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
저도 한때 미국병 내지 유학병에 걸린 건지 정말 공부가 미치게 하고 싶은 건지 헷갈려 했던 때가 있어서
어줍잖은 의견이나마 조언을 드리려고 글을 씁니다.
저는 박사유학까지 하지 않으면 굉장히 어중간한 위치에 있어야 하는 인문학 전공자였고,
한국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나서 불합리하고 짜증났던 한국 학계에 대한 불만 때문에
적지도 않은 나이에 유학을 결심했었습니다.
나름 오랜 시간을 들여서 토플 지알이 점수를 만들었고, 관련된 경력도 꽤 있었고 (출판, 강의 등등),
제 세부전공과 맞는 학교, 교수 검색도 철저하게 하고 컨택도 하고, 그걸 바탕으로 학업계획서를 썼었죠.
지금 생각하면 거의 2-3년을 유학준비에 매달렸던 게 놀랍기도 하고 다시는 못할 짓이란 생각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박사 첫해는 자비유학이었습니다.
펀딩이 없는 어드미션을 받고도 게다가 첫 해 이후 보장된 펀딩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없는 돈을 끌어 모아 (정말 딱 1년치 학비와 최저생활비였죠) 유학을 나온 건
제 생각에 정말 유학병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마 2년차부터 펀딩을 받지 못했다면 1년만에 제 유학 생활을 접었겠죠.
제가 제 얘기를 장황하게 적는 것은,
지금 님이 건강이나 나이나 학문적인 열정을 고려하는 것보다,
현실적으로 어드미션을 받을 수 있는가 펀딩은 받을 수 있는가의 문제가 더 현실적이란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저 유학 가도 될까요, 제가 공부를 할만한 사람일까요, 뭐 이런 고민들
유학 전에 많이들 하게 되는 고민이죠. 유학 준비라는 게 하루 이틀 걸리는 것도 아니고
시간과 비용을 많이 잡아먹으니 우선 마음가짐부터 잡고 싶겠죠. 이해합니다. 저도 그랬을 테구요.
하지만 님이 아무리 굳은 결심을 하고 혹은 여기서 이런 저런 충고를 듣고 생각해 보고 그런다 해도,
결국 어드미션을 받지 못하면 지금까지 고민한 것들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학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어드미션부터 받고 생각하라고 충고하는 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님의 학부 석사 전공이 지원할 박사 전공과 다르다면
그 박사 과정을 지원하기까지 님이 뭘 준비하고 뭘 공부할 생각인지를 알려줘야 합니다.
나 그 분야에 관심이 생겨서 박사 공부하고 싶다, 이정도로는 어림도 없죠.
박사 어드미션 남들은 다들 쉽게 받는 거 같지만, 결코 쉽지 않습니다.
여기 게시판 보면 다들 미국에서 박사하고 있으니 더욱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내가 유학가고 싶다고 학교에서 받아준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특히 펀딩을 받아야 한다면, 학교에서 돈 줘가며 공부시킬 이유가 분명하게 있어야죠.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제가 보기에 님은 아직 손에 쥔 것도 없이 준비한 것도 없이
뜬구름 잡는 고민들에 얽매여 있는 것 같습니다.
님이 유학병이나 미국병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리신들, 내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모든 것을 이겨내리라 생각한들,
지금 현 상황에서 님이 가진 패는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너무 부족합니다.
저도 한때 그랬고, 제 많은 친구들이 그랬습니다만,
유학 가네 마네 고민하고 또 유학 간다고 주변에 여기저기 얘기하고 다니고 그랬다가
결국 조용히 유학 얘기가 쏙 들어가고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정말 많았는데,
어드미션을 받지 못했거나 펀딩을 못 받은 경우가 많았죠.
제가 지금 미국에서 박사하고 있다고 잘난척하는 건 아닙니다.
저는 나름 엄청 준비하고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수없이 많은 리젝 레터를 받고
결국 1년은 자비로 유학하겠다고 나와서 공부하다보니 제가 얼마나 부족하고 미흡했는지
정말 절실하게 깨달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지금 미국에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 건 어쩌면 정말 운이 좋아서가 한 80% 이상인 것도 같고,
결국 유학 못 나왔을 가능성도 또 지금도 공부를 끝까지 못 마치게 될 가능성도 꽤 많으니까요.
얘기가 너무 장황하게 가고 있는데 ㅡㅡ;;
제가 드리고 싶은 얘기는, 지금 님의 현실적인 스펙을 더 냉정하게 보시란 겁니다.
전공도 아닌 박사 어드미션과 펀딩을 받을만한 스펙 (이게 절대적인 조건이 있는 게 아니어서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만)을 갖추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그렇게 해도 어드미션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얼마나 가능성이 있을지,
박사 어드미션을 받는 건 그야말로 그저 시작에 불과하지만
그걸 시작하기가 또 그렇게 쉽지가 않다는 걸 알고도 그걸 준비할 시간을 다 투자할 자신이 있는지도 생각해 보시란 겁니다.
