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아래 회사 간판 떼지는 거 봤다고 썼던 사람입니다.
새 회사 간판이 달리면서 지겨웠던 불확실의 시대가 끝났다고 생각했던 사람입니다.
3달이 지난 지금, 저는 여전히 그 안에 있습니다.
오늘 2달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기뻐해야 할지 고민 중에 있습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가 아주 작은 회사가 아니었던 관계로 통합 과정이 지루하게 진행 됐습니다.
기본적으로 돈을 벌고 있는 business line쪽이 먼저 정리에 들어가서,
제가 속한 연구 쪽은 월급이 나오고 있는 것에 만족하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난 달에 그쪽 그림이 나와서 cite 통합에 들어 가고, 인터뷰에 감원에 분위기 많이 괴괴했습니다만,
아직 제쪽에선 움직임이 없는 지라, 심적으로는 여전히 강건너 불구경이었습니다만,
드디어 오늘 저희 쪽에도 정리 통고가 왔습니다.
BL쪽 정리하는 동안은 프로젝트도 없어진 저 같은 사람은 한가할거라 예상했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프로젝트 할때 보다 훨씬 겁나게 바빴습니다.
연구개발쪽 수술에 들어 가려고 뚜껑을 열었을때,
새 주인 쪽 누군가가 "내가 받을께" 라고 말해 주지 않으면 바로 사라진다는 겁니다.
그런데 제가 속한 팀은 연수도 얼마 안되는 데다가, 시장에 내 놓은 상품도 없고,
미운 오리 새끼마냥 계속 이리저리 쫒겨 다니다가 정말 엄한 조직에 던져져서,
조직도에조차 이름이 안 올라 있는 invisiable 팀인 이유로,
가만히 앉아 있으면 그냥 지워질거라고 ....
그래서 살아남아 보겠다고 방문 하시는 주인님들한테 마구 들이 밀어야 했습니다.
(저희가 찾아 다닐 수는 없었습니다. 예산이 0 거든요.)
적어도 그 사람들이 돌아가서 저희 팀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놀구 먹는 애들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퍼트려 주길 바라면서,
같은 내용의 발표를 몇번이나 했는 지...
회의 끝에 조금 시간이 남으면 발표할 기회를 주지 않을 까 대기하고 보낸 시간도 상당하구요.
좀 처량 맞아 보이는데...
그래도 조용히 존재도 인정 받지 못하고 사라지는 거 보단 나으니까라고 생각하면서...
음... 달리 할 일도 없으니까....
몇몇은 샘플도 달라고 해서 보내 줬습니다.
테스트 해 봤는 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연휴 지나고 오늘 출근하니 연구개발 쪽 그림이 나와 있었습니다.
대강 큰 부서 단위로 조직도가 나와 있고, 몇개 그룹은 이미 그 상태에서 지워져 있고,
저희 팀이 속한 "엄한" 부서는 워낙 덩치가 컸던 이유로 조직도에 남아 있었습니다.
물론 별똥대인 저희 팀의 생사 여부는 그런 큰 그림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점심 먹기 직전에 부사장님께서 저희 팀원만 부르시더니,
저희 팀은 "잠정적으로" "엄한 부서"를 따라 옮겨 간다고 알려 주시더군요.
"운 좋게도" 새주인쪽에서 저희 팀에 대해 파악이 안되서 (ㅜ.ㅜ 그래도 존재하고 있다는 건 알아주셨군요)
짜를지 놔둘지 결정을 못하겠다고 한켠으로 미뤄 놨다는 겁니다.
아마 2달 쯤 뒤에 다시 열어 볼거랍니다.
저희 말고 다른 팀들은 8월 15일까지 정리 들어 간다고 합니다.
40명 중에 12명만 남기라고 했답니다.
70% 감원입니다.
저희는 2달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5명이 여전히 "엄한 부서"에서
예산 0로
존재감 없이
선고를 기다립니다.
좋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전에 악천후로 공항에 갇혔던 적이 있습니다.
계속 이 비행기 저 비행기 캔슬 됐다고 방송하는데,
제가 타기로 한 비행기만 늦어지고 있다면서 버티는 겁니다.
결국 공항의 모든 비행기가 캔슬되고 마지막까지 "늦어진다"로 버티던 제 비행기도 캔슬됐습니다.
밤 12시에.
결국 캔슬할거면서 끝까지 버텨서,
사람들 기다리느라 지치고,
거기다가 젤 마지막이라 호텔도 못 잡고...(방이 없더군요.)
공항 게이트 앞에서 뱅기에서 쓰는 쿠션이랑 담요로 담날 아침까지 버텨야 했던....
그러고도 뱅기 만석이라 뒤로 밀리고...흑
2달의 집행유예가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 되겠습니다.
엄마한테 내방 좀 치워두라고 전화해야 할까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