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고보면 재미있는(?) 영국문화
6년정도 이네들과 부딫히며 살다 보니까 배낭여행이나 유학생활로는 알 수 없는
영국의 재미있는 문화들이 하나씩 들어오더라구.
그래서 한번 소개해 볼께...그냥 재미삼아 읽어봐.
1. 일상에서는 흔한 "쏘리" 그러나 공적 관계에서는 절대 하지 않는 "쏘리"
어느나라나 비슷하겠지만, 영국은 특히 "쏘리"라는 말에 인색한 나라야.
우리들은 흔히 서양인들은 미안해 라는 말을 어디서나 많이쓰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많다라고 알고 있지만,
최소한 영국인 혹은 미국인에 대해서 만큼은 그건 정말 오해중의 오해야.
물론 길거리에서 눈만 마주쳐도 "쏘리"라고 할 정도로 의미없는 일상에서는 밥먹듯이 "쏘리"라는 말을 해댄다.
하지만 공적인 관계에서는 정말 확 달라지지.
이들에게 있어서 공적 관계에서의 "쏘리"라는 말의 뜻은
한국인들 정서에서의 "미안해"라는 말이 담고 있는 무게와는 그 차원이 틀려.
한국인들이야 공적이든 사적이든 "미안해"라는 말은 네가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너와의 관계를 불편하게 해서 나도 좀 미안한데...이런 의미를 많이 담고 있는데 반해,
영국이나 미국인의 공적 관계에서의 "쏘리"는 나의 업무상 실수를 인정함과 동시에
그로인하여 추후 발생할지 모르는 어떤 책임도 지겠다 라는 의미야.
그래서 공적 업무 관계에서 명백한 상대방의 잘못일지라도 "쏘리"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 습성이 있어.
물론 게중에는 개인적 성격의 차이에 따라 "쏘리"라고 가볍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경우 십중팔구는 아무런 사이드 이펙트가 없음을 확신하기 때문에 말하는 "쏘리"일 뿐이야.
그래서 통상 자신의 잘못이 분명한 경우에는 "쏘리"라는 말보다는 "클레임을 걸겠느냐"
혹은 "클레임 관련 부서로 문의해라"라는 식으로 답을 한다.
경험해보건데 실질적 사과에 있어서 매우 인색한 문화야.
2. 청혼 받는 것을 어릴때 부터 꿈꿔오는 여성들
로멘틱한 청혼을 받기를 원하는 건 모든 나라 여성들의 바램일거야.
하지만 영국에서의 청혼은 로멘틱하지 않아도 청혼 그 자체로서 정말 엄청나게 의미있는 일이야.
우리나라의 여성들은 일생 최소 한번은 청혼을 받게 되있쟎아. 그게 로멘틱하든 그렇지 못하던 간에 말이야.
하지만 영국의 여성들은 평생 청혼을 받지 못하고 사는 경우가 태반이야.
게다가 20대 결혼 적령기에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청혼을 받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지
그 이유인 즉슨,
영국에서 "이혼"은 남자에게 있어서 "험란한 인생 예고"와 동일한 의미야
좀 과장되게 표현하면 인생파멸이란 말과 비슷해.
일단 이혼을 하면 재산권 분할에 있어 남자에게 엄청나게 불리해. 기존 재산은 무조건 절반으로 나누어야 하고
예상수입에 대해서도 여성의 재혼 전까지 여성에게 일정 권리가 주어져.
더구나 아이까지 있는 경우는 여성의 재혼전까지 상당액의 양육비 지급에 대한 법적 강제가 부담된다.
한국이야 이 모든 법결정을 이유없이 거부해도 단순히 법원의 행정심판위반으로 소액의 벌금만 내면 되지만
영국은 그게 안돼. 심지어 국가에서 먼저 지급하고 남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기도 해.
게다가 이혼의 사유가 법적으로 여성에게 엄청나게 관대해.
예를들면 애매모호한 가사도움불성실 이런 것도 이혼사유가 된다는 거야.
그러니 정상적인 남자에게 있어 결혼은 일생의 신중이 요구되는 일이야.
