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심리적으로 딱히 큰 어려움 없이 석사하고 미국에서 나름 제가 가고싶었던 학교에서 사회과학쪽 박사 이제 2년차 진입했는데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제가 마치 brain fog를 겪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평소에 우울하다는 생각이 크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무기력증은 꽤 자주 느낍니다.
네이버 검색하니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지속돼 생각과 표현을 분명하게 하지 못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집중력 감소, 기억력 저하, 피로감, 우울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방치할 경우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라고 되어있네요.
이전과는 달리 추상적인 아이디어 하나 생각하는데 막막하고 무엇보다 교수들과 의사소통 할 때, 그리고 발표할 일이 있을때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이고 이게 쌓이다 보니 교수들과 캐주얼한 아카데믹한 대화조차 기피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생각을 제가 봐도 논리정연하게 말을 못합니다. 한번은 직설적인 교수이긴한데 일대일 미팅 중에 제가 질문하는걸 듣더니 '너 영어나 intellectual 측면이 부족한건 아닌데 그냥 너가 말하는걸 이해하기 힘든것 같다고' 아예 말을 들은적도 있고요. 참고로 이분은 제 인터뷰 때 저에게 적극적으로 관심도 갖고 칭찬도 해주던 분인데 저 때 이후로 반년 이상 interaction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무슨 데이터나 구체적인 아이디어도 제대로 제시하고 있지 못하니 대화가 더더욱 두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졌어요.
다행히 학생을 쉽게 자르는 프로그램은 아니라서 잘리는 것에 대한 큰 걱정은 없지만 제가 생각해도 지난 1년만 돌아보면 제가 여기 있을 자격이 있는건가 생각이 들고, 저에 관심 보이던 교수들도 점점 저에게 관심을 안 갖는 느낌도 듭니다. 기분 탓이지만 저를 뭔가 피하는듯한 교수도 있는것 같고요. 이미 나는 저들의 머리속에 '얘는 딱히 성공할 것 같지 않은 학생'으로 도장이 찍힌 느낌이랄까요.
심리적인게 정말로 제 인지 능력에 영향을 주는건지, 아님 제가 애초에 incapable한데 심리적인 상태로 핑계를 찾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네요.. 제가 정말 미친듯이 최선을 다하고 이렇게 느끼는게 아니라서 뭔가 스스로가 한심하고 답답하기도 하고요.. 이런 느낌을 석사할때는 받지 못했는데 어디서부터 이 문제가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조언 얻을겸 주저리주저리 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