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혈' 1.9%뿐···2005년 통계국 미국인 조사
국제결혼 증가·사회 다변화와 상충···'소수계 속하기 꺼리는 심리' 분석도
수정시간 :2007. 5. 4 21: 17
'지구촌 한가족' '국경없는 교류'라는 구호가 난무하는 미국사회에서 자신을 혼혈 인종으로 분류하는 숫자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갈수록 다변화하며 이민.국제 결혼이 붐을 이루는 현재 추세와는 정반대의 결과라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들어 과거와 달리 자신을 혼혈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흥미를 모으고 있다.
〈표 참조>
통계국이 2005년 300만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1.9%만이 자신을 '혼혈 또는 다인종'으로 여긴다고 응답했다. 이는 2000년 조사때보다 오히려 0.5%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미시간대 소셜 리서치 기관의 레이놀즈 팔리 교수는 "수치가 줄어든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변화 진행속에서도 고유의 인종 정체성을 찾기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개개인 모두 선천적으로 단일 인종 취급을 받고 싶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가지 이상의 복수 인종 선택을 허용했던 2000년 조사에서는 680만명인 2.4%가 자신을 혼혈이라고 대답했으며 당시 이들 사이에서 탄생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대학 캠퍼스에서도 소수계의 숫자가 증가하며 '멀티-레이셜'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었다.
90년대 들어 숫자는 적지만 주관이 강한 이들 혼혈그룹은 1997년 LA출신의 타이거 우즈가 약관 21세로 매스터스를 제패한뒤 용기를 내 '차별 요소가 있는 인종 조사의 중단'을 요구했다. 흑인 아버지.태국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우즈는 "나는 흑인이 아닌 국제연합(UN) 핏줄"이라며 아예 '카블라네시언'(백인.흑인.인디언.아시안의 합성어)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우즈의 등장 이후 가수 머라이어 캐리.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핼리 베리.뉴욕 양키스의 유격수 데릭 지터가 이들 그룹의 대표적 명사로 떠올랐다. 한국계인 다인종협회(AMA)의 정미화 불록 대표는 "한가지 이상의 인종분류 방식은 인간 고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녀는 "나의 경우 '절반은 흑인 절반은 한국'이 아니라 '100% 흑인에 100% 한인'이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인종간의 결혼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코넬대학의 대니얼 리터 교수는 "통계국의 센서스 숫자는 예상보다 더 많은 사람이 피가 섞인 인종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혼혈이란 범주에 속하고 싶어하지 않는 법"이라 부연했다. 흑인 아버지와 중국계 미국인 어머니를 둔 필라델피아의 심리학도 사라 페리(28)는 "미국 사회가 다양성 인정보다 특정 인종에 속하도록 알게 모르게 강제하고 있다"며 "이는 불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봉화식 기자 bong@koreadaily.com
신문발행일 :2007. 05.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