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일 아침.
전날 새벽 4시까지 짐을 싸는 바람에 세시간 정도밖에 잠을 못자고 일어나야 했어요.
11시에 탑승하는 비행기여서 7시에는 일어나 준비를 해야되었거든요.
근데 일어나보니 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고,
땅에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떨어져 있었어요.
알고보니 자고 있던 그 사이에 태풍이 와서 비행기가 결항되니마니 했다나봐요.
그래서 걱정을 하면서 일단은 출발을 했어요.
산본에서 공항리무진을 타고 가는 길에도 비가 계속 와서
'비행기 못 뜨는거 아닌가?' 하면서 계속 걱정을 했지요ㅠ_ ㅠ
그런데 서해대교를 지나자마자 신기하게 비가 그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리고 점점 날이 개어 햇빛이 비치기 시작했어요.
초조하게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날이 개니까 너무 기뻤어요.
평소 살 타는 걸 너무 싫어해서 햇빛을 피해다니고는 했는데,
그날은 햇빛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라구요.
아마 이번 캘리포니아 생활의 수호신이 되어 줄 우피유피 덕분인지도 몰라요.
저는 이런 미신 같은 걸 좋아해서 화장실에도 수호신을 두고 DSLR에도 수호신을 달아줬거든요.
이번에 떠나면서는 이 녀석을 저만의 수호신으로 삼았더랬죠.
좀 이상하게 생기긴 했지만;
공항에 내리자 비는 완전히 그쳤고 햇빛도 쨍쨍!
버스에서 짐을 내리고 카트에 실었습니다~
두 명분의 짐이 거의 100kg에 달했어요.
사실 어제 그렇게 늦게까지 짐을 싼 것도 항공사에서 정해놓은 수화물 규정때문에 그런 거였거든요.
23kg이 넘으면 추가운임을 내야된다고 해서 걱정을 엄청해가지구ㅠ_ ㅠ
짐을 다 싸고 보니 수화물로 보낼 가방 4개(92kg)에 비행기에 가지고 탈 가방(20kg 정도?),
그리고 DSLR이 들은 카메라 가방들까지!
엄청나게 많은 짐이 나왔죠.
둘 다 카트를 하나씩 끌고 첫번째 비행기 티켓을 발권받으러 갔어요.
인천국제공항을 몇번 방문했었지만 이번에도 너무너무 설레었어요!
다행스럽게도 짐은 초과되거나 하지 않았지만,
일찍 오지 않아서인지 창가자리는 없다고 하셨어요 OTL
지금까지 쭉- 사이드에 있는 자리에만 앉아와서 다른 사람이 옆에 있게 되는 게 처음이라
조금 실망했었답니다.
비록 티는 낼 수 없었지만;ㅁ;
아무튼, 짐 잘 보내고 티켓 잘 받고 돈 찾아서 환전하고 부모님께 전화하고 나니
비행기에 탑승할 시간이 다 되었더라구요.
처음 비행기를 탈 때는 왜 두세시간 전에 도착해야되는지 잘 몰랐는데,
비행기 한 번 타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았어요.
면세점이 있는 곳으로 들어오기 전에 가방이랑 몸 수색을 하는데,
남자친구님의 가방에서 100ml가 넘는 샴푸와 치약이 나와서 어쩔 수 없이 버려야했답니다.
그리고 드디어 아시아나 탑승 게이트에 도착!
국내 항공사는 탑승 게이트가 따로 있는 탑승동에 있는게 아니라 내부에 있는 것 같더라구요.
시간도 없었는데 그게 참 좋았어요.
비행기를 타고 얼마 안있으려니 기내식을 줬어요.
일본까지 2시간 정도니까 앉아서 밥 먹고 내릴 때 필요한 입국심사카드를 쓰면 도착할 것 같더라구요.
하지만 기내식은 맛이 없었어요OTL
익힌 브로콜리를 한 입 먹고 정말 속이 안좋아질 정도였답니다.
해산물 종류에 튀김 옷을 입히고 소스를 묻힌 것도 비리고 생두부도 비린 바람에
기내식을 좋아하고 기대했지만 거의 먹지를 못했어요;ㅁ;
이럴수가!!
남자친구님은 그 와중에 옆에서 두부에 간장으로 미술공부를 하고 있었어요ㅇㅡㅇ
일본 나리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승무원을 따라 공항을 엄청 빠르게 빠져나갔답니다.
수속을 하고 비행기에 타지 않는 승객 한 분 때문에 비행기 이륙 시간이 무지하게 늦어졌었거든요.....
대체 그 분은 왜 안타시고 짐만 태우셨던건지.....
승무원 언니가 국제선 타는 버스를 타라고 말해주고 간 후
전 컨버스를 벗고 조리로 갈아신었어요.
아침에 비가 와서 컨버스를 신은 거였는데.. 역시 비행기 탈 땐 조리가 짱인 것 같아요!
