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에 걸쳐서 제 후임으로 올 law clerk을 선발하기 위한 인터뷰를 했습니다.  항상 인터뷰대상자의 신분이였기만 하다가, 제가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인터뷰를 하게 되니 저또한 무척 긴장되기도 했습니다.   또 이 경험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껴서 취업을 앞둔 유학생들에게 혹시 도움이 될까해서 한번 적어보기로 생각했습니다. 지난 9월 1일부터 한달동안 레쥬메와 추천서등의 서류 접수를 받았는데, 지원자가 100명을 약간 넘는 숫자였습니다.  판사님께서 일차적으로 서류를 검토하시고 50명 정도를 추려내셨습니다.  아마 모르긴 해도 성적이 너무 떨어지는 학생들을 걸러내신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을 해봅니다.  그 후에 판사님께서 저에게 서류들을 주시면서 인터뷰 기회를 줄 한 6명 정도를 뽑아보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레쥬메랑 커버레터 그리고 성적표 같은 것을 꼼꼼히 읽으면서 6명을 추려냈는데, 한가지 신기한 것은 판사님께서 직접 고르셨던 6명중에 5명이 제가 좋은 후보감이라고 골랐던 사람과 일치했다는 것이였습니다.  역시 사람 마음은 다 비슷하군 하고 생각했답니다.   참고로 제가 중점적으로 봤던 것은 학교의 네임밸류와 성적과 경력, 그리고 커버레터를 얼마나 공들여서 썼는가 등이였습니다.  솔직히 추천서는 한 학생당 3분에게서 받게 되어 있어서 꼼꼼히 정성껏 읽기는 좀 힘들더군요.   그래서 6명에게 인터뷰를 오퍼했는데, 그중에 2명은 벌써 다른 곳에서 오퍼받은 잡을 선택했다고 해서, 4명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판사님과 한 40분가량 인터뷰를 하고 난 이후에 저랑 한 30분 정도 대화를 나누고 또 제가 법원 구경을 시켜 주었지요.   맨 처음에 온 학생은 학부에서 인류학을 전공하고 졸업후에 아프리카 등지에서 고전 유물 발굴회사에서 몇년 일을 하기도 했으며 또 목수로도 일을 했던 특이한 경력을 가진 학생이였습니다.  물론 로스쿨에서 탑 5%안에 드는 좋은 성적을 갖고 있었고, 로리뷰의 편집장이기도 한 아주 우수한 학생같아 보였습니다.  저는 처음 해보는 인터뷰라서 어떤 것을 질문해야 할지 좀 긴장하고 있었는데, 학생이 아주 easygoing 해 보이고 또 사람이 여유가 있어 보여서 참 맘에 들었습니다.  인터뷰 시간동안 아주 편안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인상적이였는데, 인터뷰를 마치고는 직접 로스쿨의 학장이 판사님께 전화를 해서 그 학생을 적극적으로 추천하시더군요.  그 학생이 그 학교의 아주 스타라고 하면서요... 그 후에 인터뷰를 한 학생들도 아주 우수했고 인상도 좋아 보였으며 다들 성실해 보였으나, 판사님께서 처음에 인터뷰를 한 학생으로 선발하시겠다고 결정하셨습니다.  인터뷰들을 마치고 나서 판사님과 대화를 하다 보니 판사님께서 어떤 면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지 배웠으며, 또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과 많은 부분에서 일치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의 이 포지션에서 일년넘게 일을 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이 자리에 적합하고 또 우리 조직의 문화에 잘 융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감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그래서 판사님께서도 제 의견을 듣고 싶어하셨고 또 그것을 판사님의 의사결정에 많이 반영하시려고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말 인격적으로나 실력으로나 그저 제가 아주 존경할 수 밖에 없는 우리 판사님을 보좌하는 위치이므로, 정말이지 아주 훌륭한 학생이 와서 저보다 훨씬 더 일을 잘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 어떤 학생이라도 이 자리에 오면 우리 판사님 덕분에 아주 편안하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정말로 아주 소중한 2년의 경험을 갖게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소망을 갖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우리 법원건물이 참 이쁘고 제 사무실에서 보이는 배산임수의 전망도 아주 훌륭하거든요 ^^ (너무 자랑해서 죄송합니다...) 일단 서류전형에서 합격해서 인터뷰 기회를 받은 학생들은 실력면에서는 검증을 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실력은 종이 한장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판사님께서 중점을 둔 부분은 얼마나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또 다른 직원들과 잘 융화되어서 일을 할 수 있는가, 즉 협동정신과 조직에 대한 책임감 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학생들하고 대화를 하다 보니까 어떤 사람하고는 편안하게 농담도 하면서 대화를 즐길 수 있었지만, 어떤 학생은 너무 긴장되어 보였고 좀 사람이 초조해하는 성격(uptight)으로 보였습니다.  아마 그 누구라도 여유있고 유쾌한 성격의 직장동료와 함께 일을 하고 싶지, 폐쇄적이면서도 정서가 불안한 사람하고는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일이 갑자기 폭주해서 바쁠수록 더 여유를 찾고 유머를 잃지 않는 사람들을 다들 좋아한답니다.  물론 실력도 중요하겠지만, 이 자리에서 일을 하면서 경험을 쌓아가고 또 판사님으로부터 이모저모 배우면서 실력은 저절로 늘게 되어 있거든요.  판사님과도 케이스에 대해서나 또 그냥 세상 사는 일에 대해서 매일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데, 이왕이면 웃는 인상의 활발한 성격의 젊은이가 더 좋겠지요?   