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정리 하자면,
1) 요즘 한국에서는 컨설팅 경력을 옛날만큼 인정 안하기 때문에, 컨설팅에서 2-3년 굴렀다고 해서 대기업에서 프리미엄 주면서 데려가지 않는다.
2) 다들 알다시피, 한국 컨설팅은 매주 80-100시간 사이로 일시키기로 유명한 '살인 업무강도' 그 자체. 미국 맥킨지 다니는 내 대학 친구가 그러다라. 그 녀석의 상사 (미국 맥킨지 파트너) 의 말로는, 세계 전체에서 한국과 일본 맥킨지 오피스가 젤 일이 빡세고 직원들 만족도 최악인것으로 유명하다고.
3) 일이 워낙 빡세다 보니, 대부분 컨설팅 2-3년 하다가 그만 둔다는 것은 알테고.
4) 자, 그럼 업무강도를 떠나서 업무 질의 자체. 컨설팅 에서 하는 업무의 90%는 파워포인트 보고서 만드는 상당 단수 업무. 아직까지 많은 대학생들과 초년생 직딩들이 컨설팅에 대해 동경과 환상이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는것 같은데. 한번 제대로된 컨설팅 들어가서 인턴이라도 몇달 해보던지. 실제로, 많은 컨설턴트들의 결과물 들은 대기업 (클라이언트) 사이드 에서 결국 실행 안하는 케이스가 대부분 이고, 또한 만약 실행한다 해도 컨설팅의 결과물들은 클라이언트 들의 원래부터 존재했던 기업 전략 방향의 validation 이상 이하도 아닌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클라이언트가 원래 할라고 했던 것을 컨설팅이 하는게 옳다고 "확인"해줌으로서, 만약 일이 나중에 잘못되도 클라이언트는 (대기업 상사들) 컨설팅 업체한테로 비난을 돌릴수가 있다) 컨설팅 가고 싶은 이유가 거기 가서 뭔가 멋지고 세상을 바꿀것만 같은 섹시한 기업 전략가로 활동할수 있을거 같아서이면, 정말 크게 실망할 것이다.
5) 한국 컨설팅 입사해서 몇년 구르다가 대기업 갈거면. 미국 MBA 는 정말 가치가 있는 것인지.. 그냥 그 비싼 공부 안하고 대학 졸업하고 대기업 입사해서 공백기간 없이 일만 해도 비슷한 위치에 갈수 있는데..
그럼 컨설팅이 별로라면, 나는 왜 미국 MBA 왔냐고? 나는 컨설팅이고 뭐고 떠나서 미국 현지 취업이 목표였다. 미국 대학 졸업하고 한국에서 취업해서 일하는데 정말 숨막히더라. 처음에는 나도 한국의 외국계 컨설팅에서 2년 일했다. 그후에 한국 대기업 에서 4년더 일했고. 한국 컨설팅은.. 뭐 일이 너무 빡세서 잠도 제대로 못잤던거 같다. 연봉 5천 조금더 받으면서 매주 90시간 일하니깐 정말 살맛 안나더라. 한국 대기업은? 매일 (필요없는) 야근, 비합리적 업무, 상사 눈치, 매주 2번회식, 잦은 주말 출근, 저질적인 월급, 모욕적인 연봉 상승률, 늦어 터진 승진, 사오정의 현실 등등. 그래도 대기업이 한국 컨설팅 보다는 할만 했다.
내가 하고 싶은말: 크게 봤을때, 한국 컨설팅은 진짜 별로고, 거기 갈려고 2억 학비 쓰면서 미국 대학원 올만한 가치가 없다. 다만, 미국/ 홍콩 등의 유수 기업 취업을 목표로 둔다면, 미국 MBA는 당연히 할만한 모험이다.
그럼, 미국 현지 취업은 뭐가 좋은가? 솔직히 나는 미국 현지에서 다들 넘본다는 IBD 나 전략 컨설팅 쪽으로는 못갔다. 나도 미국 top 10 MBA 나왔지만, 거기서도 미국 현지 컨설팅 취업 경쟁은 진짜 살인적 이더라. 하지만 현재 미국 대형 hedge fund 에서 senior data analyst 로 일하고 있고, 한국 직장에서 받던 돈보다 정확히 3배 연봉 받는다. 처음에는 IBD associate 못가서 실망 했었는데, 요즘은 오히려 현재 직장 다니는게 더 잘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돈은 IBD 애들보다 조금 덜 받지만, 매일 5시 반이면 퇴근이고, 여기서 일한지 3년째 인데 아직까지 주말 근무 한번 해본적이 없다. 아 참, 술좀 재법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회식을 안하니깐 회사에서 가끔 좀 심심하고 섭섭한것은 있다. 확실히 한국에서 일할때랑 미국에서 일하는 거랑 정신적으로 차이가 크다. 한국에서 일할때 난 항상 "..이정도 일했는데 이정도 밖에 안줘?" 라고 말했는데, 미국 회사에서 일하면서 드는 생각은 "..이정도 일하고 내가 그렇게 일 잘하는 것도 아닌데 이정도나 줘?" 이거다. 특히, 한국 빡센 직장 문화를 몇년 경험하고 미국 회사 다니니깐 여기 직장은 정말 널럴한거 같다. 물론, 모든 한국 회사들이 동등하지 않고 미국 회사들이 동등하지 않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 이지만 최소 내 경험은 위와 같다. 좀 삶의 여유를 즐기길 원하고, 길게 직장생활 하고 싶고 (미국기업에서는 사오정, 정년 퇴직 같은거 없다), 한국에서 일하는것보다 덜 일하면서 더 큰 돈을 만지고 싶다면, 미국 현지 취업 진심 100번 강추한다. 이것은 컨설팅 이고 IB 고 뭐고를 떠나서 그냥 미국 취업 자체를 목표로 둘만한 가치가 있다는 거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한국 컨설팅 갈바에, 미국 일반 중견기업 가는게 훨 낫다고 본다.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미국 명문대 MBA 왔다고 다 해결되는게 아니다. 특히 미국 현지 취업을 노리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것은, 여기서 살아 남을려면, 정말 networking 이랑 interview prep 열심히 해야 한다. 미국에 제대로된 회사들은 한국 회사들 처럼 본인이 그냥 인터넷 싸이트 들어가서 이력서 몇개좀 뿌린다고 알아서 인터뷰 인비 들어오고 그렇지 않다는게 현실이다.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도 내가 다녔던 MBA 학교 캠퍼스 리쿠루팅 조차 안오는 회사였고, 특히 내가 속한 부서 또한 MBA 출신들을 특별히 선호 하는 그런 직종도 아니다. 걍 미친듯이 들이대고 '네트워킹' 해서 어떻게 인터뷰 까지 오게 되었고, 거기서 운좋게 뽑혀서 지금 3년째 잘다니고 있다. 참고로, 나또한 유학생 출신이고 (고등 1학년때 미국옴), 미국 영주권이 없는 상황에서 취업이 되었다. 물론, 영어는 일반 한국 MBA 보다는 좀 했다고 본다.. 미국에서 학부를 마쳤기에.
미국 MBA 진학해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네트워킹 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알고 싶으신 분들이 여기 계신다면, 나중에 시간 되면 이멜로 좀 설명해드릴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