제 얘기가 좀 재수없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도움이 됐으면 좋겠군요.
> > 2010-09-19 21:06:30, '' 님이 쓰신 글입니다. ↓
이 사이트에 눈팅 시작한지 몇주 된 36세 미혼여성입니다.
솔직하고 성의있는 글들 열심히 잘 읽고 있습니다.
실랄한 답변들이 이어질까봐 사실 약간 겁이 나긴 하지만, 마땅히 조언 구할 곳이 없어서 글 올립니다.
제가 아무래도 흔히들 말하는 '학위병(?)' 및 '미국병'에 걸린 것 같습니다. 정확히 말해, 진작에 걸린걸 이제 깨달은 듯 합니다.
대충의 제 정보를 알려 드리자면,
한국에서 학석사를 하고 취직해서 회사 다니다가 병을 발견케 되어 회사를 그만두고
몸을 추스린 후에 자격증 시험 및 통과, 아버지 사업 좀 도와드리고, 제가 할 수 있는 것들로 프리랜서를 해 왔습니다.
병과 관련해서 2년간은 꽤 위험했고(재발가능성), 얼마전 5년이 지나자 담당 의사 선생님과 제가 맘을 놓게 된 상황입니다.
건강이 최우선이란 생각으로 무리하지 말고 지내자고 생각하고 구직 생각은 하지도 않았죠.(지금은 후회되는 부분이지만
그 당시엔 병과 수술에 너무 놀라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위태했던 2년을 무사히 넘기고 나니 갑자기 유학이 가고 싶더군요. 부모님을 간신히 설득시키고 준비를 했는데..참으로 어처구니 없이 준비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전공을 바꿔서 석사를 하려고 했는데, 저의 motivation이 잘못되었는지 어쩐지 준비하면 할수록 점점 오리무중이 되어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냥 눈 딱감고 원서 넣고 감사케도 어드미션 받으면 학교 들어가자 싶었지만, (당시의 막막함이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여하튼 그만 두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3년이 넘게 지난 지금, 또 갑자기 공부가 너무 하고 싶네요. 그것도 석사가 아닌 박사로 가고 싶은 분야가 생겼고. 그 전공관련 서적들이 눈에 미친 듯이 들어옵니다. 연구하고픈 분야가 있는데 디테일하게 뭐냐고 했을때 지금은 대답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관심있는 주제가 몇개 있습니다.(학석사 전공분야가 아닌데 자꾸 끌립니다.)
제가 여러분께 여쭈어 보고 싶은 건,
1) 남들 애 키우고 집 늘려갈 나이에 왜 주기적으로(2-3년) 유학의 욕망이 튀어나오는 걸까요. 제가 철이 덜 든 걸까요?
2) 왜 저는 기업체에 재취업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건지 제 자신이 이해가 안 갑니다. 회사 재직중에 병이 생긴게 저에게
무의식적으로 압박이 와서 제가 피하고 있는 걸까요. 기업체 생활 자체가 저한테 (남들에 비해..남들도 힘드니까요) 정말로
안 맞는 걸까요. 저에 대해 모르시니까 대답하기 힘드신거 알지만, 주변에 저같은 케이스 있으시다면 분석, 조언 부탁드립니다.
3) 유학을 생각하면서 싱가폴이나 홍콩 쪽을 알아보다가, 결국에는 미국으로 눈이 돌아가더군요. 그러고나니, 싱가폴이나 홍콩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미국병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미국을 떠올리면 가슴의 답답함이 풀리는 느낌이 듭니다.^^;; 참고로 미국생활은 학부시절 어학연수 및 몇년전 여행 한 것이 다입니다. 제 또래 사촌들이 미국서 태어나 공부한 애들이 많고, 학부 시절에도 해외파 친구들이 많았다는 것이 영향을 주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미국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기엔 주변에서 미국갔다가 잘 안되서 돌아온 경우도 가까이서 봤고, 미국출신 사촌들도 다 한국으로 돌아왔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기 싫어하는 것도 알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가 미국에서의 짧은 여행 및 학교 생활에서 어땠었나 돌이켜 보니... 한국에선 다소 사람도 가려 사귀고 매사 걱정이 많은 편인데, 미국에서는 친구들도 다양하게 사귀고(국적 불문, 흑인 절친도 있었음.) 매사 적극적이였던 걸로 기억이 나네요.(미국을 좋게 기억하려고 제가 오류를 범한 걸 수도 있겠죠? 아니면, 단지 새로운 환경이 좋아서 일시적으로 그랬을 수도 있구요...) 단, 미국에서 일을 한다던지(일하는 것에 버금가는 박사공부를) 한 적이 없고 장기간 머무른 적도 없어서 제 자신이 미국에서 어떻게 지내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 나이에 네 자신을 모르면 어쩌냐..고 하지 말아 주세요. 평생이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하니까요..
