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 게시판 목적에 맞는 지 모르겠지만 결혼하신 분들의 의견을 구하고 싶어 여기에 올리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현재 남자친구와 7년째 연애 중이고 남자친구의 성격/성향때문에 연애를 지속해야하는 지 고민이 많습니다.
긴 글이 될 것 같습니다ㅠㅠ
저나 남자친구나 둘 다 많이 사교적인 편은 아니고 자존감도 약간 편입니다.
둘다 교육열 강한 집에서 태어나 가족의 기대를 받고 자랐지만 한국에서 명문대 진학을 하지 못하고 둘 다 학부부터 유학을 시작한 경우입니다.
제 경우 자매들 모두 한국에서 최고 성적을 낸 반면 저 혼자 해내지 못했다는 실패감에 슬픈 마음으로 유학을 시작했고 이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학부 내내 독하게 공부했습니다.
그러다 남자친구를 만났는데 남자친구도 저와 같은 상황이였기에 서로를 다독이고 응원하며 열심히 공부했고 연애했습니다.
지난 7년동안 저는 운이 좋게도 제가 전공하는 분야 탑티어 학교 석박사에 진학하여 현재 박사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남자친구는 군대를 다녀오고 학부를 길게 다녀 이제 학부 마지막 학기를 하고 있습니다.
남자친구도 내년 석사 진학을 목표로 올 가을 지원해 예정입니다.
학부 마지막 학기를 보내며 석사진학 계획을 같이 상의하고 학교 생활을 공유하고 하는데 남자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또 생활을 살펴보면…
제 기준에는 남자친구가 너무 안일하게 산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 생각에 유학생활이라는 것이 누가 떠먹여 주는 것도 아니고 영어실력이든 인맥이든 교수님과의 관계든 또 그로인해 우연히 얻게 되는 기회,
정보 모두 내가 발로 뛰고 얼만큼 더 적극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 또한 지독하게 교수님들 오피스 방문하였고 영어실력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고 학교 라이팅센터든 커리어센터든 학교에서 얻을 수 있는 소스는 얻으려 노력했고 저는 그랬기에 많은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반면 남자친구는 꿈과 목표는 많으나 너무 수동적으로 행동합니다.
당장 올해 석사 진학을 하려면 교수님 추천서를 받아야 하는데 친밀한 관계의 교수님이 한명도 없고 그래서 제가 1년 전부터 슬슬 교수님들과 관계를 쌓으라고 오피스 자주 방문하고 질문도 하고 하라고 조언을 해주었지만 졸업 2개월 조금 넘게 남긴 이 시점에도 한번도 오피스 방문하지 않았고 아무 교수님과도 관계가 없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적극적이지 않아요.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취소하는 것은 잘하지만 사람을 마주하고 해결해야하는 문제들은 매번 쭈뼛쭈뼛빼고 그냥 말을 안하고 손해를 보는 일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나서서 컴플레인하고 제가 해결하고 제가 전화하고 찾아하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니 서럽고 화가 납니다.
어디가서 이야기할 일이 있으면 제 뒤로 슬쩍 빠져있어요.
이런 성격때문에 제가 그런 성격으로 어떻게 미국에서 자리를 잡고 살려고 하느냐 말도 못하고 포스도 없고 전략도 없고 그렇게 소극적으로 살면서 이 타지에서 어떻게 남편이 되고 아빠가 되려 하느냐 (미국에서 둘 다 자리를 잡고 싶어해요)
많이 이야기하고 싸우기도 하지만 고쳐지지 않습니다.
이 사람의 장점은 정말 착하고 따듯해요.
7년동안 저에게 늘 잘해줬고 특히 처음만났을 때 제가 실패감에 정말 자존감 낮았을때 이 사람이 옆에서 해준 응원덕에 많이 힘을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와 단둘이 있을 때는 너무 착하고 좋은 사람이지만 모르는 사람 1명만 끼여도 사람을 어떻게 대할 줄 몰라 땀이 삐질삐질 흐르고 사회적인 장소에 가면 이런 말 좀 그렇지만 쭈구리처럼 너무 비사회적으로 행동해요.
그때마다 저는 제가 나서서 커버치게 되고 더 말을 하고…
영어 실력에 대한 불만도 생깁니다.
둘다 유학기간이 비슷한데 (남자친구가 2년 군대가느라 2년 공백이 있네요)
남자친구가 영어실력이 너무 안늘어요.
밖에서 사람을 안만나니 그럴 수밖에요.
페이퍼를 쓰면 본인이 정말 그 코스에서 A를 받고 싶으면 교수님을 만나든 라이팅센터를 가든 뭘 어딜 가서 부족한 실력을 만회해야하는데 매번 데드라인 직전에 시작해서 정말 부족한 실력으로 페이퍼를 씁니다.
그리고 마감 6시간 전에 제게 한번 봐달라고 이메일로 파일은 보내는데….
도대체 그런 태도로 어떻게 A를 받으려고 하는지.
한번은 제가 아예 페이퍼 조언을 해주지 않고 봐주지도 않고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점수를 정말 낮게 받았더라구요.
교수님 코멘트도 페이퍼 포인트가 어긋나있다는 것이였는데 그러면 그 다음 페이퍼에 욕심이 있으면 정말 오피스나 라이팅 센터에 가야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또 안가고 또 막판에 쓰고 또 점수가 낮고
그리고 왜 본인은 점수가 낮고 학점이 안좋고 자기 생각엔 자기보다 별로인 한국사람 누구는 학점이 좋은지 현타오고.
정말 착한 사람인건 알겠는데 전체적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가 게으르고 안일하고 좀 둔하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요즘은.
특히 페이퍼 쓴 것들을 읽어보면 논리가 너무 없어서…한글로 쓴 글도 좀 글이 너무 널뛰기 처럼 뛰더라구요. 갑자기 뜬금없는 이야기들의 향연.
저는 7년전의 저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자 늘 노력하고 그만큼 성과도 내고 있고한데 남자친구는 7년전 그때 그자리에 가만히 있어요.
남자친구만 가만히 있고 다른 동기들은 모두 성장하니 상대적으로 후퇴하고 있기도 하고요.
현재의 저를 만들어 준 것에 남자친구의 응원과 서포트가 컸기에 저도 남자친구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려 지난시간 많이 노력했지만 이제 정말 지치고 남자친구에게 존경심이 사라지니 남자로도 안보이고 좀 힘듭니다.
정말 착하고 따듯하고 좋은 남자지만 사회성이 떨어지고 전반적으로 삶에 대한 전투자세가 없는 남자와 결혼하면 제가 너무 고생하고 살 것 같아 걱정입니다.
제가 늘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할 것 같고요..
운전도 저만해요.
운전하는 것이 자신없대요…
누군 좋아서 하나…
글이 길고 두서가 없는데 남자친구와 의리가 있고 고마움이 있어 관계를 지속하고 있지만 점점 결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너무 의리가 없는 것인가 제 스스로 실망감 죄책감이 들다가도 결혼은 현실인데 내가 돈많은 것 직업 좋은 것 이렇게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닌데 왜 저런 기본적인 것이 안되는건지 내가 죄책감에 결혼할 수는 없지 않나란 생각도 들고. 이런 남자 결혼상대로 어떤가요… 정말 착하긴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