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 전에 토플 시험을 신청하고, 실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무료로 얻었던
ETS 모의고사 1회를 풀어보고 컬쳐가 쇼크할만한 성적을 받았습니다.
세상에 120점이 만점인 시험에서 반타작도 못하다니...
아무리 수능 이후로 영어를 놓았다지만 자괴감이 들기 충분한 점수죠.
점수도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었지만 재밌던 건 공황 상태에서 뭐라 영어로 지껄이기만 한 스피킹이 제일 높은 점수가 나왔다는 점일까요.
저는 다른 분들처럼 영미권 유학이 아니라 일본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토플에서 그렇게 높은 점수는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아니요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점수가 높을 수록 좋은 건 맞긴 했지만 애초에 시간도 부족했고 목표를 높게 잡아야 한다지만
50점대에서 90점 이상으로 즉, 더블 스코어를 노리는 건 너무 허황된 꿈 같아서 80점대로 목표를 조정했습니다.
솔직히 저것도 '90점을 노려야 80점을 받을 수 있다'는 옛 학원 선생님의 논리에 입각해서 적용한 목표라서...
결국엔 속으로는 '70점만 넘으면 된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휴학 중이라고는 하나 일을 병행하고 있었기에 시간은 충분치 않았습니다.
만약 제가 100점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었다면 70점대에서 자멸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포기할 부분은 차라리 앗싸리 포기할 수 있었고 효율적으로 점수를 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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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가 12월 20일에 보았던 저의 성적표입니다.
극과 극을 달리는 리딩과 리스닝이 눈에 띄기는 하는데, 저의 현주소를 정확히 드러내는 성적표 같네요.
파트별로 설명드리자면...
Reading
개인적으로 가장 덜 암울하고 그나마 공부할 맛 나는 파트였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수능식 영어에 조련된 저같은 한국 사람들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른바 저에게 있어서는 전략과목이었던 셈인데, 저같은 경우는 하루에 4과목을 전부 돌릴 만한 시간이 없었고
심지어 어떤 날은 하루에 한 과목 밖에 살펴보지 못할 때도 있었기 때문에
그럴 때 한 과목을 공부해야 한다면 문제집 한 권을 떼기 전까지는 무조건 리딩을 뚫었습니다.
(대신 한 권 뗀 이후로는 전날 모의고사 보기 전까지는 리딩을 거의 놓았습니다.)
저는 토플이라는 시험을 준비할 때, 90~100점대 같은 고득점을 노리는 게 아니라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보다는, 그나마 자신이 자신 있는 강점을 단련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휘, 어휘가 정말 정말로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전 수능 볼 때 조차도 어휘를 따로 공부하지 않았습니다...만 토플 시험에 있어서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지문을 읽다가 모르는 어휘가 나오는 것 뿐이었다면 전 어휘를 따로 공부하지 않았을 겁니다.
근데 토플 시험은 아예 순수 어휘 문제가 10문제는 출제되기 때문에 어휘를 놓고서는 20점도 넘기기가 힘듭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토플 리딩에서 출제되는 어휘의 수준이 가면 갈수록 수험자들에게 상냥해지고 있고
선생님들의 족보 수준의 어휘집이 가면 갈수록 컴팩트 해지는 동시에 저 범위를 거의 커버하기 때문에 진짜 적게는 600단어
여유 있게는 1000단어 정도만 외우면 저 어휘 문제는 충분히 다 커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그랬으니까요.
다만 어떤 어휘집에도 안 나오는 듣도 보도 못한 어휘가 출제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그 어휘를 토막내서 본질적인 의미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pioneering을 사전에 백날 검색해도 동의어에 original이 안 뜨지만 pioneer의 의미를 곰곰히 따져보면 original을 유추해낼 수 있듯이 말이죠.
