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초등학교 1~6학년을 외국(영어권 포함)에서 외국인학교를 다녔었기 때문에, 중학교때 한국에 귀국한 후에 토익시험을 본다든지 하면 900은 거뜬히 넘으면서 영어는 더는 배울 일이 없다고 생각하며 약간 자만했던 때가 있었는데요. 그 때는 한글 배우느라 바빴던 기억이 납니다. 한편으로는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실력이 늘지 않는 우리나라 학생들을 보면서 그런 교육방식에 대한 회의도 자만심을 더하는 데 한 몫 했고요...
그 때 당시에 외고에 진학하면서 SAT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첫 번째 느낀 것은 고급 영어는 전혀 모르는구나, 라는 사실이 하나였고
두 번째는 막연히 미국에 가고 싶기는 했지만 과연 미국에서 살고 싶은지 스스로가 확신이 없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어쨌든 어영부영 하다가 ivy league에 입학하게 됐고 초등학교 기억에 따르면 미국학생들은 공부를 안하니 수석졸업은 아무것도 아니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갔었습니다 (ㅡ_ㅡ;;)
그런데 최근에 생각해보니까 미국 생활을 하면서 일상 생활이 관리가 안 된 부분이 서너가지가 있는데
1. 자동차가 없다 보니 (학부생은 자동차를 캠퍼스에서 주차하는 것이 금지돼 있음) 물건을 사러 몰에 갈 수 없었고, 이불이나 수건 등 생활용품을 주변 편의점에 의존해야 했음
2. 머리를 한 번도 깎은 적이 없다 (핑계는 3만원이 넘는 이발비용이기는 했지만, 내가 원하는 머리스타일이 무엇인지 몰랐고 그것을 미국인 이발사에게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몰랐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 찾아본 바에 의하면 bangs, trim, clipper와 같은 표현의 뜻을 얼마 전에 와서야 알게 됐고요.
다행히도 한국에서 살고 싶었고 방학때마다 귀국했기 떄문에 특별히 머리를 장발로 한다든지 하는 일은 없었지만, 영어를 잘한다는 자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 치고 아주 기초적인 생활영어 중의 하나인 이발하는 방법...을 몰랐다는게 요즘 들어 꽤 충격인 것 같아요. 초등학교때는 이발을 한국인 이발사가 하는 곳에 가서 한다든지, 집에서 어머니가 깎아 주신다든지 하는 경우가 전부였기 때문에 실제로 혼자 가서 깎는 연습은 아예 안 된 채로 갔던 거죠...
3. 사소한 것들이지만 맨발로 다닐 생각을 안했다 -- 사실 공부하는 데 가장 방해가 되는 요소들은 공부 그 자체가 아니고 룸메이트가 누구인지, 생활 환경이 어떤지 등 일상 생활과 관련된 부분들이더라고요. 생각보다 한국에서 생활할 때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서 미국에서 생활 하는 게 굉장히 편하고 도움이 많이 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4. 생각보다 직설적인 언어를 미국인들은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 우편 하나 보내달라고 학교 우편실에 가서 "quickest and cheapest option"이라고 얘기했더니 비아냥거리더군요. 물론 용어를 잘 모른다는 생각은 거의 한 적이 없었던 듯 합니다. 외고에서도 맨날 Friends 틀어주면서 생활영어 공부하라고 밀어부쳤는데 못알아듣는게 없었기 떄문이죠...(or so I'd thought)
https://www.gohackers.com/?c=life/life_info/c_life_english&p=1001&type=url&uid=71776
그리하여 자존심 굽히고 이런걸 찾아봤는데 절반 정도는 들어보거나 아는 어휘가 많군요.근데 이런 slang 보다도 아주 근접하게 일상 생활에 필요한 영어를 익히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음식 주문 / 교통편 사용 / 이발 / 기타 슬랭 약간 알아두는 건 좋은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