죽였는가
눈물 조차 흘릴 수 없는 우리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다
너는 밟힌 자가 될 수 없음을
끝까지 살아남아 목청 터지도록 해방을 외칠
그리하여 이 땅의 사슬을 끊고 앞서 나아갈 너는
결코 묶인 몸이 될 수 없음을
너를 삼킨 자들이
아직도 구역질나는 삶을 영위해 가고 있는
이 땅 이 반도에
지금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너 철아
살아서 보지 못한 것 살아서 얻지 못한 것
인간 자유 해방
죽어서 꿈꾸며 기다릴 너를 생각하며
찢어진 가슴으로 네게 약속한다.
거짓으로 점철된 이 땅
너의 죽음마저 거짓으로 묻히게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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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정권의 고문으로 숨져간 박종철 열사 장례식에서 낭독된 추모시 입니다.
이름만 바뀐다면 20년전과 달라질 내용 하나도 없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