그러다 보니, 사랑한다는 이유 만으로 쉽사리 청혼을 할 수 없는 문화가 되버린거지.
특히 중산층 이상의 인텔리 남자에게 있어 "이혼"은 비슷한 수준의 여자와의 재혼의 꿈도 꿀 수 없다는 말이된다.
어떤 여자가 겉만 번지르 할뿐 사실상 경제적 권한이 상실되버린 남자와 재혼을 하겠어?
따라서 젊고 수입이 좋은 인텔리 남성일수록 청혼에 인색해진다.
그래서 영국에서는 동거가 너무나 일상적이야.
손자까지 둔 60대 노부부가 배우자를 걸프랜드 보이프랜드 라고 소개하는 커플이 무지하게 많다.
내 동생부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얼마전 여행 왔을 때 내 여자친구가 재수씨에게 그러더라
결혼했냐고?
재수씨가 좀 뜨악 하는 반응을 보이며 "어브커스" 하니까 내 여자친구가 "고져스"를 연발하니
동생넘이 뭐 저런 이상한 질문을 하는거야 라는 식으로 봤는데
영국의 문화를 알고나면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지.
한편으로는 내 여자친구가 나에게 무언의 시위를 하는 것이기도 하고...
반면에, 영국의 서민층 특히 하류층(표현이 좀 그렇지만)은 결혼은 남발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일단 결혼을 해서 애를 마구 마구 낳으면 정부의 양육지원금과 저소득층 지원금을 받아서
놀면서도 먹고살 정도가 되버리거든...그래서 하층일수록 무능력한 젊은 남녀일수록 쉽게 결혼을 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영국 정부도 이런 사회문제 해결방은을 고민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처방책은 없어.
이런 문화 때문에 영국의 정상적으로 자란 여성들은 청혼 받는 것을 무슨 일생 최대의 행복으로 알고
그것을 남자친구에서 오매불망 기다린다.
또 그렇게 결혼 안하고 동거만 하는 엄마 아빠를 보고 자란 여성들 입장에서 청혼은 더욱더 일생의 꿈이 되버리는거야.
그래서 영화에서 보면 별거 아닌 청혼에도 여자들이 감도하고 눈물흘리고 기뻐하는 장면들이 나오는 거라고...
한국의 여성들은 최소한 "청혼"이라는 문제에서 만큼은 사치스러울 정도로 호사한다고 생각해야 하는거라고...ㅋㅋㅋ
3. 너무나 소박한 선물문화
영국 속담(?)에 "노비지트 위드 엠프티 핸드" 라는 말이 있어.
우리와 마찬가지로 남의 집을 방문할 때는 절대로 빈손으로 가지 가서는 안된다는 말이지.
하지만 우리와의 차이는 바로 그 손에 들고가야 하는 선물의 내용이야.
우리야 바리바리 수만원짜리 선물을 들고가지만
이네들은 끽해야 만원 내외의 와인이나, 꽃, 초콜렛, 파이 혹은 내가 손수 만든 작은 음식..이런것 만으로도 너무너무 기뻐한다.
특히 내 마음을 담아 적은 카드를 함께 한다면 그건 최상의 선물이야.
나는 식사초대에는 주로 잡채(대충만든거 ㅋㅋ) 같은 한국음식이나 그게 귀챦으면 하프세일하는 만원짜리 와인들고 간다.
그리고 생일선물의 경우에는 한국 열쇠고리...
좀 까진(?) 사람의 경우는 자기가 필요한 선물 목록(결혼 같은 경우)을 돌리기도 하는데 그 리스트를 보면 정말 웃음이 나온다.
내 여자친구의 경우는 사귀고나서 첫 생일때 무얼 선물할까 고민하다가 직접 물어봤어
그랬더니 시내의 한국숍에 가끔 나하고 다니면서 눈여겨 봐둔 한국 머리삔이 있는데 그게 너무 갖고 싶다며 어렵게 말하더군.
너무 웃기고 귀엽더라구.
