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GRE 온라인 시험 중 컨닝 의혹을 받아 강제종료 받고 오프라인으로 재시험을 본 제 후기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글을 올립니다.

일단 저는 해커스 4-5월 수강 후 6월 한달간 복습하고 7월 중순까지 저 나름대로의 라이팅 템플릿을 외우며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지원하는 학교가 커트라인 없이 점수를 요구한 터라 점수가 그럭저럭 나오면 원샷에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어요

온라인으로 집에서 시험을 시작한 당일 컨디션도 좋고 시험도 잘 풀렸죠

그런데 Issue > Argue > V > Q 이후에 주어지는 쉬는 시간 10분 동안 문제가 일어났어요

먼저 카메라로 감독중인 온라인 감독관(이하 프락터로 표기)에게 화장실에 가도 되는지 채팅으로 물어본 이후에 허락을 받고 나서 화장실에 갔어요

그런데 화장실에 있는 동안 갑자기 컴퓨터에서 감독관이 뭐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거리가 멀어서 내용은 알 수 없었고, 감독관이 의미 없는 혼잣말을 할리는 없고 뭔가 중요한 공지였을텐데 이미 자리를 비운 뒤인지라 뭘 얘기했는지는 의문입니다.

저는 허락을 받아서 화장실에 왔으니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다시 자리에 앉았어요

이번에는 옆방에 미리 준비해둔 물을 마셔도 되는지 프락터에게 채팅으로 확인 후에 물을 마시러 이동했어요.

이때 옆방으로 통하는 문은 카메라에 잡히는 위치였고 (홈테스트의 경우 다른 방과 통하는 문이 카메라에 보이게끔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그 방에 놓여 있던 물을 마시고 자리로 돌아왔어요 (약 30초 소요)

이 때 물이 있던 곳에는 제 스마트폰과 공부하던 자료가 놓여있었는데 당연히 시험 보는 방에 둘 수 없으니 옆방에 둔 것이었고 카메라가 비추는 각도여서 (책상위 물건은 안보이지만 그 앞에 서있는 내 모습은 카메라로 보이는 각도) 저 또한 감출 것 없이 당당히 카메라가 보이는 각도에서 물을 마시고 돌아왔어요.

프락터는 쉬는 시간 이후의 시험 환경 검사를 위해 다시 방 주변과 의자 밑까지 구석구석 카메라를 비추게 했고, 아까 물을 마셨던 옆방의 책상까지 보여달라며 요구했어요.

이후 몇분 후 재개 되어야 할 시험 화면이 뜨지 않고 프락터에게 재개 시점을 문의 했을 때는 미안하다며 기다려 달라고만 답이 왔어요. 그렇게 30분 정도가 딜레이 되었을 즈음 또 다른 담당자가 갑작스런 채팅을 보내왔어요. 쉬는 시간 폰 사용을 했기 때문에 시험을 강제종료한다는 내용이었죠

너무 당황한 나머지 저는 녹화 영상을 확인해보라고, 쉬는 시간에 물 잠깐 마시는 동안 무슨 컨닝이냐며, 상식적으로 뭐라도 시도 했으면 화장실에서 안보이게 할 수도 있는 걸, 카메라가 정면으로 보이는 위치에서 물마시는 동안 했겠냐고 채팅을 보냈지만 프락터는 ETS는 폰사용에 대한 강력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는 말로 일관하며 시험을 일방적으로 종료시켰어요

나중에 오프라인 시험에서 알게 된 내용이지만 폰에서 진동만 울려도 부정행위로 간주될 만큼 폰 보관에 대한 강력한 규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어요. 만져도 안되고 보여도 안된다고 생각하시면 편해요. 1초라도 습관처럼 만지면 컨닝입니다.

온라인 시험의 경우 쉬는 시간 10분 동안 간단한 음식을 먹거나 음료를 마실 수 있고 (오프라인도 마찬가지) 화장실도 다녀올 수 있어요. 그런데 애매하게 화면에 잡히는 곳에서 물을 마셨다가 그곳에 있던 폰과 공부 자료들을 들춰 봤다는 의혹을 남긴 것 같아요.. 폰 및 공부 자료는 아예 또 다른 방에 두거나 보이지 않는 위치에 넣어두길 추천해요.

