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고해커스에서 도움만 받다가 이제 토플을 졸업하게 되어서 수기를 작성하려고 합니다. 제가 토플을 공부한 시간은 두 달이 조금 넘는 시간이고, 독학으로 하루에 2시간 정도를 주 5~6일 투자하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토플을 고통스럽게 공부하고 계시는 줄로 아는데, 저는 이 시험을 준비하면서 크게 힘들었던 순간이 없었는데요, 평소에 습관만 제대로 만들면 그냥 남는 시간에 틈틈히 공부해도 100점은 받을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저는 아직도 토플 문제들 유형을 잘 모릅니다. 특히 스피킹같은 경우는 인강 앞부분부터 순서대로 듣다 보니 독립형이라는 유형이 있는 것도 시험 1주일 전에 알았고, reading passage와 lecture를 모두 듣고 스피킹하는 유형이 있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서 스피킹이 낮은 것 같네요ㅠ). 이런 상황에서 제가 목표한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건 평소에 영어를 많이 접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 제가 말씀드리는 내용은 토플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남아있는 분들께 적용이 가능합니다. 저는 제가 토플을 언젠간 볼 것이라는 것을 시험을 보기 대략 1년 2개월정도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마지막 2개월은 토플 시험 공부를 했지만, 그 앞의 1년은 영어 자체를 잘해지기 위해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혹시 아직 저학년이시거나 시간이 충분하신 분들은 꼭 저랑 같은 전략을 선택하시는게 좋은데요, 이 방법은 우선 고통이 덜하고, 시험 점수만을 올린게 아니라 영어가 잘해져서 점수가 잘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도 더 좋은 것 같습니다.
Comprehensible input
Stephen Krashen이라는 학자가 주장하기로 유명한 이 이론에 대해 아직 잘 모르신다면 관련한 영상을 꼭 찾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예: https://youtu.be/Y4eExDFTSOI). 이 이론이 주장하는 것은, 외국어로 된 컨텐츠를 재미있게 즐기는 것이 외국어를 습득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영어 문제집 같은 것을 푸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고, 넷플릭스나 유튜브, 혹은 책 등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영어 input 양을 때려넣으면 reading, speaking, listening, writing 모두 잘해진다는 것입니다. 특히 재미를 느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합니다.
제가 작년 6월 (지금으로부터 1년 전)부터 트래킹한 영어 input 시간은 총 137시간입니다. 사실 시간 안잴 때도 있으니 이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단순히 영어를 꾸준히 접해야 한다는 것을 넘어, 하나의 일로써 매일 정해진 시간을 할당하는 식으로 접근하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그냥 제가 보고 싶은 컨텐츠들을 자기 전에 보는 식으로 시간을 채우는데, 전혀 힘들지 않고 오히려 이 시간이 저에게는 휴식 시간과도 같습니다. 한국어로 컨텐츠를 소비하는 것과 비슷하게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 보는데요, 가령 사고싶은 제품이 있으면 해외 유투버들 언박싱 영상을 보고, 넷플릭스 드라마도 보고, 킨들로 책도 읽고, 웹서핑하다가 저장해놓은 블로그 글 같은것도 보고, 트위터나 레딧 글도 보면서 말 그대로 재미를 느끼는 것에 집중합니다. 이 컨텐츠가 너무 재미있는 나머지 외국어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인식조차 못할 정도가 되는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연구
많은 분들이 대학원 유학을 위해 토플을 준비하고 계신데요, 그렇다면 저는 연구를 최대한 일찍 시작하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연구를 하게 되면 영어로 된 논문, 블로그 포스트, 강의 등을 매일같이 접하게 되고, 글도 작성하기 때문에 커리어를 만들면서 영어 읽기, 듣기, 쓰기를 모두 훈련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전화 영어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을 늘리면 speaking 실력도 자연스럽게 향상된다고 하는데요, 그래도 추가적인 말하기 연습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가장 비용이 적은 방법이 전화 영어인 것 같은데요, 저는 일주일에 10분씩 3번 했고 6개월 끊는데에 3~40만원정도 들었던 것 같아요.