그래서 그 삔을 하나더 사주고 별도로 5만원짜리 톱을 하나 더 사서 꽃과 함께 선물했더니 정말 놀라서 울려고 하더라...
어때? 너무나 소박하면서도 재미있는 선물 문화 아냐?
이런 문화는 우리도 좀 도입했으면 하는 맘이야.
4. 네 고객님...어떤 불편이든지 들어주기만 할께요...하지만 언제 처리될 지는 장담 못합니다
얼마전 한국의 옥션에서 이런 클레임 글을 본적 있어
"어제 물건을 주문했는데 만하루가 지났는데도 오지 않네요...배달이 너무 늦네요"
이런건 영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야.
영국에서의 고객은 돈을 지불하기전에만 고객이지
일단 돈을 주고나면 고객이 아니고 그냥 찬밥 덩어리 신세가 되는거야.
어떤 물건을 인타넷으로 구매했다치면 그게 내손에 오는데는 최소 일주일이 걸리지.
만일 일주일 걸려 받았다면 그건 정말 소비자 평에 "베리굿"으로 써줘야 하는 고마운 일이야.
그리고 쓰다가 이상이 생겨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면 정말 엄청난 인내가 있어야 해.
예를들어 노트북이 고장났어. 그러면 그냥 버리고 하나 사는게 좋아.
다들 알겠지만 영국에서는 일단 한국처럼 무상수리 라는 제도는 없어. 그 무상수리 기간을 내가 별도로 보험처럼 사야해.
그리고 그런 무상수리 권한을 샀다 하더라도 (유상수리도 마찬가지야)
오고가고 고장원인 밝히고 부품조달하고 고치고 하는데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려.
만일 유상수리라면 수리비 역시 왠만하면 원래가격을 넘어가지...
또한 행정처리의 경우라면, 이건 인내가 아니고 달관의 경지에 이르는 기다림이 필요할 거야.
우리나라야 왠만하면 동사무소에 전화한통 아니면 인터넷으로 민원을 신청하고 한시간 후면 신청서류를 받아보거나
행정처리가 요구되는 경우는 며칠 있으면 처리결과까지 친절하게 통보 되지만
영국의 공무원은 국민의 종복이 아니고 국민을 다스리는 여왕의 신하라는 마인드이기 때문에
민원이나 행정처리에 있어서 신속/정확 이라는 말은 절대로 정말 절대로 기대해서는 않돼!
예를들어 집을 사고 파는 경우, 한국이야 준비된 서류들고 부동산에서 도장 찍고 등기소가서 신고하면 그걸로 끝이라서
하루면 모든 행정철차가 끝날 수 있지만
영국에서는 최소 6개월-1년정도 걸려.
운전면허 갱신하는데 최고한달 걸릴 정도니까...
(모든 서류 다 구비해서 기존 운전면허 동봉해서 DVLA라는 행정부처로 손수 발송해주는데도 처리하는데 한달!!!!)
거기다가 더 큰 문제는 모든 행정절차(정부고 기업이고 간에) 결과가 다 끝나서 내 손에 원하던 결과물을 얻었다고
안심해서는 큰 코 다친다.
그 결과물을 항상 꼼꼼하게 다시 살펴봐야 한다구.
원하던 결과물이 아닐 경우가 비일비재해.
날짜가 오래걸린다고 업무가 정확하다고 믿다가는 정말 엄청난 낭패를 보기 쉽상이지.
일단 정부고 기업이고 간에 돈을 지불한 고객은 고객이 아님을 명심해.
반면에 웃기는 건, 자기네들이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이 되면 너무나 꼼꼼해진다는거...정말 놀라울 정도로 꼼꼼해진다는거..
무서운 나라야.
5. 조금의 불편? 그냥 참지 뭐
왠만한 불편은 참고 사는데 익숙한 사람들이야.
살면서 물리적인 불편은 스스로 고치고 살아. 심지어 왠만한 자동차 고장도 자기가 부품 가져다가 그냥 고치고 살어.
아버지와 아들이 3년에 걸쳐 집을 짓는 이웃도 봤다.
