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워커홀릭입니다. 요즘 날씨가 참 좋네요.
이 시기에 제주도라도 가고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 하고 있어 조금 슬프네요.
코로나 확진자 숫자가 많아서 자제하는 것이 좋은 시기라며 스스로에게 위안을 삼고 있지만,
할 일이 점점 쌓여가고 있어 마냥 즐기지 못 하는 상황인 이유가 큽니다.
2021년 입학을 위해 달려온 이 길었던 레이스가 조금 있으면 끝이 납니다. 선배들은 인생의 마지막 방학을 즐기라고 조언하더라구요. 하지만, 워커홀릭이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기존 연구를 마무리 하고, 새로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 하다 보니 정신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빠르게 갈 학교가 정해져서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은 참 잘한 결정이구나 싶습니다.
최근 여러 출국자 분들을 만나다 보니, 벌써 4월 11일입니다.
제 학교에는 출국자 오픈 카톡방이 생겨서 새로운 분들과 Zoom으로 만나 이야기도 했고, 저는 그 중 관련 있는 몇 분과는 금요일에 저녁도 함께 했습니다. 로스쿨이나 MBA 가시는 분들도 계셔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지만, 더 나아가 제 자신도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동기 부여도 되었습니다.
이렇게 만났던 분들이 인고의 세월을 보낸 후, 나중에 다시 보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이 되어있을지 기대감도 생겼던 거 같습니다.
여러분들에게도 조금 공유드릴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자면, 이 분들의 입시도 코로나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각자의 입시 상황을 나눠보니 예년보다 인터뷰 기회가 줄었던 것이 비단 석박사 프로그램만의 경우는 아니었습니다. 제가 이전의 글에서 말 하였 듯, 미국에서도 취업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양질의 지원자들이 로스쿨로 진학하는 경우가 늘었던 것이죠.
비슷하게, 직장을 잘 다니다가 업황이 좋지 않다 보니 MBA 지원자도 늘었던 거 같더라구요. 역대 최고의 서류 지원을 보였다는 썰은 종종 들었지만, 그 실체를 확인하게 된 것입니다. 저도 기 입학자들의 점수대를 대충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시 한번, "인생은 타이밍"이구나… 라는 생각이 강해졌네요.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해야하나를 고민하다 보니, 인간 관계를 잘 챙기는 것도 필요하겠다 싶었거든요.
1. 주변 사람들
우리가 어른이 되면서, 입시라는 것 외에도 사회적으로 챙겨야 할 대소사가 많잖아요. 요즘, 저는 해가 갈수록 참석해야 할 결혼식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습니다. 외국에 가면 보지 못 할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라 일부러 시간을 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년 간 보기 어려울 것도 같고... 사실 최근 서로 바빠지면서 주변 사람들을 잘 못 챙겼거든요.
여러분들이 공부를 하고 유학을 지원하면서 최근 친구들과의 관계 직장 동료와의 관계, 가족과의 관계를 잘 챙기지 못하는 상황들이 있었을 겁니다. 입시를 준비하면서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한다고...’ 이런 시선들을 받으셨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들이 이 시기에 꼭 가족들과 시간을 잘 보내고, 친구들을 많이 만나시고 결혼식이나 장례식과 같은 경조사를 꼭 잘 챙기시면 좋겠습니다. 종종 방학에, 한국에 올 때만 연락하는 친구가 되기 보다 꾸준히 연락하면서 잘 지내는 것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거든요.
공부를 오래하는 연구자들이 (랩실에 갇혀서) 자기들만의 세계에 갇혀있다는 인식이 많은 이유는, 다른 직업 분들과 소통이 많이 없어서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다른 분들은 잘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또 나누는게 결국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관계를 새로 시작하는 것이 점점 쉽지 않을 수 있기에, 원래 알던 주변 사람들부터 잘 챙기시는 것이 필요하겠더라구요.
특히, 유학을 나가면 한동안 가족들을 잘 챙기지 못 할테니,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2. 새로운 친구들
두 번째, 사회 관계는 앞으로 여러분들이 만날 사람들과의 관계입니다.