시험 강제 종료 직후 저는 ETS 국내지사와 미국본사 모두에 이메일로 연락을 취했어요. 그러나 부정행위 의혹에 대한 재심의 경우 윤리위원회(아마도 약어로 OTI)로 연락해야 한다는 답장을 받았어요.

문제는 윤리위원회에서 메일을 아예 안보는 경우도 많고 금방 처리해 주겠다고 하곤 함흥차사일 경우가 많다는 거에요.

심지어 담당자가 자기 이름을 알려주며 주말 안으로 결과를 받아볼 수 있을거라고 해놓곤 한달 넘게 연락이 없고 제 문의 메일도 확인하지 않는 상태로 하염 없이 기다리며 지쳐가는 중이었어요

ETS 본사와 윤리위원회 두 곳에 독촉 메일을 동시에 보냈을 때 그나마 윤리위원회에서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시험 관련 문의가 이례가 없을 만큼 폭주하고 있으니 양해를 구한다는 답장이 오곤 했어요.

야속하게도 ETS 윤리위원회의 사건 처리는 신속하지 않았고, 결국 3개월만에 기존 시험은 단순 취소 처리가 되어 다시 재결제 후에 시험을 볼 수 있는 상태가 되었음을 고지 받았어요.

기다리는 동안 학교마다 waive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안된다는 답변을 받았고 심지어 캐나다의 많은 학교도 IELTS가 아닌 토플을 필수적으로 요구했기에 유학 가능 여부 자체가 불확실해진 상황이었고 재시험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GRE 공부를 붙들고 있는 것 자체가 넘나 힘들고 지치는 세달을 보냈어요. (혹시 지금 그런 상황이신 분들 힘내세요!ㅜㅜ)

두 번째 시험에서는 의심 받지 않고 확실히 끝내자는 맘으로 오프라인 시험을 선택했어요

첫 번째 시험에서 밀도있게 준비해왔던 것과는 달리 두 번째 시험에서는 지치기도 했고 감도 많이 줄었던 것 같아요. 공부했던 기출 중 TC에서 한두 문제가 나왔지만 전체적으로 첫 시험보다 난이도가 어렵다고 느꼈어요

마음을 비우고 시험을 안전히 끝내는 것으로 목표를 바꾼 터라 결국 고득점까지는 아니었지만 잘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혹시나 저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분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온라인 테스트와 오프라인 테스트 장단점에 대한 주관적 비교 평가를 남깁니다.

Online 장점
1. 익숙한 공간과 컴퓨터에서 편하게 시험을 볼 수 있음
2. 날짜와 시간을 언제든 자유롭게 선택해서 볼 수 있음
3. 프락터 한명이 내 스케쥴에 맞춰서 실시간 감독을 해줌에도 시험 가격은 오프라인과 동일

Online 단점
1. 스스로 컴퓨터 조정, 공간 정리, 필기 용품을 준비해야 함 (A4가 들어 있는 투명 파일과 보드마카)
2. 생각보다 프락터 마이크 음질이 안 좋거나 지침이 잘 안들려서 헤맬 수 있음

Offline 장점
1. 신분증만 가져가면 모든 준비를 직원 분들이 친절하게 해줌 (로그인 마저.. 펜과 종이도 제공)
2. 각종 기기와 장소를 준비할 필요 없음

offline 단점
1. 여러 사람이 같이 시험을 치름. 이 때 동시 입장 및 시작이 아니라 일찍 온 사람이 먼저 시작할 수 있음. 따라서 늦게 들어온 사람이 자리 잡는 소음, 타이핑하는 소음 등이 먼저 들어온 사람에게 방해될 수 있음 (귀마개 무료 지급, 10시 예약 기준 대부분이 들어간 이후 9시 50분 정도에 입장 추천)
2. 이동의 불편함(길찾기, 추위/더위, 이른 기상 등)을 감수해야 함

이상 후기를 마칩니다.

부디 시험 잘 치르시고 코로나 시기의 불편함과 불확실함 가운데서도 목표를 잘 이루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