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특파원 3기 노하우칼럼]_#3_어떻게 현지인과 친구가 될까?
1년 동안 터키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했습니다. 터키어를 하지 못하지만 모든 수업은 영어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저는 학교 안에서 친구들과 영어로 소통했습니다. 덕분에 기숙사에 거주하며 1년 동안 친구들을 정말 많이 사귈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같은 교환학생이나 정식으로 유학을 온 국제학생보다는 현지 터키인 친구들이 더 많았습니다.
OT는 중요하다. 하지만….
▲ OT 첫날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
많은 경우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는 첫 주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중요합니다. 모두가 쑥스러워하며 자기소개를 이름, 국적, 전공만 말할 때 정말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적극적으로 저를 소개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덕분에 그날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었습니다.
그 후 거의 모든 OT 행사에 다 참석했고, 학기가 시작한 이후에도 1학기에는 웬만한 행사에 다 참여했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뭔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곳을 가니 좋았지만, 이게 뭔가 그냥 노는 분위기였습니다. 또한 사실 현지인 학생들도 바쁩니다. 저는 매일매일 참석해도 결국 대부분은 종종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편하게 오고 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부하다가 과제를 하며 친해지지도 못하고 관심사를 가지고 대화하는 것도 아닌 이 상황을 타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그냥 노는 것으로 1년을 채우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끼리끼리 어울리는 성격도 아닙니다. 편하게 혼자 다니면서 이곳저곳 친한 사람들을 군데군데 두는 성향이기 때문에 굳이 외국에서도 모임에 얽매이지 않았습니다.
인정받고, 관심받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OT와 여러 모임에 참석하면서 생각을 조금 달리한 후, 저는 이렇게 했습니다. 우선 기숙사 로비에서 매일매일 공부했습니다. 복습, 개인 공부, 원고 제출, 별도의 영어 공부, 여행계획 등 수업을 마치고 항상 밤늦게까지 묵묵히 제 할 일을 했습니다. 로비에서 터키 학생들이 자유롭게 대화하거나 과제를 할 때, 저 역시 노트북과 노트를 두고 제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 나중에는 지구촌 특파원에 올릴 글도 로비에서 쓰기도 했습니다.
▲ 4시간 동안 질문했던 신입생들
학기가 시작한 9월부터 12월까지 그렇게 공부하다 보니 먼저 말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매일매일 무엇을 하느냐는 것입니다. 공부하고 있다고 말하니 무슨 공부를 하고 있냐고 다른 질문이 이어졌고, 왜 터키에서 공부하게 되었는지, 터키에서 사는 것은 어떤지 굉장히 원론적이고 기본적인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때마다 굉장히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답변하다 보니 대화가 길어졌고 계속 새로운 사람들이 앉기 시작했습니다.
▲ 공부하다가 친해진 친구 둘
▲ 그 둘의 친구와 함께한 저녁식사
한 친구는 공부하다가 제 옆자리에 있는 콘센트를 써도 되겠냐고 잠시 대화하다가 3시간 동안 아무 말 없이 각자 공부한 적이 있었습니다. 너무 힘들어 보이길래 힘내라는 말을 가볍게 던졌습니다. 그런데 대뜸 사실 정말 궁금했는데 혹시 한국에서 왔냐고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말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나가는데, 다른 친구 한 명을 또 부르더니 저에게 소개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드라마를 정말 많이 보았다고 말하면서 또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 같이 수업을 들었던 한데(왼쪽)과 그녀의 사촌 야란(오른쪽)
학교 수업도 정말 열심히 들었습니다. 수업 내용마다 놓친 PPT를 교수님께 찾아가서 찍었고, 다시 정리하며 복습했습니다. 시험에 조심스럽게 부탁하는 친구에게 수업자료를 보여주고, 부족한 부분은 같이 공부하다 보니 어느새 많은 친구가 저에게 부탁하기도 했습니다. 학기가 끝나고 다 같이 점심 식사를 같이할 때, 같은 반을 듣던 친구들이 저를 불렀습니다. 조별과제, 중간고사, 기말고사 모두 최선을 다하면서 성취를 이루어냈고, 기꺼이 도움을 주며 한 학기 동안 고생하다 보니 서로 알게 된 것이지요. 다음 학기에도 같이 볼 수 있었다는 말을 하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지기도 했습니다.
▲ 룸메이트의 친구가 소개한 친구의 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덕분에 주로 저는 기숙사에서, 그리고 학교 수업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행을 갈 때 그들이 소개해 준 타지 친구들을 만날 수도 있었습니다.