여러분들이 같은 인더스트리에 공부를 같이 할 친구들을 챙기고 교류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인간 사의 많은 부분이 그렇지만, 이 연구라는 것도 네트워크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같이 일을 하지 않더라도, 잘 챙기시면 좋은 정보들을 얻게 될 수 있습니다.
정보화 시대라고 하지만, 정보라는 게 다 같은 중요도를 갖는 건 아니니까요. 일부에게만 유통되는 정보들도 있는데 그런 내용들을 아는 것이 절대로 해가 되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유학을 준비하면서, ‘정보’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셨다면, 앞으로도 이런 정보들이 굉장히 중요할 수 있다는 제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 출국을 할 때 많은 인간관계를 새로 챙기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죠.
하지만 내가 앞으로 가야할 이 길의 동료들을 만드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보죠. 꼭 학계의 네트워크가 아니더라도 생활 반경을 예로 들면, (같은 분과/전공이 아니라고 해도) 같은 대학/지역으로 가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현지에서 만나는 것도 좋지만 미리 연락하고 만나보면서 함께 출국 준비하는 것도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여러분들의 유학생활은 굉장히 외로울 겁니다.
연구도 많이 힘들고 공부도 쉽지 않을 겁니다. 생활도, 사람도 어려울 겁니다.
학교에서 교수님들한테 말하기도 어렵고 같은 대학원생들에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일이 있으면 전화나 줌, 스카이프 등으로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릴렉스 하는 것도 좋을 거에요.
그런데, 근처에 있는 마음에 맞는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같이 어울릴 사람들이 있으면 정서적인 안정감을 준다고 하시더라구요. 빠르게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도 있잖아요. 선배들도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교회를 나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물론, 한인 커뮤니티 참여를 선호하시는 분도 있고 비선호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아무래도 고국을 떠나서 외국에서 공부를 할 때 큰 힘이 될 겁니다. 따라서, 출국하기 전 그런 커뮤니티를 잘 형성해 놓고 가시는 것도 여러분들이 성공적인 유학 생활을 하는데 보탬이 될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3. 현지 구성원
마지막으로, 출국 후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학교 구성원들과의 관계입니다.
교수님들과 재학생 선배들에게 언제 어떻게 연락을 하는 게 좋을지 한번 생각을 해보시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초반에는 우리가 핸드폰을 개통하거나 계좌를 개설하고, 카드를 만드는 등의 삶의 기반들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할 거에요. 거주지도 알아봐야 될 거고, 경우에 따라서 자동차도 사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 한번 해봤던 선배들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료들은 구글에서 얼마든지 검색을 통해 알 수 있지만 실제 겪었던 것들 듣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행정팀 직원분들과 잘 지내는 것이 앞으로 삶을 사는데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우리가 흔히 교직원이라는 표현을 쓰잖아요. 교직원의 교원은 교수를 지칭하는 말이고, 직원은 이런 학교가 돌아갈 수 있게 도움을 주시는 분들을 이르는 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분들과 잘 지내세요.
교수들과 잘 지내는 게 중요하다는 건 많이 아시지만, 의외로 행정 직원분들과의 관계를 중요 우선순위에 두는 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덜 중요할 수 도 있지만 여러분들이 앞으로 지내면서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전문적으로 여러분들을 도와줄 수 있는 분들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편안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분들에게 잘 하세요.
꼭 전문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서가 아니더라도, 그 분들과 잘 지내셔야 하는 이유는 충분합니다.
직접적인 교류가 없었더라도, 제가 항상 명심하려고 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새벽부터 문을 열어주셨던 경비 직원분들, 깨끗한 공부 환경을 청소 미화원 분들처럼, 여러 사회구성원분들의 도움으로 제가 이런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을요.
유학을 나가는데 성공한 '나'가 뭐라도 된 것 같게 느낄 수 있는 시기지만, 착각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을 하고 있지 않음에도 오로지 이 일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가 여러분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드리고자 이 글들을 써내려가는 첫번째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1년 4월 11일
오후 11시 30분
열 세 번째 글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