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인턴십이 끝이났다.
인턴십을 시작하기전엔 온갖 걱정들이 머릿속을 지나갔고,
SSN이 없어서 그거 받느라 남들 보다 2주나 늦게 내 인턴십이 시작되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인턴십, 트레이닝 없이 바로 실전에 들어가는 시츄에이션.
참 마음이 얼마나 초조하던지, 찍히지만 말아야지 하고선, 완전 boring한 블랙앤화이트(완전 답답한 스타일)로 차려입고 평소 내 스탈 아니지만 그정돈 참아야 어른이라며 마음을 다독이고 첫 출근을 했었다.
다소 딱딱하고 엄격한 회사 분위기를 예상했지만, 어찌나 사람들은 즐거운지. 일할땐 열심히 하지만 즐겁게를 외치며 일하는 사람들 속에 있으니 나 역시 괜히 즐겁게 일한다는 기분이 솔솔 피어올랐다.
첫날 가자마자 반짝 반짝 빛나는 새 컴퓨터와 내 앞으로 회사명의의 카드가 지급되었다. 게다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ㅎㅎㅎ 연회비 비싸서 맨날 집으로 날라올때마다 form 휴지통으로 고고씽 했는데 왠일이니. 괜히 뿌듯한 기분?! ㅎㅎ
한국친구들이 커피나 잔심부름은 안하냐고, 인턴인데 잡일은 안시키냐고 묻는다. 출근한 첫날, 우리 보스가 나를 커피룸으로 안내했다. 된장, 그래 나도 커피나 타게 생겼군 했더니, 너 마시고 싶을때 실컷 퍼마시라며. ㅎㅎ 오우 커피도 안 마시는 내가 괜히 커피 한잔 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길 지경 ㅎㅎ 주위를 둘러보니 말단에서 탑까지 지 커피 지가 알아 마시는 분위퀴.유후
일도 보통 1-2년차가 하는 일들을 내게 맡겼다. 복사, 팩스는 인턴내내 해 본적이 없어서, 아직도 어떻게 하는지 몰른다.ㅠ 일을 시작하면 난감하겠지만, 그래도 난 내가 하는 일들에 신나하며 일하곤 했다, 으흐흐 나 요거 수업에서 배운적 있어 막 요러면서, ㅎㅎ 혼자 킥킥대며 일하고 있는데 1년차 선배가 메세지를 보내왔다. 너가 하고 있는일이 별로 의미없게 느껴질 수도 있을거야. 그치만 니가 안하면 내가 할일이고, 회사에 처음 들어오면 누구나가 하는 일들이니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지말고 열심히 배우면 더욱더 의미있는 일을 하게될거야. 라고. 오홍홍 나이도 어리고 핸섬한 녀석이 말까지 따뜻하게 하니 어찌나 감동이던지 하트 뿅뿅. ㅎㅎ 별말씀을, 이라고 답변했으나, 마음은 완전 행복 ㅎㅎㅎ 평소에 워낙 유머러스하고 장난이 많은 아이인지라 요런말 기대안했는데, 쫘식 고마와~ 라고 생각했다.
이녀석이 다음날 복사거리를 가져와선 내 컴터 앞에 탁 놓으면서, 복사좀 부탁해. 이랬다. 헐. 나 진짜 할줄몰라 사색되어 일어나려고 하자, 요녀석 완전 곤란한 얼굴 되어선 오우- 농담인뒤. ㅎㅎㅎ 귀여운 녀석. ㅎㅎ
다른 인턴(미국인)이 저번주 점심 오더했는데, 완전 싫었다고 말한적이 있었다. 애들이 적어논걸 봤더니 뭐 이리 까다로운지, 요거빼고 요거 사이드로, 요거 엑스트라 등등 와와와와 식은땀 줄줄 20명 메뉴 전화로 오더하고 만일 뭐 빠뜨리면 완전 찐따 될텐데 싶어 내가 안걸린거 다행이라 생각했다. 걘 음식 왔을 떄도, 다른 애들이 다 음식 맞게 받았는지 확인 할때까지 맘 졸이며 서있었다. ㅎㅎㅎ 레스토랑 착오로 잘 못 보냈다 해도, 걔가 오더 했으니 ㅎㅎ 근데 두둥 이번주 걔가 일찍 집에 갈일이 있어서, 내가 좀 늦게까지 남아 있었는데, 다들 바쁘니 내게 오더 좀 해주겠냐고, 싫으면 다른 사람 시켜도 상관없다 하였다. 나도 괜히 깡이 생겨, 내가 하겠다 말했으나 손이 돨돨 떨려서 후덜덜. 그때, 또 나의 1년차가 구세주 처럼, 내가 할께. 하더니 자기가 샤샤샥 오더하고, 직접 가서 혼자 다 pickup 까지 흠. 그놈에게서 빛이 났다 ㅎㅎㅎ
회사 자체는 좀 serious하지만, 사람들이 일하는 분위기는 너무나 화기애애하다. 오후 세시 되면 산책하러 같이 가면 허리 피고, 잡담 하면서 친해지니 좋고 참 이런 곳도 있꾸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번은 다른 인턴이 주어진 일을하다 뭔가 실수를 해서 그걸 고치느라 좀 오랜시간이 걸렸다. 퇴근시간이 다되어서도, 걘 그거 고치면서 초조해 하고 있었다. 솔직히 인턴이니 실수를 한것도 좀 그런데, 시간까지 오바되니 절라 혼나는거 아냐 했는데, 5년차 오더니, 퇴근시간 됐으니 집에가라며.ㅎ 그 인턴이 이거 끝내고 가겠다고 하니, 내일와도 그 일이 없어지는거 아니니까, 와서 또 다시 하면돼. 집에 갈시간이잖아. 하는게 아닌가.... 흠... 물론 오버타임이 비싸니 그런것도 있지만, 그 사람이 대하는 태도나 말하는 톤에서 인턴을 걱정하는 마음이 묻어났다.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를 저렇게 생각해주고 배려해 주는 사람과 일한다면 정말 일할 맛 나겠군 하고. ㅎㅎㅎ
난 한국에서 일해 본 적도 있다. 그때의 경험이 부정적이었다고 할 수도 없고, 미국에서 일하는 것이 무조건 좋다고 말하는 것도 맞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이 회사 정말 욕심이 났다. 하나뿐인 외국인인 나를 따뜻하게 대해주고, 남들과 다르지만 일할때만큼은 다르지 않게 똑같이 대해주니 괜시리 내 자신에 대한 자신감도 커졌다. 물론 내가 꿈꾸던 회사이고, 회사자체에 대한 기대도 컸지만, 무엇보다 일하면서 행복하지 않다면 정말 과감하게 한국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일하면 할수록 미국에서 이 회사와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고, 내 바램대로, 오늘 나는 정직원 오퍼를 받았다.
더 오랫동안 일해보면 내 마음이 또 바뀔지 몰르겠지만, 다른 분들도 기회가 된다면 인턴을 해보고 회사를 고르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다. 요즘 다들 힘든데, 우리 같이 힘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