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본과 관련된 사회학 박사 4년차인데요.
오늘 저랑 연구분야가 겹치는 비지팅 교수님과 처음으로 점심미팅이 있어서 참석했어요
처음 만나서 대화하는 거죠.
점심을 먹으면서 제 연구 테마 간단히 소개하고 그 교수님이 알만한 주제에 대해 질문했는데요.
그 비지팅 교수님이 일본출신인데 영어 악센트가 너무 심하고 문장 표현도 이상해서 저도 같이 꼬이더라구요.
이상하게 사람에 따라 잘 풀릴때도 있고 되게 안풀릴때도 있어요.
오늘은 질문하면서 좀 영어가 꼬였긴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설명하려고 하는데 말을 막으면서
"너는 영어로 된 책을 읽어라"라고 갑자기 난데없이 말하는거예요.
아니 미국대학에서 사회학 박사 4년차면 영어책 안보고 살수 있나요?
지금 논문 쓰는 과정이라 일본국내의 자료가 좀 궁금해서 물어보는거고 저는 일본어는 꽤 수준급인데.
제가 의아해 하니까 "영어로 된 책을 읽으라"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미소로 고개 한번 끄덕이고, "그런데 제가 지금 이 박사과정에서 접하는 것이 주로 영어서적이고, 학교 도서관에서 빌리는책도 주로 영어로 된 책이라서요. 지금은 논문연구및 집필과정이라 일본 자료가 있을까하는데" 하니깐
"너 네이티브 000선생님처럼 말할 수 있어? 그사람 처럼 영어 못하잖아. 그러면 영어공부 해야지. 용어를 제대로 쓰려면" 이러더군요.
이 선생님 인성이 별로라 프레셔를 받으니 말이 꼬여서 저도 정확한 용어는 못쓰고 조금 돌려 말하긴 했는데
박사 4년차한테 무례하네요. 막 테이블을 툭툭툭 계속 두들기면서 저를 혼내더군요.
그래서 제가 "전공 용어를 배우라는 말씀이지요. 네 공부하겠습니다."하니까
"아니아니 그게 아니고. 뭔말인지 몰라? 전공용어가 문제가 아니라, 영어책을 읽고 똑바로 영어를 쓰라는 거야. 지금도 내가 뭔말 하는지 모르잖아" 라면서 굉장히 무시를 하더군요.
네이티브가 그런말 했으면 이해하는데, 영어 진짜 못하는 양반한테 그런 무시를 들으니 박사 4년차로서 너무 자존감이 상하네요.
저는 교수가 되도 인성은 유지하렵니다. 힘없고 네이티브 아닌 유학생인 박사생들 이해하고 보듬어서 좋은 학자 만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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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기분이 상해서 제가 한 해결책은 결국 그 교수님께 감사이메일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저녁먹고 다시 마음 가다듬고, 오늘 해주신 귀중한 충고 감사하고 피드백을 받아들여 더 좋은 학자로 거듭나겠다고. 그리고 선생님께 조만간 좋은 성과를 보여드릴 날이 오길 바란다고요. 유명한 학자분과 대화할때 종종 긴장을 한 나머지 횡설수설 해서 죄송했다고 하며 다시 한번 제 연구테마에 대해 이메일로 소개해 드렸습니다.
분하고 원망스럽다가, 감사이메일을 쓰고나니 그 마음이 가라앉았고 왠지 제가 한 레벨 더 올라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결국 분노와 슬픔을 이기는 방법은 한쪽 뺨 맞으면 다른 뺨을 내어주고 50리를 가라면 100리를 가는 거군요. 그것이 남을 위한 일이 아니라 결국에는 제 자신을 위한 거라는 예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이 옳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