돌이켜서 제 경험을 살펴본다면, 제가 뭐 영어는 그렇게 유창하게 하진 못하지만, 성격이 쾌활하고 특히 목소리가 좀 크고 울리는 것에서 도움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왜냐면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말을 하면, 영어를 못해도 잘하는 것 같이 들릴 수 있거든요. ^^  그리고 사람들이 저더러 아시안같지 않게 성격이 아웃고잉하면서 잘 웃는다고 하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아시안에 대한 이런 정형화는 부당한 것이지만, 이런 편견을 깨기 위해서 우리들이 할 일이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도 로스쿨에서 제가 2년동안 일을 했던 우리지도교수님께서 판사님께 직접 전화를 하셔서 저에 대해서 여러가지 좋은 말씀을 해주셨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점을 본다면 현재 유학생분들은 지도교수님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실력을 인정 받는 것이 상당히 중요할 것입니다.  특히 대체로 미국교수들은 진정으로 실력과 인격에 대해 자신이 잘 알고 확신이 있는 학생이 아니면 직접 전화까지 해서 학생을 추천해 주지는 않으니까요. 사실 어떻게 보면, 인터뷰 한두시간을 통해서 사람의 성격을 파악한다는 것에는 많은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평소에 어둡고 불안한 성격의 사람이 인터뷰 시간동안이라고  쾌활하고 밝은 표정을 짓는다는 것이 어렵거든요.  억지로 가장한 몸짓과 말투는 자연스럽지가 않아서 상대방이 금방 눈치를 챌 수가 있으니까요.   또 그런 사람이 설사 연기에 성공해서 잡을 얻었다 하더라도, 직장동료들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이루는 것은 참 힘들것이라고 생각하니다.   저의 짧은 경험에 의하면 한국이나 미국이나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하는 것이 직장생활의 성공의 열쇠입니다.  또 그런 것이 진정한 실력이기도 하고요.   말이 좀 장황해졌는데, 결론적으로는 하루하루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생활하는지가 본인의 성격과 때로는 인생까지 결정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유학생활이 비단 공부를 통해서 전공에 대한 지식을 쌓고 연구능력을 배양하는 시간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공존과 공감을 배우는 시간이면 더 유익하겠지요? . . . . 이글을 마지막으로 이제 해커스를 떠나려고 합니다.  저도 내년 9월 이후에 일을 할 잡을 찾아야 하고요.  또 이제는 학창시절의 추억을 뒤로 하고 사회속으로 한발 더 내딛으려고 합니다. 그냥 더 이상 글을 안 올리면 되지, 뭐하러 거창하게 이런 말을 하냐고 하실 분도 있겠지만, 그동안 나름대로 정이 많이 들었던 해커스 가족분들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원하는 것 다 성취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이만 안녕! ---------------------------------------------------------------------------------------------------------------------------- 따뜻한 꼬리글을 달아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 3년의 학교생활과 그 후의 15개월정도의 직장생활을 통해서 제가 생각하고 느꼈던 이야기들은 대부분 다 풀어놓은 것 같습니다.  마음속의 생각들이 고갈되어 가는 것을 느끼기에 이젠 좀더 책도 많이 읽고 사람도 여럿 만나고 많이 배우는 성장의 시간을 가져야 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저는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특히 아이들을 사랑합니다.  패기 넘치는 젊은 학생들을 보면 그렇게 이뻐보이고, 밝게 소리내어 웃는 어린이들은 너무나도 사랑스럽습니다.   어떤 때에는 하나님께서 세상의 모든 아이들을 품으라고 저 자신만의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기회는 주시지 않는구나 하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아니 기회를 만들어서 어떤 연유에서든지 웃음을 잃어버린 어린이들이나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세상을 좀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어서 희망을 박탈당한 사람들에게 가느다란 한줄기 빛을 돌려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너무 거창하게 들리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제가 나태해지거나 연약해질때 해커스 여러분들이 저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더 힘이 날 것 같아서 고백하는 이야기랍니다. ^^ 제가 아주 좋아하고, 또 나약해질때마다 반복해서 암송하는 시를 적어봅니다.  시인이 노래한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다는 제 소망을 다시금 확인함으로써 새로운 힘을 얻곤 합니다. 모두들 정말 감사합니다.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 by Emily Dickinson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애 타는 가슴 하나 달랠 수 있다면     I shall not live in vain;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If I can ease one life the aching,                 한 생명의 아픔을 덜어줄 수 있거나 Or cool one pain,                                      괴로움 하나 달래줄 수 있다면, Or help one fainting robin                           헐떡이는 작은 새 한마리 도와 Unto his nest again,                                  둥지에 다시 넣어줄 수 있다면 I shall not live in vain.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