문제의 난이도를 받아들이는 개인차가 있기는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많이들 틀리는 문장 간략화 문제(그 밑줄 쳐진 거랑 비슷한 의미의 문장 찾는 거), 그리고 추론 문제를 많이 연습해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토플 리딩은 시간 싸움입니다. 솔직히 여유만 있다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들을 시간 제한이라는 압박이 난이도를 올리는 겁니다.
따라서, 저렇게 시간 많이 잡아먹는 문제들을 최대한 빨리 커트하고, 어휘 문제들을 5초 만에 찍고 슉슉 넘어가야 남은 문제들을
여유와 너그러움을 가지고 풀어줄 수 있습니다.
Listening
네, 20점을 못 넘겼는데 제가 여러분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제가 점수가 안 나왔던 이유는 아마 공부의 절대양이 부족해서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문제 푸는데만 급급해서 섀도잉은 할 생각도 못했고, 그 문제 풀었다는 것도 결국 책 1권을 떼지도 못했으니...
컨버에서 1문제, 렉쳐에서 2문제씩만 틀리면 그래도 20점은 넘으니까 괜찮겠지..하는
안일하기 그지 없는 생각으로 들었더니 여지없이 성적표에서 결과가 나오네요.
다만 그렇게 공부해도 19점을 나와주는 걸 엎드려 절해야 할 듯 합니다.
그런데 19점 맞은 제가 할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저같이 시간 부족한데 잘 안들린다 싶으신 분들은
노트 테이킹 연습할 시간에 '듣는 연습'을 많이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차피 제대로 못 들으면 노트 테이킹이 아무 도움도 안 되요.
그리고 놀랍게도 제대로 캐치해 낸 지문은 4분 가량의 길이에 6문제가 나오는데도 순수 기억만으로 풀만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제가 써놓은 건 다 무시하고 여러분의 선생님의 말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리스닝은 토플 모든 과목을 관통하는 근간 같은 거니까 반드시 옳은 방법으로 야무지게 공부해주셔야 합니다.
아니면 저처럼 되니까요 ㅎㅎ
Speaking
솔직히 어떻게 22점이 나왔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가서 팝송만 부르고 나와도 15점은 나온다는 루머만 믿고 '나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마인드 컨트롤을 했는데
스피킹에 있어서 중요한 건 아무래도 내용보다는 '뻔뻔함'인 것 같습니다.
'듣는 너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지금 영어를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너가 못 듣는 건 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니 귀가 이상한 거다.' 라는 마음으로
최대한 유창한 '척', 자연스러운 '척'을 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템플릿이 정말 정말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토플 4과목 중 어떤 과목보다도 스피킹은 암기 과목이에요.
위에서 말하는 뻔뻔함도 얼굴에 철판 깔고 암기한 걸 그냥 내뱉을 만한 자신감이 있어야 하는데, 뭘 암기한 게 있어야지 말을 하죠.
또한 저는 막판에 보았던 모의고사도 그렇고 실전에서도 그렇고
독립형에서 Fair, 통합형에서 Good이 나왔습니다. 통합형 템플릿이 정말로 큰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특히 6번 문제 같은 경우는 자신 있게 조졌다고 말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헛소리를 해도 템플릿에 입각하여 발화에 구조가 분명한
헛소리를 했기 때문에 아마 점수가 덜 까이지 않았나하고 생각합니다.
물론 템플릿 사이사이에 핵심이 되는 내용을 listening에서 못 들으면 아무짝에 쓸모 없으니까 듣기와, 노트테이킹은 확실히 연습해주세요.
독립형은 부끄러운 말이지만 1달 내내 스토리라인이다.. Stress다 뭐다 공부했지만 결국 전날 직전 특강에서 본 4문장만 외워가서
그 4문장만으로 때웠습니다. 그래도 Fair는 나옵니다. 아마 Speaking 시험이 면접형이었으면 독립형에서 limited도 안나왔을 겁니다.
