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들보다 나이가 훨 많은 아재면서,(시발 너희는 군대도 휴학도 재수도 석사도 안해봤잖아.) 아는 것도 없고 논문도 느리게 읽고 또 비판적인 질문을 할 실력 쥐뿔도 없는거 알아. 맞아, 너무 많이 꿀리긴 한데, 내가 너희보다 엄청 노력하는거 같긴 해. 너희들이 후다닥 논문 읽고 실험하고 6시 칼퇴 후, 파티가서 놀 동안 나는 9-11 이 일상이야. 내가 효율성 없는건 알아. 하지만, 일단 뭘 만들어가면 되는거 아니니. 내가 데이터를 죽이든 밥이든 계속 오피스를 찾아가서 디스커션 하니 교수도 내 근성은 인정하는거 같아. 내 영어와 내 지식 머리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난 4년 후에 엄청 많이 알고 있을 거야. 지금 나 유령처럼 취급하는 너희들 졸업할 때 쯤엔 내 이빨에 영혼이 털려 있거나, 같이 콜라보 하자고 알랑거리고 있을거야. ㅎㅎㅎ 나는 사람들하고 같이 있는게 너무 에너지 빠지는 일이기 때문에 소셜 아워 나가지 않아, 그래서 너희들 사는 가벼운 이야기도 주고받을 여유가 없어. 사회성없는 동료가 된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해. 나도 사실 조금 외롭긴 해, 그런데 어쩌겠어 도저히 내 실력에 너희들이랑 어울릴 상황이 아닌거 같다. 난 도 닦는 듯한 삶을 좀 살고 내가 너희들과 어깨를 견줄수 있을 정도거나 너희들이 우습게 보이기 시작하면 같이 어울리도록 할게. 어차피 너희도 같이 소셜 아워에서 어울리는 것들 뒤돌아 보면 까먹을 이름 예의상 물어보고 시덥지 않은 이야기 하고 있는 거잖아. 난 차리리 그럴 바에 한국에 있는 내 친한 친구와 옆애 있는 아내를 의지하면서, 너희와는 학문적인 이야기로 가까워질 날을 기다릴게. 체인지 그라운드 보니깐 그러더라. 실력이 있으면 일부러 쌓지 않아도 인맥이 만들어진다고. 그것도 건강한 것들로. 나는 주변과 유리되는 것 같은 지금의 상황에 마음이 조급해 하지 않고 나를 성장시키는데 더 집중하려고 해. 그러니 멀리서 응원이나 해줘.
안녕.
너희들이 모르는 너희들의 투명인간 동료 하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