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타임 일을 하던 그 카페에서, 나보다 12살이나 많은 네가 내 호구조사를 하며 나의 사회적/경제적 위치를 저울질할 때, 나는 네가 그저 불쌍한 인간이라고 생각했을 따름이였다.
내 퉁퉁 부은 손과 두꺼운 손목을 보면서, "너도 여잔데 손이 못생겨서 참 불쌍하다" 라고 조롱하는 너를 보면서, 나는 네가 더 불쌍하다고 여겼었다.
학교와 일을 병행하며 피곤해하는 나를 보면서, "뿌리가 그렇게 굵은데, 힘들리가" 라고 말하며 내 다리를 흘긋거리던 네 눈짓에 소름이 끼치면서도, 나는 그저 네가 더없이 천박한 습성을 습관으로 지니게 된, 한명의 불쌍한 영혼이라고 생각했을 따름이였다.
고작 나보다 가진 거라곤 '12살 더 많은 나이" 뿐인 네가, 그것을 무기로 내 인격을 짓밟는 행위를 나는 그저 방관했었다.
'남자'의 위치에서 '여자'인 내게 네 잣대를 들이대는 너를 보면서, 나는 옳지 않은 말임을 알았으나, 그게 다였다. 너와 친구를 할것도 연인을 할 것도 아닌 내가, 굳이 "성희롱"이네 마네 소모적 논쟁을 하며 갈등을 잃으키고 싶지 않았던 건, 내 게으름이고 무지였다.
나중에 내 부모를 모욕하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폭발했고, 너와의 갈등은 참 드라마틱하게도 흘러갔었다.
너라는 인간이 한 말을 언제까지나 흘려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건 내 오산이였다.
너에게 보다도, 정작 내가 분노한 것은 나 자신에게였다.
하이에나 같은 너를 진작에 처단하고 정죄하지 못한 나의 그 무신경함, 비겁함, 그리고 가식이 내가 죄인이라고 오히려 믿게 만들었으니까.
그리고 너역시도, 진작에 네 잘못을 일깨워주지 않은 나를 탓했으니까.
그런데 그 말들이, 내 마음에 쌓였다.
쌓이고 또 쌓여서, 썩은내가 나기 시작했다.
너는 나한테 그런 말들을 할 권리가 없었다. 하등의 자격도, 명분도 없었다.
내가 성공의 계단을 하나씩 밟아갈 때마다, 내 뒤에서 나의 노력을 깎아내리며 남의 자존감을 먹이로 삼아 살아가는 너에게, 나도 똑같이 모욕적인이고 상처가 될 말들을 뱉어줄 걸.
먹이사슬의 밑에 깔린 자가, 고작 할 수 있는 발악이라고는, 남의 단점을 물고 늘어지는 것 뿐이라는 내 생각을 나도 너에게 퍼부어줄걸.
이런 후회가 소용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오늘을 마지막으로 너를 내 기억에서 지우려 하기 때문이다.
내 기억에 오직 하나 남기는 것은 너라는 인간이 아니라, 네가 가졌던 그 이상하고도 폭력적인 사상이다.
네가 했던 말들은, 분명 네 부모에게서 주워들은, 혹은 너와 비슷한 부류의 인간들과의 교류를 통해 얻은 너 나름으로는 훌륭한 자산이자 유머라고 자부했던 사상이겠지.
그런데, 그건 그냥 "여혐"이였다.
"예쁘지 않은" 내가 잘못이고, "날씬하지 않은" 내가 못났고, 부모님 직업까지 알고 그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정하는 너에게 나는 "그렇게 대해도 되는 사람" 이였던 거였다.
내가 "여자라서 이래야한다" 라는 말을 들은 것이 네가 마지막 이기를 바란다.
내 머릿속에 까지도 자리잡을 뻔했던 그 사상을 설파하는 아둔한 인간이 제발, 제발 네가 마지막이였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네가 그 카페에서 평생 일하기를 바란다.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네 권위를 휘두르며, 작은 우물 안에서 우쭐대는 개구리의 모습으로, 발전없이 여생을 마감하기를 바란다.
찌질하고 못된 남자라서가 아니라, 너라는 인간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