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글을 올리는 hakumata입니다.
거의 1주일 만인데,
일이 없었던 게 아니라 너무 많아서 글을 시작할 엄두를 못내고 있었답니다.
저는 현재 대학 졸업 후 4개월 가까이 지속되었던 길고 긴 여름 방학을 끝내고
다시 데이비스 익스텐션 센터의 신입생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아주 간략하게(?) 제가 어떤 곳에서 공부하게 되었는지 설명해드릴게요.
그러나 그보다 먼저
제가 왜 여기에 왔는지부터 말씀드릴게요.
처음에 '미국에 오자!'고 생각했던 건 시크남 때문이었어요.
시크남이 그토록 원했던 교환학생에 선발 되었을 때, 그리고 UC-Davis로 오게 되었을 때,
그는 기뻐했지만 동시에 망설였어요.
왜냐하면 저와 1년이나 떨어져 있어야했으니까요.
그래서 매일 밤 자기 전에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고 합니다.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갈까? 에잇, 가지말자!'
옆에서 보던 저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헤어지긴 싫지만 저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던 것을 포기해야만 한다면 그것도 괴로울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고민하는 동안 시간이 흐르고 있었지요.
그 때 저는 대학을 모자라는 토익 점수와, 모자라는 학점 때문에 졸업하지 못하고
(둘다 1점/1학점 차이로 그렇게 되었으니 아마 이렇게 될 운명이었나봐요^^;)
9차 학기를 다니고 있었어요.
저는 그 때까지 수능을 위한 영어 공부 말고는 거의 영어 공부를 한 적이 없는 상태였고
영어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감과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었지요.
하지만 마지막 학기에 저는 한 선생님을 만나면서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그 분은 저희 학교에 새로 오신 영어 선생님이었는데,
쉽게 말해 영어 점수가 모자라서 졸업 못하는 애들을 구제해주시러 오신 분이셨죠.
하지만 그분은 그렇지 않으셨어요.
저를, 그리고 다른 학생들을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어른으로 대해주셨답니다.
수업도 훌륭했지만 매 수업마다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해주셨죠.
그래서 졸업 후 진로도 결정 못하고
(대학원 원서 접수는 했었지만 떨어질 게 거의 확실하던 차였어요)
영어 실력도 형편 없어서 미래가 암담했던 저는
시크남과 함께 캘리포니아행 비행기를 타기로 결정합니다.
그게 4개월 전이에요.
하지만, 어디 미국이 제가 가고 싶다고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곳인가요?
준비해야 될 것도 많고 돈도 많이 들고 무엇보다 부모님 허락이 필요했지요.
저와 시크남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1. 다짜고자 미국에 간다고 하면 부모님이 허락해주시지 않을거야.
2. 여동생도 싱가폴에 가잖아. 두 명이나 해외에 보내는 게 쉬운 일을 아닐걸?
3. 돈은 어디서 구할건데?
4. 무엇보다 우리 결혼도 안했는데 같이 간다고 하면 당연히 반대하시지 않을까?
부산(저의 부모님이 계신 곳)에 내려가기 전까지 엄청 걱정하면서 준비를 했지요.
그리고 5월 어느 날.
저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부산행 KTX를 탔습니다.
그리고 두근거리며 어머니께 저의 계획을 말씀드렸죠.
'엄마... 나 미국에 갔다 올게요..............☞☜'
하지만 저희가 고민한 시간과 걱정이 무색하게도 저의 어머니께서는 쿨~하게 승낙해주셨답니다.
지금도 어떻게 그렇게 쉽게 O.K하셨는지 의문인데....
아마도 어머니께서 평생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희생하면서 사셨던지라
자식인 제가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를 바라셔서 그러셨던 것 같아요.
그렇게 허무하지만 기쁘게 프리젠테이션(?)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되었지요.
돌이켜보니 부모님의 허락은 단지 선발게임 같은 거였어요.
미국 F-1비자를 받기위해 저희가 치뤄야 했던 시간, 비용, 노력은 정말 상상 이상이었답니다.
그리고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고 / 미국에서 1년 동안 살 집을 구하고 / 학교에 등록하고
보험 가입하고 / 휴대폰 만들고 / 제가 살던 집을 처분하고 / 기르던 고양이의 거처문제를 해결하는 등
미국 오기 전 얼마 간은 정말로 정신이 없었지요.
('ㅡ ' );
특히 저는 제가 살던 집의 보증금을 빼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로
부모님과 얘기해 두었는데,
이제 겨우 대학이나 졸업한 제가 부동산에 대해 뭘 알았겠어요...;ㅁ;
아마 시크남의 가족들과 유학원 대리님을 비롯한 다른 많은 분들이 아니었다면,
저흰 그 많은 일을 다 감당할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평범하고 미국이란 나라와는 백만광년쯤 떨어져 있던 저는
우여곡절 끝에 지금 이 곳에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오게 된 계기와 과정이 어떻든 간에
저는 지금 여기서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우며 살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생각합니다.
만약 저희가 미국에 갈 수 없는 많은 이유들을 걱정하면서 준비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거라고요.
일단 '가자!' 고 결정한 이후로 저희는 갈 수 있다는 생각만 가지고 준비했었습니다.
아마 그런 믿음이 저를, 그리고 저희를 여기에 있을 수 있게 해 준 이유가 아니었을까요?
+ 너무 글이 길어져서 지금의 제 상태는 다음 글에서 마저 이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