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처음 올땐 꿈이 컸다.
대단한 연구를 해서 세상에 날 드러내겠다고 생각했고
4년안에 졸업할거라 생각했고 여기저기 대학에서 날 찾을 거라고 생각했다.
같은 학교에서 예쁘고 착한 여자친구도 만나 결혼도 하고
왜 그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내 현실은
벌써 내가 공부를 이렇게나 많이 했나 하고 놀랄 정도의 연차
몇편 안되는 논문
망가져가는 몸매
10년전이나 같은 통장 잔고
전혀 늘지 않는, 오히려 퇴보하는 영어 실력
사람과 제대로 이야기해본게 몇년 전인지 알 수가 없다.
대화를 나누지 않으니 점점 더 어눌해져 간다.
영어도 못하고 한국어도 못한다.
발음도 이상하게 2년차 이후로 개판이 되어 간다.
혼자 있어 남의 말을 못들어서 그런걸까?
교수 도움 없이 논문 글 쓰기도 너무나도 힘들다.
첫 논문은 단 하루밤을 새서 모든 글을 썼는데
이젠 생각이 정리가 안되고 글은 횡설수설 방향성이 없다.
단 하루도 맑은 정신으로 공부를 해 본 적이 없다.
항상 안개속을 걷는 느낌이다.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힘이 들어 일부러 정신 집중을 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자존감이 추락함이 힘들다.
어떠한 좋은 피드백도 오지 않는데 스스로 자신을 좋게 생각하긴 힘들다.
좌절에 좌절에 좌절의 연속이다.
정신차려야지 하면서도 다음날 아침 일어나면 아무 생각이 없다.
그냥 기계적으로 자리에 가서 일을 하다 시간이되면 집에 간다.
정말이지 패배자같은 생각이지만 크게 후회를 하고 또 후회를 한다.
왜 난 유학을 왔을까?
왜 난 이런 루저같은 삶을 살고 있을까?
연구는 너무 어렵다.
너무 좋은 아이디어 인데 실험을 해 보면 생각과 다르다.
분석도 되질 않는다.
뭐가 이따위인건지.
차라리 어릴때 높은 꿈을 가지지 않았었으면 하고 후회한다.
왜 난 나 자신을 그렇게 대단하게 생각을 한 걸까?
왜 난 내가 무언가를 연구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걸까?
회사 다닐때가 참 행복했다.
매일 고민이라곤 오늘 점심은 뭘 먹지? 오늘 저녁은 뭘 먹지?
그래도 사람들은 모두 날 좋아했고 인정받았다...
지금은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몇이 없다.
전화도 안오고 메일도 안오고 카톡이나 페이스북엔 생일이 아니면 아무 메시지도 없다.
주말에 만날 사람도 없고 혼자서 집 청소를 하거나 랩에서 냉동식품 데워먹으며 일이나 한다.
요즘 어떤 일련의 일들로 내가 A급 리서처가 될 순 없구나 하는걸 깨달았다.
앞으로의 내 인생은 B급이다.
A급이라고 믿었었지만 B급이다.
아니 C급일련지도 모른다.
'패배자'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