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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내 소개
안녕하세요. GRE 게시판에서 죽순이 생활을 했었던 인썸니아 입니다.
도움을 드린 것보다 받은 게 훨씬 더 많은 것 같은데, 추천 게시인이 되니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그간 정든 해커스 가족들에게 인사도 드릴 겸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연세대학교 생물학과에서 neuroscience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벤처 기업에서 6년간 근무했습니다.
지금은 직장을 그만두고 유학 준비에만 올인하고 있지요. 뇌 과학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계속 연구자로 일하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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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GRE와의 인연
석사를 마치고 연구직으로 일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그렇듯, 저 역시 학문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습니다.
정신 차려보니 아침마다 논문을 읽으며 회사에서 할 수도 없는 실험을 디자인해보는 게 낙이 되어있더군요. 하지만 회사에 대한 책임감, 먹을 대로 먹은 나이에 대한 부담 등으로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여성 과학인을 위한 세미나에 가게 되었는데, 마침 연자로 나오신 유영숙 Kist 생체과학 연구 본부장님이 자신의 밑에 있는 연구원들에게 언제나 이런 충고를 하신다고 하시더군요. ‘석사만 마치면 너는 질 그릇에 불과 하지만, 박사를 마치면 너는 단단한 도자기가 된다’. 그 말을 듣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아직도 성장해야 될 판에 주저 앉으려고 했었구나-하구요. 처음에는 회사를 다니면서 유학을 준비하려고 했었는데, 공백이 너무 컸던 탓인지 공부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래서 독한 맘 먹고 사직한 후 GRE부터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
03 |e-GRE-gious?
혹시 egregious라는 단어를 아시는지요? ‘지독한’ 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인데, 이 단어에서 ‘GRE’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e-GRE-gious.. ^^;). 지독한 GRE 공부를 하면서 저 역시 지독해 졌던 것 같습니다.
일단, 이틀이 멀다 하고 술을 마셨었는데, 술도 끊고, 1주일에 적어도 하나씩 보던 영화도 끊고, 친구도 끊었습니다.
회사 사람들이 ‘태릉인’이라고 부를 정도로 운동을 많이 하고, 좋아했었는데 운동도 관두었죠. 사라진 근육 대신 엉덩이에 굳은 살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공부해도 ‘다시 보면 또 새로운 단어들’ 때문에 정말 속이 탔습니다. Sentence completion은 물론이고, 평소 자신하던 reading조차 쉽사리 잡히지 않더군요. 결국 시험 한달 전부터는 소화 불량과 불면증(여기서 제 닉네임이 생겨났지요)에 시달려 4kg의 체중 감량이 있었습니다. 너무 긴장한 탓일까요? 첫 시험 결과는 실망스러웠습니다. 돌아오는 오사카 공항에서 마신 기린 맥주는 정말 썼지요. T-T
첫 시험 이후 겸허해지면서 긴장이 풀어졌습니다. 사실 긴장이라는 것은 ‘잘해야 돼’라는 생각이 불러오는 것이지요. 전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는데, 성향만 그럴 뿐 실제론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GRE 시험은 쓸데없이 부푼 제 자아상을 제대로 부숴주었고, 그 덕에‘잘 받으면 좋겠지만 못 받아도 어쩌겠어. 점수 안 나오면 재수하지 뭐’라고 그냥 편하게 생각하게 되었지요. 그 덕분일까요? 그 이후엔 암기도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두 번째 시험에서는 과분한 점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
04 |남은 말
뒤돌아보니 혼자 어떻게 해본답시고 맨땅에 헤딩 참 많이 했습니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손수 만들고 정리한 자료 보내주신 Andy님, 항상 좋은 writing sample 올려주시던 dja님, 엄청나게 쉬운 math문제 올려 놔도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던 G고양이님, 가이든님, 대박나자님 외 많은 해커스 가족들 덕에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GRE를 끝내고 나니 토플이라는 새로운 산이 기다리고 있네요. 유학 가면 이보다 더 힘들겠죠.
박사 학위를 받는 것도, 그 후의 인생도 쉽진 않을 겁니다. 그래도 이젠 별로 걱정하지 않습니다.
인생은 기니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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