인건비와 재로비가 비싸서 그런것도 있지만
이 나라에서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솜씨를 보면 그래 차라리 내가 관련지식을 공부해서 내가 원하는데로 고쳐거나
만들어 쓰는게 낫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정치적인 면에서는 더욱더 심각해.
아무리 정치인들이 부패하고 비리가 썪어 문드러져도
그걸가지고 흥분하는 사람은 없어.
우리처럼 정치문제로 서로 큰소리내고 그러면 이상하게 본다.
그냥 그런건 정치인 같은 별세상 사람들 일이지...이렇게 생각해.
심지어 내가 사는 동네 앞에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선다고 해도 나서서 반대하는 사람이 없는거야
그냥 환경단체 소속 수십명 정도가 사람하나 없고 소들만 풀뜯어 먹고 사는 허허벌판에 시위허가 받아서
피켓들고 빙빙 도는게 엄청난 시위인거야.
그나마도 중무장한 경찰이 시간 재고 있다가 허가 시간 끝나서도 시위하면
무조건 시위법 위반으로 그때는 골로 보내버리더라구...
그러니까 일반 국민들은 뭐든지 그냥 참고 사는게 습관처럼 되있는 것 같아.
그냥 참는거야...그거 보고 있으면 미치고 환장한다.
6. 인권? 그게 뭔데요?
앞서에서도 시위 잘못하면 골로간다고 했는데
더 웃기는 건 공익방송(BBC1~4)이고 민간방송이고 언론이고간에
이무리 사소한 범죄라도 그 피의자(확정범이 아니고)나 피해자나 모두 얼굴과 이름 거주지 모두 공개된다.
심지어 그 가족들의 인터뷰도 그냥 나와 밑에 친절하게 어떤 가족관계인지와 이름 주거지까지 다 나온다고.
지역방송의 경우는 더 심해.
어느 동네에 사는 이렇게 생긴 애가 길거리에서 행인을 때려서 상해를 입혔다. 그래서 그 피의자와 그 가족을 인터뷰 했다...
하면서 그냥 다 나오는 거야.
내가 경험한 정말 황당한 경우는
연말에 불우아동을 위한 자선모금 쇼프로를 보고 있는데
중간에 어떤 아이를 보여주면서 이아이의 아버지는 강간으로 중형을 받아 감옥에 있고
엄마는 성병에 걸려서 집에만 누워있는 처지가 되어 이아이는 돌볼 보호자가 없는 천하의 불쌍한 아이 이다.
그래서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지내지만 얼마 있으면 아동보호소로 가야하는 불쌍한 아이이다...
라면서 그 아이와의 인터뷰를 내보는데...나 그 아이보고 정말 놀래 자빠지는 줄 알았다.
글쎄 우리 앞집 노부부와 함께 사는 손녀딸이더라구...
물론 우리 앞집 할아버지 할머니도 티비에 인터뷰가 나오고말이지...
우리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 최소한의 모자이크나 음성변조 같은 건 없어. 이름과 주소까지 그대로 나온다고...
하지만 예외는 있어.
공권력과 관련된 경우는 무조건 예외야.
예를들면 얼마전 G20회의가 런던에서 개최되면서 대규모 시위가 있었는데
그와중에 시위와 관련 없는 중년남자 하나가 길을 지나다가 경찰의 주먹질 폭행에 사망한 적이 있어.
보통 같으면 가해자 사진 이름 주거지가 나왔을텐데
그 가해 경찰의 신분은 끝까지 나오지 않았어...
영국에서의 인권? 그런거 없다구...
그러니 영국에 오면 화가나더라도 무조건 참아야 하는거야.
괜히 어떤 불상사에 휘말리면 경찰에 치도곤이만 당하다가 망신만 당한다고...
이거 쓰고보니 별로 않 좋은 문화만 소개한 것 같네....일고보면 괜챦은 구석도 많은 나라인데...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괸챦은 문화도 좀 써볼께...시간이 난다면 말이지(사실 시간이 난다해도 인터넷에 매달리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