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 세 군데서 박사 오퍼를 받았습니다. 각각 US News 기준 박사과정 순위 60위 중반, 60위 후반, 90위권 대학들이었어요. 사회과학 쪽이구요.
변명이지만 한국에서 석사할 때 너무 시달리기만 하고 실질적인 연구 성과는 컨퍼런스, 심포지움 발표가 다라 어차피 더 좋은 대학은 들어가지 못했겠죠.
그래서 이왕 셋 다 50위권 벗어나니 별 차이도 없겠다 싶어서 전적으로 교수와 연구 주제만 보고 90위권 대학을 선택했습니다.
제 현재 지도교수죠. 아직 30대 후반인데 이 분야에서 rising star입니다. 매년 저널 아티클, 책 챕터, 에디토리얼 찍어내는 수준입니다.
국제학회 위원직도 이것저것 맡고 있어서 인맥도 훌륭하고 인성도 좋습니다. 솔직히 지도교수만 보면 감히 이상적인 멘토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구도 제가 예전부터 너무나 하고 싶었던 주제구요.
하지만 점점 dissertation 쓸 시기가 다가오고, 한국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교수직 소식을 들을 때마다 과연 제가 옳은 석택을 한 것인지 의심이 듭니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순위가 높은 대학을 가야했나, 나중에 네임밸류 달려서 일자리 못 구하면 어떡하나, 왜 나는 석사 때 더 악착같이 하지 않아서 고작 이것밖에 못 왔나, 그렇다고 내 주제에 더 높은 대학에서 잘할 거라는 보장은 또 있나 등등...
솔직히 지금 해봤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고민들이지만 밤에 잠 못 이루게 하네요. 교수님께도 죄송하구요.
그나마 CV에 쓸게 많다는게 위안이라면 위안이지만 나중에 한국 돌아갔을 때 더 유명한 명문 주립대, 아이비리그 대학원 출신들 앞에서 그게 무슨 소용일까 싶기도 하네요.
그냥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만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