토플 단어 암기
저는 시험 준비는 마지막 2달동안만 했지만 토플 단어 공부는 시험에 대한 조사 없이도 할 수 있는거라 1년정도의 기간을 잡고 했습니다. 하루에 20분 정도 투자했던 것 같고, https://quizlet.com/191526547/hackers-toefl-voca-2nd-day01-30-flash-cards/ 이 단어장을 anki로 변환한 다음 커스터마이징 해서 사용했습니다. 단어 외울 때 Anki같은 spaced repetition App을 반드시 사용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런 소프트웨어는 어떤 지식을 까먹을 것 같은 때에 다시 띄워주면서 장기기억으로 보내는 알고리즘이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매우 효율적입니다. 사실 토플 기초 어휘들은 그냥 중요한 단어들인 경우가 많아서 평소에 영어를 접할 때도 유용하고, 여기서 외운 단어는 다른 컨텐츠를 소비하다가 언젠간 만나게 됩니다. 영어 input을 꾸준히 늘려왔다면 이미 아는 단어가 많을 것입니다.
토플 준비
시간을 투자해서 기본기를 잘 훈련해왔다면 이미 영어를 듣고 읽고 쓰는 것에 어느정도 익숙하실 것이라서, 토플 준비는 사실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저는 해커스 인강을 들었구요, 100점 패스 이런식으로 4개 과목 강의를 할인가에 제공하는 패키지가 있으니까 잘 이용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강사분들은 맨 위에 떠있는 분들로 선택했는데, 해커스같은 대기업 홈페이지에서 메인에 걸릴 정도면 실력은 보장 된 분들이기 때문에 어떤 분 강의를 듣던 크게 상관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강의를 고를 때 레벨을 선택해야 하는데, 해커스에서 모의고사를 무료로 볼 수 있게 해주니 그 시험을 잘 활용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는 배치고사 결과 정규반이 나와서 정규반 강의를 들었습니다.
인강 OT에서 강사분들이 공부 방법에 대한 설명을 해주시는데, 그 분들은 토플 시험으로 돈을 버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 분들 말대로 하는게 좋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최지욱 선생님의 리스닝 강의를 들었는데, 첫 강의에서 쉐도잉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셨고, 그걸 따라 쉐도잉 연습을 열심히 하니까 몇 주 지나지 않아 리스닝이 쉬워졌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문제를 많이 푼 다음 틀린 문제만 복습하는 식의 잘못된 전략을 취하는 점을 지적하시기도 하는데, 저도 강의를 듣지 않았다면 그런 식으로 공부했을 것 같아 다행이라고 느꼈습니다. 대학원 유학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미 본인만의 공부법이 정립되어 있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요, 당연한 얘기지만 전문가의 처방을 따르는 게 무조건 좋은 것 같습니다.
라이팅은 무료로 첨삭해주는 고해커스 라이팅 게시판을 이용했습니다. 지금까지 독립형 에세이를 총 4~5편정도 올렸는데 2~3편 정도에 첨삭이 달렸구요, 무료니까 감사한 마음입니다.
마치며
어릴 때부터 학교 영어 시험, 수능 영어 등 많은 영어 시험을 접해왔지만 이 토플이라는 시험은 제가 경험해본 것들 중에 가장 잘 만든 시험입니다 (퀄리티가 높은 만큼 응시료도 비쌉니다). 어떤 시험이든 그 시험의 출제 기관이 요구하는 실력을 가지지 않은 상태로 편법을 통해 점수를 높이는 방법이 존재하는데, 토플이라는 시험은 완성도가 높아서 그런 방법의 효과성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영어를 원래 잘하는 사람은 조금만 시험에 적응하면 어렵지 않게 점수를 낼 수 있는 것 같구요. 제 생각에는 시간이 충분하시다면 시험 자체에 대한 훈련은 조금 미뤄두시고, 위에서 말한 대로 영어에 대한 노출을 늘려나가는게 가장 효율적인 것 같습니다.
저도 이 점수를 받기 전까지는 토플 100점이라는게 어느 정도의 실력을 의미하는건지 궁금했었는데요, 결론적으로 100점이라는 점수는 말 그대로 미니멈일 뿐이고 외국에 가서 살 수 있는 실력에는 아주아주 못미치는 것 같습니다. 유학가서 학문을 하는게 목표라면 제 생각에는 영어 실력 자체를 높이는 것에 시간을 쏟고, 토플 점수는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부산물 정도로 여기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100점부터 apply 할 수 있다고 해서 정말 시험만 준비해서 100점 받으면 유학을 가도 엄청 고생을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