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4년차 학생이에요. 저희 프로그램은 RA/TA로 5년간 풀펀딩 오퍼를 주는 프로그램이고요. 저는 입학 직후 교수님께서 따오신 펀딩을 관리하는데 문제가 생겨서 1년차와 2년차 내내 TA를 했어요. 다행히 지금은 펀딩이 충분히 확보되어 졸업할 때까지 완전히 RA로 커버될 예정입니다.
2년 동안 TA를 여섯 학기 줄줄이 해보니 나중에는 요령도 생기고 발표/강의도 더 잘하고, 얻은 것도 많지만 아무래도 역시 연구할 시간이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 필요 이상으로 일부러 TA할 의향도 없고, 교수님도 초기에 제가 TA를 너무 많이 해서 (원래 저희 프로그램은 1학년생들은 TA를 시키지 않는데 저는 사정상 그렇게 된 것도 있으니) 펀딩이 확보된 상황에서 굳이 TA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씀하신 상태입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이번 여름학기, 가을학기는 학생들이 instructor를 맡는 경우가 허다하더군요. 제가 다 TA해봤던 과목들이고요. 제 CV에는 TA 이력만 있는데, 이번 여름/가을학기 맡는 학생들은 instructor로 기록된다고 생각하니까 아까운 제가 한심하기도 한데 진짜 아쉽기도 해요. 저는 TA를 두 세번씩 해봤던 과목들이니 사실 instruction 한다면 충분히 할 자신은 있는데, 이미 TA 그만큼 하고서 굳이 시간을 또 들이고 싶지는 않아서 다시 TA할 생각은 없어요. 그런데 이번 학기에 TA하는 학생들은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인데 instructor 타이틀까지 얻으니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 게, 참 사람이 자기중심적으로밖에 생각을 못하는구나 자괴감이 드네요. TA를 더 안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인데, 그리고 지금 시국이 이런 거 생각할 시국은 아닌데, 프로그램 졸업하는 학생들의 job placement record를 볼 때 course instruction 경험이 한번이라도 있고 없는 게 차이가 큰 걸 봐와서 더 그런 감정이 드는 것 같아요. 제가 한심한데 어디 말할 데도 없다 싶어 그냥 여기다가 풀어두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