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생활이 벌써 8년 반이에요.
처음에는 남들에게 주어지지 못하는 기회다 싶어 늘 행복하게만 살았어요. 하지도 못하는 영어로 꾸역꾸역.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참 생각이 많아졌어요. 제가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행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지난 12년 동안 많은 경험을 했지만 유학이란 기회가 우울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다들 유학을 가고 싶어하지만, 못 가서 안달이지만 8년 반의 유학은 그렇게까지 좋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처음 유학을 갔던 2학년때에는 1년동안 말을 안했답니다. 영어 유치원을 다닌 것도 아니고 영어를 구사할 능력조차 안되는 애가 처음보는 백인친구들 사이에서 받았을 스트레스는 얼마나 컸을까요. 3학년 때 영어를 못한다고 무섭게 굴던 그 선생님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4학년 때 갑작스럽게 전학을 갔는데도 인사해주는 친구 하나 없었을 때 괜찮은 척 했지만 많이 아팠던 것 같아요. 6학년 때 한국 들어가서 공부 따라잡는 건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참 힘들었을 것 같아요. 선행하는 친구들 따라잡아서 나도 선행 해보겠다고 난리쳤는데 참 이제와서 보면 안타까워요. 그때는 국어시간에 책도 제대로 못 읽었는데. 미국와서 적응하는 것도 참.. 제일 힘든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왔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행복하려고, 행복하게 보이려고 노력을 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 당시에는 특별한 기회라는 명목으로 행복하다고만 생각했네요. 정작 내가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는지도 모르면서. 근데 지난 12년동안 힘들고 아팠던게 지금 한꺼번에 와서 너무 우울하고 힘들어요. 이제와서 내가 아무리 힘들다고 소리쳐도 좋은 대학에 합격해서, 한국 입시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유학을 갈 수 있어서라는 이유만으로 다들 무시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