4) 주변에선 왜 자꾸 그리 공부가 더 하고 싶냐고들..이해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학부때 전공 선택에 실패한 케이스라 대학원때 만회해 보려고 공부를 더 했지만 오히려 공부 미련만 더 남게 만들었습니다.(화장실에서 뒷처리 제대로 안 한 기분이랄까요? 아..이런 표현이..죄송합니다.) 어쩌면 집안 가장 노릇하느라 학자의 꿈을 이루지 못한 아버지의 트라우마를 제가 이어받은 건 아닌가 하는..엄한 생각도 듭니다. 이걸 학위병이라고 하나요?
공부를 해서 뭐하려고 하냐..라고 물으신다면. 솔직히 바로 답이 나오진 않습니다. 현재로써는요. 박사라는 타이틀 때문은 분명 아니구요. 그렇다고 교수직? 욕심은 날 수 있겠지만 선망하고 있진 않아요(주변 교수님들의 생활을 알기에..). 그저 자꾸만 석사 논문 준비할때, 학교 도서관 부스에서 책과 복사물 한가득 쌓아놓고 논문쓰던 장면이 생각이 나고 눈물이 납니다..(주책맞게시리..) 한밤중이 되어서야 도서관을 나서며 집에 돌아오던 때의 가벼웠던 발걸음도 그립고..회사 다닐때 매달 사보에 경제 분석글 실던 시절도 생각나고.. 회사 부속 경제연구소에 자주 들락 거렸는데, 그때도 칸막이 쳐진 연구원들의 자리를 멍하니 쳐다보며 막연히 부러워했던 것도 기억이 나네요. 그렇다고 세상을 바꾸거나 밝히겠다..이런 원대한 소망이 있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참으로 창피하게도 명확한게 없네요.^^;;
석사까지 하고보니 제 자신의 학업능력은 나름 객관적으로 파악이 됩니다. 공부자체는 남들보다 특별히 잘 한다고 할 순 없었구요. 120~150의 노력을 하면 100의 결과가 나오는 정도의..굳이 분류하자면 노력파쪽에 속합니다. 좋아하는 과목이나 분야는 집중해서 꼼꼼하게 파지만, 관심없으면 공부를 해도 점수가 절대 안 나오는 스타일입니다.(그래서 학부 성적이 좀 별로입니다.) 제가 수능 첫학번인데 과거 학력고사였다면, 대학 못 갔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이런 제 학업 능력과 스타일이 박사 과정 학업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요?
사실, 나이 걱정도 적잖이 있지만 남들보다는 나이에 큰 의미를 부여 안하는 편인 듯 합니다. 그리고, 경제적인 부분은 펀딩만 잘 되면 약간의 생활비는 부모님이 주실 수 있을 듯 합니다.(펀딩 못 받으면 안 가려고 합니다.) 기나긴 박사 과정 중의 경제적인 힘듦과 관련해서는, 제가 지난 몇년간 적잖이 경제적으로 빠듯하게 살아서 제 자신만 컨트롤 하면 크게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을 것 같구요.
가장 걱정인 건, 건강인데.. 제 성격이 좀 예민하고 다소 강박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학석사 공부할 때는 이런 점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은데, 박사는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여하튼, 이런 성격때문에 병이 생긴게 아닌가 싶고 재발 가능성은 상당히 떨어졌지만, 한번 병에 걸리고 나니 건강에 대한 두려움은(건강한 분들의 상상 이상으로) 큽니다. 운동 다닐 때, 미국에서 박사하시고 한국에서 교수 하시던 여자분이 암을 두가지나 걸려서 고생하시는 걸 본 적이 있어서..정말 건강..이 부분은 두렵습니다. 게다가 30 중반에 접어드니 체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도 맘에 걸립니다.
님들의 소중한 의견 및 조언 부탁드리겠습니다. 조언 써 주실 분들께 소중한 시간 내 주심에 미리 감사드립니다. 꾸벅..
미국병에 걸린 사람인데요..
어떻게해야 치료가 되는지 아시는분 있나요?
나이는 30대 중반인데, 사실 20대 부터 유학생각을 쭉 해왔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동기가 있는거 아니고 그냥 막연히 외국에서 생활을 해보고 싶은거라
그냥 대충 계획을 좀 세우다가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해지고, 그러다 취직하고 결혼하고
그러면서 포기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여전히 미국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오히려 요즘에 미국생각이 더 간절합니다.
이제 못가면 정말 못갈거란 생각이 드니 애가 타는데, 여러 현실적 문제들이 계속 발목을 잡고
(특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점이 큽니다.)
또, 성격상 모질지 못해서, 직장생활하면서 여러 준비들을 할려니 엄두도 안나고..
출퇴근만해도 피곤한데, 여기에다 잠을 줄여서 GRE, TOEFL을 준비할려니 막막하네요.
그냥 쉽게 지원해서 탑스쿨에서 쉽게 어드미션받고, 풀펀딩에 생활비까지 풍족하게 받고
퀄통과도 쉽게 하고, 학위받고 돌아오면 앞날은 창창하게 보장받고...그러면 참 좋겠는데..
현실은 무겁고, 미국병은 치료가 안되고...허, 참..
어쩌죠?
아, 전공은 경제학이고, 국내에서 석사까지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