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40대 초반에 석사 유학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해커스 게시판 보면 40대에 유학 가도 될까요? 영어 못하는 데 유학갈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들 보이던데요, 제 사례가 참고가 될 것 같아서 적어봅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10년이상 직장 생활을 하다가 유학을 온 케이스입니다..
직장에서 쌓은 커리어와 연관된 분야의 공부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마침 회사에서 지원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유학을 올 수 있었습니다..
전공은 사회과학 분야이고 학교 랭킹은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20위권 이내에는 드는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지금은 마지막 학기를 남겨놓고 있고요.
대학원 어플라이 했을 때 영어 실력은 웬만한 학교들 간신히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어학 기준이 특히 높은 학교들은 지원도 할 수 없는 점수였고요..
리딩말고는 총체적인 난국이었습니다..특히 스피킹은 절망적인 수준이었고요..
유학와서 첫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하는 말씀 중에 안 들리는게 훨씬 더 많았었고요,
세미나 첫 수업때는 내가 한 마디라도 할 수 있을까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준비한 멘트를 겨우 떠듬떠듬 말할 수는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대화에 참여할 수준은 전혀 되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어서 나름대로 준비를 했습니다..
강의는 미리 업로드 되는 수업자료를 몇번씩 읽고서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강의하는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서 들으니까 어느 정도는 들리더라고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까 강의때 교수님이 하는 말씀들은 거진 이해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세미나 수업은 미리 공지된 세미나 주제를 바탕으로 제가 말 할 내용을 미리 준비해서 달달 외워서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1~2번이라도 디스커션에 참여하려고 노력했어요..그런데 이런 전략이 통할때도 있었지만 안 통할때도 많았어요..
공지된 세미나 질문이나 주제와 좀 다른 방향으로 수업을 진행하시는 경우도 왕왕 있었거든요..
어떤 때는 한 마디도 못했던 경우도 있었어요..스피킹 실력도 안좋은데 토의하는 내용까지 익숙하지 않은 경우에는
정말 디스커션에 참여하기가 어렵더라구요..더구나 정적으로 느리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빠르게 진행이 되는 분위기다 보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었습니다..이러려고 유학을 왔나하는 생각도 있었고..
제 자신이 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모국어로 공부 뿐 아니라 세상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건
언어적으로는 아무 어려움이 없는 네이티브 애들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세상 불공평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고요..^^
그렇지만 내가 나이도 많고 영어도 서투르지만 석사 과정도 소화 못해서 되겠나 싶어서
일단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먼저 오픈 아워 시간에 교수님들을 자주 찾아갔습니다..
에세이 주제나 방향에 대한 상담도 하고 수업시간에 다룬 것중에 궁금한거 물어보기도 했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물어보는 건 친절히 알려 주시더라구요..
물론 전 교수님 찾아가서 질문하고 하는 것도 미리 질문지 만들어서 준비하고 가야 할 실력이어서 이것도
부담이 되긴 했습니다만, 처음이 힘들지 여러번 반복되니까 특별한 준비없이도 교수님이랑 30분 정도까지는
대화가 가능하더라구요..교수님은 익히 잘알고 계시는 내용이라 제가 화제만 던져도 눈치껏 알아들으시는 면도 있었고요..
사실 제가 질문 한걸 교수님이 한 참 얘기해 주시는데 잘 알아듣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들도 있긴 했지만요,
직장 밥을 오래 먹어서 그런지 눈치가 늘어서 그럭저럭 대처는 되더라구요..
그리고 직장생활 하듯이 규칙적으로 학교를 다녔습니다..9시까지 도서관에 와서 6~7시 정도에 집에 갔습니다..
물론 밤 세워서 공부를 하고 싶기도 했지만, 육아를 아내한테만 맡겨 놓는 것은 너무 미안해서 저녁은 가족들과 보냈습니다..
대신 중간에 수업시간 빼고는 거의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거나 과제를 하고 수업 준비를 했습니다..
주말도 하루 정도는 낮 시간은 도서관에 나가는 경우도 왕왕 있었고요..
자꾸 쓰다보니까 라이팅 실력도 향상이 되었고요..스피킹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평가는 주로 라이팅이나 리딩 실력이 좌우하기
때문에 학점 받는 것에 크게 장애가 되지는 않았습니다..그리고 스피킹도 요령이 생기는 것 같더라구요..
스피킹 실력이 비례적으로 향상됐다 보다는 생존형으로 진화했다고 하는게 맞을거 같긴 한데요..
뭐 이런식으로 학교생활을 했습니다..부지런함과 성실함..무거운 엉덩이로...
그덕인지 성적은 현재까지는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동급생이 200명 가까이 되는데요, 첫 수업시간때 기억을 떠올리면 정말 장족의 발전을 한 건 맞는 것 같습니다..
또 성적이 잘 나오고 에세이 페이퍼들이 좋은 평가를 받으니까 먼저 다가와 주시는 교수님도 생겼고요...
박사 지원 해보지 않겠냐고 권해 주시는 분도 있었고요.(전 직장에 복귀해야만 하는 입장이라 좀 아쉽기는 했죠)
회사에서 기획파트에서 기획하고 연구하고 보고서 쓰는 일을 주로 했었는데요 이런 경험들도 많은 도움이 됐던거 같습니다..
보고서 쓰는거나 에세이 쓰는거나 비슷하더라구요..언어가 다르고 형식이 좀 다르긴 하지만요..
에세이 평가 끝나고 나서 교수님이 남겨주신 피드백을 보면 "글의 체계와 구성, 논리 전개 흐름이 좋다, 읽기가 편하다, 자료조사를
열심히 한게 느껴진다. 문제의 핵심을 잘 파악했다." 이런 내용들이 많았는데요 아마도 직장에서 10년 넘게 보고서를 써봤던 경험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반대로 "묘사나 표현의 구체성이 떨어진다.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그런 표현은 잘 쓰지 않는다." 이런 피드백은 저의 부족한 영어 실력에서 기인하는 것 같고요..
쓰다보니 말이 많아진거 같은데요..결론을 말씀드리자면 나이 좀 있고 영어 잘 못해도 열심히 노력하신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으로 석사 학위 정도는 취득하실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그리고 그간의 직장 생할이 공부에
방해만 되는 무용한 시간은 아니라는 말씀도 해드리고 싶고요..
막상 쓰고 나니까 박사생도 아닌데 뭐 대단한 공부라도 하는 거 같이 보일까봐 민망하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