나리타 공항에서 국제선 타는 곳까지 이렇게 버스를 타고 갔어요.
그리고 아메리카 에어라인 체크인 하는 곳에 가서 e-ticket을 보여주고 보딩패스를 받았지요.
드디어 영어쓰는 사람을 만나서 무척 떨렸어요. 웁스
원래는 비행기 타기 전까지 대기 시간이 꽤 길었지만-
아까 안 탄 그 승객의 덕분으로 대기 시간 거의 없이 로스앤젤러스 행 비행기를 탈 수가 있었어요.
이 녀석들은 아까 나왔던 저의 우피유피와 남자친구의 강아지에요.
원래는 이름표를 떼지 않으려고 했지만 강아지의 꼬리가 포인트이기 때문에
강아지는 이름표가 없어요.
9시간 가까이 가는 로스앤젤러스 행 비행기 안에서
저는 다섯 좌석이 붙어있는 좌석의 정 가운데에 앉게 되었어요.
하지만 불편함도 기내식이 나오자 잊어버렸답니다^^;
이번 기내식은 상당히 괜찮았거든요....
다만 탄수화물들의 향연인지라 다이어트를 위해 남겼어요.
저는 샐러드를 시키고(그러나 승무원이 저의 샐러드 발음을 알아듣질 못하셨어요OTL)
남자친구는 비프를 시켰어요.
사실 비프가 쬐끔 더 맛있었던 것 같아요.
기내식을 다 먹고나자 얼마 안있으려니 비행기 불을 꺼주더라구요.
승객들은 다 잠이 들고요.
기내식에 수면제라도 탄 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다들 밥 먹고 자는 분위기였어요.
전 일본가는 비행기에서 좀 잤기 때문에 잠이 안와서
좌석에 비치되어 있는 잡지의 스도쿠를 하다가 일기장을 꺼내서 일기를 썼어요.
이 노트는 가을&겨울을 위해서 산 일기장이에요.
하지만 이것저것해도 시간은 더디게 가서 이 화면을 틀어놓고 계속 남은 거리를 확인했답니다.
나리타에서 로스앤젤러스까지 8761km 정도였어요ㄷㄷ
이 화면은 3시간 정도 남았을 때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화장실에 가서 세수도 하고 이를 닦았는데, 필름지에 들은 폼클렌징 샘플을 아주 유용하게 썼어요.
문제는-
세수하고 바를게 아무것도 없었다는거죠; (핸드크림을 얼굴에 바른 여자의 비애ㅠㅠ)
그리고 드디어 미국에 도착했답니다!
정말 화장실 가고 싶은 것도 참고, 배고픈 것도 참고, 피곤한 것도 참다가
해방되어서 만세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그리고 내릴 때 보니까 비지니스석은 좌석이 넓고 좋더라고요.
남자친구가 돈 많이 벌어야겠다고 농담했는데-
좀 진심으로 들렸어요.
공항에 내려서 입국심사를 하러 내려갔어요.
근데 지나가던 승무원이 여기서 사진찍으면 카메라 뺏긴다고 했어요.
그것만으로도 떨렸는데-
그 분이 영어로 말해서 더 떨렸어요.
엄마...나 어떡해ㅠ_ ㅠ
수화물도 다 찾고 국내선을 타러 가는데 사람들이 막 공항 앞에 모여있었어요.
그래서 막 뭐지? 하고 보는데 사람을이 소리질러서 봤더니-
소녀시대ㄷㄷㄷㄷ
근데 막 샤이니 플랜카드도 있어서 샤이니 기다리다가 비행기 놓쳤어요.
보지도 못했는데......
픽업해주신 아주머니껜 그냥 짐 찾다가 늦었다고 말했어요. 흑흑.
그리고 로스앤젤러스 공항에서 다음 비행기를 기다렸어요.
기다리는 동안 한국에서 개통시켜 온 휴대폰으로 부모님꼐 전화도 걸었어요.
오후 2시쯤이었는데 한국은 새벽 다섯시인지 몰랐어요.
어쩐지 엄마 목소리가 자다 깬 목소리여서.....죄송했답니다;
마지막으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비행기를 탔어요.
이건 국내선이라 기내식을 안줬어요...;
실망해서 브래드피트 닮은 승무원이 마실거 줄까 물었는데 매몰차게 NO라고 대답하고
창문으로 바깥을 구경했어요.
(사실 음료가 유료일 줄 알아서; 기내 방송에 막 2달러, 5달러 하길래...)
하지만 하늘만큼은 정말 예뻤답니다.
이 비행기 창이 커서 하늘 구경하기에 딱이었어요!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서 수화물 찾기를 마지막으로 아주아주 길었던 여정이 끝이 났어요.
처음으로 다른 대륙으로 건너와 본 건데 상상이상으로 너무 힘들어서-
설레임이고 뭐고 느낄 기운도 없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