좋은 일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곳에서 영어로 소통하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으며, 어디까지나 이방인이라는 벽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한 친구가 같이 조별과제를 하고 싶다고 말해서 알았다고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수업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확인하니 보니 갑자기 2인 1조가 원칙인 과제에서 3명이 같이할 수 없을지 질문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학과를 전공하는 학생이 이 수업에서는 자신 외에는 친구가 없다고 본인이 그 친구를 챙겨주어야 할 것 같다는 말과 함께였습니다. 그 새로 들어온 친구가 너무나도 당당하게 미안하지만 나는 이 수업에서 알고 있는 친구가 없다는 말을 무례하게 하는 것을 보고 알겠다고 말하고 다른 폴란드 친구와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로비에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어 자리에 앉은 후 특별한 용무 없이 터키어로 제 친구에게 대화를 시도할 때도 있었습니다. 먼저 대화하고 있는 저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지요. 이런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약속에 늦거나 아예 나오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외국인이자 이방인이기 때문에 그만큼 호기심 가득하고 궁금해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다지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본인들끼리 사이가 매우 어색하고 좋지 않은 때에는 그 사이에서 난처했던 적도 있습니다. 제 생일날 저는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생일 파티를 해주겠다고 해서 알겠다고 대답했는데(한국인들끼리 가볍게 보낼 생각이었기에 굳이 친구들을 모아 파티를 하지도 않았습니다.) 정작 당일에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제 생일 전날, 같이 어울리던 친구 둘이 서로 싸워 서로 얼굴도 보지 않는 사이가 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개의치 않고 지금까지 따로따로 연락하지만, 당시에는 황당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모두를 남길 수는 없지만, 그래서 모두를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필요하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만족합니다. 나중에 터키인 친구가 (비록 터키어를 못 하지만) 관광객이나 유학생이 아닌, 정말 이곳 사람처럼 잘 어울렸다고 말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런저런 일들도 많았지만 그러려니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차피 모두를 남길 수는 없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그런데 누가 내 친구가 될지, 누가 내 친구가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항상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평상시 생활 습관을 그렇게 만든다고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살다 보니 어떻게 인간관계를 조율할 수 있었습니다. 2학기에는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여행했습니다. 여행을 돌아오고 다시 기숙사에서 공부한 후 학교 수업에 참석하면서 오히려 친구들을 개개인으로 만날 기회를 많이 얻었습니다.
바쁘더라도 조율하며 볼 사람은 막상 적다는 점을 알게 되고, 열심히 살고 새로운 것을 보았기 때문에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구체적인 목표와 일정에 대해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정말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습니다. 다른 이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고 본받을 사람이 되면서 제가 정중하게 도움을 요청할 때 좋은 관계가 유지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렇게 생활을 유지하면서, 여행 전 친구들에게 연락과 정리하며 따로 시간을 내서 만나면서, 터키 귀국 후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연락하면서 자연스럽게 관계가 만들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굳이 미워하거나 섭섭할 필요는 없지만, 덤덤하게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내가 바쁘게 살다 보면 주변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 6일 근무하고 하루 휴일에 시간을 내준 경찰 친구, 대학원 석사 합격통지를 받은 친구와 함께 출국 이틀 전
6일 근무를 하고 일요일에 쉬는 친구, 어머니가 아프지만 잠시 시간을 내서 인사하러 나온 친구, 솔직하게 자신의 일정을 말하고 같이 조율하고 만난 친구들을 돌이켜 볼 때, 결국 중요한 것은 태도입니다. 외국도 사람 사는 곳입니다. 자신의 일상이 바쁘고, 할 일 없이 굳이 연락할 필요가 없으면 그 관계는 오래 이어나가지 않습니다. 단순히 관광이 아니라 무언가 성취를 이루고 다시 이야깃거리를 가득 안고 터키에 방문해서 2주 동안 편히 쉬며 인근 섬을 오고가며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다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주고 싶은 말을 짧게 정리한다면
첫째, OT는 중요하지만, OT 후에는 스스로 헤쳐나가야 합니다. 모임에만 얽매이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놓칠 수 있습니다.
둘째, 주어진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학우들과 어울리는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교환학생도 학생입니다. 정규 학생들과 떳떳하게 경쟁하여 성취한 후, 당당하게 그들과 대화하고 어울려야 합니다.
셋째, 기숙사에 머무르는 것과 따로 방을 얻는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숙소 선택을 고려해야 합니다. 기숙사에 머무르게 되면 일상 자체를 현지인과 함께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통제된 환경과 비싼 비용은 감수해야 합니다. 따로 방을 구한다면 가격을 절감하고 편안하게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 수 있지만,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넷째, 내가 도움이 되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저 신기한 외국인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섯째, 종종 서운한 일을 겪더라도 내색하지 않고 모두에게 덤덤하게 열린 자세를 지향해야 합니다. 평상시에 항상 모두에게 잘할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