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은 수시입시가 한창인데...
수험생님들 가장 힘들 때가 이때가 아닐까 싶네요.
해마다 현실이 가장 잔인하게 다가오는 시기이기도 하고
생각보다 훨씬 높은 현실의 벽을 실감하고는 다 내려놓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고..
재수할까 어디 성에 안차는데라도 갈까 싶고..
내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싶어서 내 자신이 너무 싫어 눈물도 나고..
여러가지로 무척 힘드실 때가 아닐까 합니다.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분들께
원래 없는 글솜씨 짜내어 쓰는 이 조악한 글이 작게나마 힐링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지금은 기억도 까마득한 고1학년때의 학기말 고사로 기억합니다.
그 학기에 중간고사 수학을 망쳐서 기말고사에선 정말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학기 종합성적을 좋게 기대할 수 있던 저는
지금 생각하면 불쌍할 정도로 수학과의 사투를 벌였습니다.
진짜 독서실에서 책위에 실신해서 엎어지기도 했고
문제풀다가 정말로 멀미가 나서 입을 막고 화장실에 뛰어간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시험날 수학문제를 받아들였는데...
시험지를 받고 쓱 훑어보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될 정도로 문제가 어려웠습니다.
순간 시험장에서 답답하고 가슴이 먹먹해져서 눈물이 터지더군요...
그래서 왼손으로는 입을 막고 펑펑 울면서 오른손으로 제한시간 70분 내내 그렇게 시험을 봤는데
아마 시험감독하던 선생님은 제가 몸이 아파서 그랬거나.. 아니면
이 시험 망했다 싶은 생각으로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우는 거라고 짐작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시험보면서 그렇게 울었던 이유는 전혀 다른 데 있었습니다.
시험이 왕창 어렵자.. 순간적으로 내가 이 시험을 준비하느라 얼마나 피땀을 쏟아왔는데...
하는 생각이 들자 그 먹먹한 마음이 어떻게 말로 표현이 안되더군요.
실제로 그 시험은 무척 어려운 시험이어서 대부분의 애들이 30분도 채 되기 전에 답안지를 내고 나가버렸습니다.
그걸 30분 안에 다 풀고 나가는 건 분명 아니었겠죠. 더 고민해봐야 글렀다 싶어서 포기한 거였겠죠.
근데 그렇게 내내 울면서 시험보면서도 일어나서 포기하고 나가는 생각을 꿈에도 못했습니다.
그렇게 사투를 하며 준비해온 게 억울해서 포기라는 생각 자체를 아예 못했던 것 같습니다..
시험 끝나고도 눈물이 멈추질 않는데, 집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겨울이라 날씨는 그날따라 유난히 추운데 버스가 30분째 오질 않습니다.
그 상태로 버스타는 것도 창피하고, 버스는 오지도 않고 차라리 잘됐다 싶어서
바보같이 집까지 한 40-50분정도 되는 거리를 계속 울면서 걸어왔습니다.
(※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중에 알게 된 그 시험의 결과는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제 예상보다 훨씬 좋은 편이었는데, 그 이유는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불가사의합니다.)
그 고1의 겨울에... 세 가지를 배웠습니다.
첫째로, 진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나는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이 목구멍을 새기도 전에 온 몸으로 그 무게를 먼저 알아버린다는 것을.
둘째로, 최선을 다한다, 다한다, 그 말은 무척 흔하지만,
그 최선을 다한다는 건 실제로는 보통 사람들이 막연히 상상하는 것보다 실제로는 훨씬훨씬 끔찍한 일이라는 것을.
셋째로.... (없는 글솜씨로 이 조악한 글 전체를 쓰는 이유입니다)
진짜로 최선을 다해 본 사람은.. 아니.. 진짜로 최선을 다한다는 게 뭔지 아는 사람은
포기는 커녕, 포기를 할까말까 하는 그 생각 자체를 아예 하지 못한다는 것을.
몇 년 전에 우연히 봉황대기 고교야구 결승전을 보았는데
서울고와 광주일고의 결승전이었고, 그 때 연장전까지 완투한 서울고의 '이형종' 투수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 결승전 내내 울면서 던지더군요.
딱 보니 저건 결과에 대한 두려움에서나, 아니면 힘이 들어서 우는 그런 성격의 것이 아니더군요.
고1때 시험시간 내내 울면서 시험본 제 눈물이랑 똑같은 눈물이더군요.
무엇에서든지 진짜 혼을 다 쏟아서 최선을 다해 본 사람만이 그 눈물의 의미를 알 것입니다.
아무나 쏟을 수 있는 눈물도 아니고, 아무나 이해할 수 있는 눈물도 아니었습니다.
* * *
누구나 "가고 싶은 학교를 하나만 말해보라"고 하면 대답하는 대학이 하나씩 있죠.
소위 말해서 '드림스쿨(dream school)'이라고 하는 학교..
모두가 그렇듯 제게도 그 드림스쿨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결국 그 드림스쿨을 못 갔죠. 결국 3학년 고교과정의 끝은 그렇게 또다시 울음으로 끝났습니다.
어딘가 다른 학교를 가긴 했지만, 붙고서도 기쁜 생각은 별로 들지 않더군요.
그냥 가슴이 먹먹해서 며칠 보냈던 것 같습니다.
드림스쿨을 못갔으니... 결국 저도 입시에 그렇게 성공한 케이스는 사실 아닌거죠.
그니까 저는 어디가서 입시결과 가지고 잘난척 할 수 있는 놈은 아닌겁니다 :)
하지만
그 때 학창시절에 진짜로 최선을 다했느냐고 누가 물으면...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아서...
그건 정말로 그랬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진짜 가고싶던 드림스쿨을 못가고도, 그래서 입시에 성공한 케이스가 아니고서도
그 이후로 기죽어서 "크으~" 하고 고개 떨구고 지내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그 때문이 아니었나 합니다.
이곳에 오시는 수험생 여러분들 각자 모두 드림스쿨이 있을 겁니다.
그 학교를 갈 수도 있을 것이고, 못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못 간다고 해도, 정말로 최선을 다해 입시라는 것을 치루었으면
일시적으로는 좀 불만스러워도, 정말 최선을 다한 자기 자신의 모습에 아쉬움이 없다면
그리고 "난 정말 최선을 다했고, 그 이상 더 열심히 할 순 없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면
그분의 대학생활은 만족스럽고 행복하게 될거라 전 믿습니다.
또 지금과 같은 힘든 때에 포기할까 말까 하는 생각 자체를 아예 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나중에 결과가 좋건 나쁘건 후회라는 것을 아예 하지를 못합니다.
요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말로 멘탈갑(甲), 멘탈갑 하는데,
그런 멘탈이 타고난 정신력으로 갖춰지고 말고 하는 게 아닌 것 같더군요.
남들을 봐도 정말 사생결단을 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혼을 다 쏟아버리면 그런 갑멘탈(?)이 되어있더군요...
<난 진정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의 반대말은 <난 포기하고 싶다>라고 믿습니다.
<난 진정 최선을 다했다>는 말의 반대말은 <난 아쉽다(난 후회한다)>라고 믿습니다.
결과에 만족하고 말고보다는 그걸 준비해오던 스스로의 모습에 만족할 수 있으면 그 이상의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드림스쿨이야 갈 수도 못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아쉬움은 남지 않는 입시가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수험생 여러분들 모두들 힘내시고 꼭 유종의 미를 거두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