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께서 물어보십니다.
저는 인문학 박사과정 학생이고
논문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지는 3년쯤 됩니다.
학과 차원에서 논문 쓰는 학생들만 따로 모아서 하는 수업이
있습니다.
특별한 글쓰기 기술?을
가르쳐주는 것은 아니고
시간, 체력, 생활 관리에 관해서 서로 묻고 질문하고 다독여주는 그런 수업입니다.
이 수업은 일주일에 한번 씩 한
시간 수업입니다.
다섯 명이 수업을 듣는데 두 명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인터네셔녈 학생들이네요.
지난 일주일 동안 글을 쓰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라고 교수님이 묻습니다.
저의 경우, 모국어가
아니니 어려운 건 당연한 거구요.
글쓰기 속도가 느리든지,
뉘앙스를 잘 살리면서도 깨끗하고 정갈하게 쓰는게 잘 안되든지,
아니면 공부가 부족해서
잘 모르는걸 쓰려니 막막하든지..
여러가지가 있겟습니다만,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저의 답, 영어 글쓰기의 제일 어려운 부분은
눈으로 보이는 장면 (저의
경우 주로 회화)에 대한 세밀한 묘사입니다.
대부분 한국 대학원생들은 이론에 강합니다.
개념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그것으로 글을 쓰는데 있어서
내이티브와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것 같습니다. (제 경험상)
어차피 너무 어려운 것은 서로다 잘 모르는 것이고
일단 개념들만 확실히 정리되면
수학과 같이 분명한 언어들로 서술해주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장면-이미지- (역사적 사건이나 시간에 따른 기술은 그나마 나은편인데.. ㅜㅜ )
묘사는 참으로 버겁습니다.
처음에는
학부때 부터 공부한 분야가 아니라서 그런가 싶었고
아직 영어 실력이 안되서 그런가 했는데...
지난 몇 년간의 삽질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은,
작품을 묘사하는데 있어서,
이미지와 사물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기술하는
영미 학자들만의 오랜 전통과 독특한
방식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제가 속한 분야가 더 심합니다.
그러한 묘사들을
한국어에서 영어로 옮기는 건 고사하고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해보려고 해도,
그림을 옆에 두고서 그에 관한 묘사를 읽어 내려가는데도
왜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지
(자건이나 생소한 단어, 생소한 구문, 혹은 소설과 시에 등장하는 언어의 애매함 때문도 아닙니다)
이 묘사 부분을 지나면 보통 이론 섹션이 나오는데
대부분의 글들은 깔끔하고 이해가 어렵지 않습니다.
박사 과정에도 꽤 오래 있었고
이쯤 되면 그 연구자들처럼 이미지를 묘사를 하고 싶은데…
지난 몇 년 간 문장을 통 채로 외우기도 해봤고 비슷한 묘사의 구조를 잘 숙지해서 써보기도했는데..
아직까지 기대만큼의 전달력을 갖지는 않네요.
혼자 있고 싶은 밤입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