그도 그럴게 면접관 앞에서 1번 문제에서 한 소리를 2번 문제에서 정색하고 똑같이 반복하는게 맨정신으로는 힘들테니까요.
하지만 이건 녹음형이고 여러분이 말하는 거에 신경쓰거나 비웃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최대한 외쿡 사람처럼 쌈마이한 억양으로
질러주세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좋은 점수가 나올 겁니다.
Writing
당초 계획은 스피킹에서 까인 점수를 라이팅으로 어떻게 메꿔서 S/W 40점을 만들어낸다는 계획이었는데
외려 스피킹보다 점수가 안 나와버린 저의 Writing... 글쎄요.
아마 어휘가 너무 부족하고 반복되는 게 많아서 감점이 많이 됐을지도 모르고, 템플릿이 너무 천편일률적이어서 스피킹에 비해
엄격한 잣대가 들이댔을지도 모르고 아마 1점만 더 나와주었어도 실망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니가 공부한 방식으로 하면 20점이 나와' 라고 지금의 제가 과거의 저한테 말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저라면 아마
'오 ㅋㅋ 개꿀' 하면서 하던대로 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게 저는 80점을 넘는게 목표이고 이 글을 정독하시는 분들도 아마 저 정도 점수를 받고 싶어하시는 분들일거라 생각하니까요.
독립형 스토리라인 같은 경우는 완전 템플릿 암기입니다. 실상 자신이 생각해서 채우는 디테일은 2~3문장 정도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 디테일에서 1~2점 정도는 차이가 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어휘를 공부해도 역시 시험을 위한 어휘는 실제 활용에서는 기억도 잘 안 나고 쓸모가 없네요 하하...
통합형은 독립형에 비해 표현이 다소 투박해도, 지문과 강의에 내용만 틀리지 않고 제대로 담아낸다면 제 생각에 독립형처럼
템플릿에 내용만 박아넣어도 충분히 Good 나온다고 봅니다. 제가 모의고사에서는 Good이 나오고 실전에서 Fair가 나온 차이가
3가지 반박 내용 중에 마지막 1가지를 제대로 캐치를 못 해냈다는 점이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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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보기 전까지는 70점만 넘으면 좋겠다 생각하다가
모의고사 보고나서는 모의고사만큼만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시험 보고 난 후에는 이거 잘하면 90점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발표 당일인 오늘 점수 보기 클릭하기 전에는 다시 '제발 80.. 아니 70 후반대라도..' 하고 기도하게 됐는데
정작 점수 확인하고 난 뒤에는 이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정말 간사하네요.
뭔가 87점이라는 점수가 굉장히 애매해보이고, 90점이 아니어도 1~2점만 더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싶다는 게
객관적으로 제가 공부한 꼬라지를 되돌아봤을 때 어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목표 점수도 이루었고 99%는 제가 받은 점수에 만족합니다.
더 무언가를 바라는 건 욕심이라고 생각해서 이 글을 쓰기 전 고민 없이 1월 9일 시험을 환불받았습니다.
이 돈으로 이어폰 잃어버렸는데 그거나 다시 사야겠네요.
저는 토플이라는 시험이 굳이 정도를 걸어갈 필요는 없는 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피킹과 라이팅 공부양이 다른 두 파트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부족했지만 (2달 중에 1달 반 분량은 앞에 R/L에 투자한 느낌)
그럼에도 실제 시험에서는 둘 다 20점을 마킹해주었습니다.
이건 비단 저만의 사례가 아니라, 실제 스피킹과 라이팅이 고득점이 아니라면 단기간에 점수 뽑기 가장 좋은 과목이라는 게
일반적인 통설이니까요 (맞는거죠?)
대신 리딩과 리스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노력한만큼 나오는 과목이니까 여러분들 선생님의 공부법에 따라서
열심히 단련하시고 여러분은 저보다 10점 20점은 더 높은 점수 받으시고 멋지게 졸업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