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P는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글인 것 같습니다. 내가 관심 있고 앞으로 주구장창 연구하고자 마음 먹은 분야에 대해 내 자신의 표현으로 풀어내는 것이라서 막상 호기롭게는 시작할 수 있는데 쓰면 쓸수록 미궁으로 빠지는 것 같았거든요. 저같이 유학 재수를 하지 않으신 분이라면 유학 준비 타임라인이 전혀 익숙하지 않으시기에 SOP를 영어 시험 성적 이후로 미뤄 놓으실 분들이 많으실 텐데 최소 4~5월에는 어떤 글감으로 쓸 거라고 구상 정도는 하셔야 좋을 거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어차피 완성했다고 저장해도 다음날 일어나서 다시 읽으면 엉망으로 보이는 것이 바로 자신이 쓴 글 아니겠습니까. 진짜 치열하게 제출하는 순간까지 표현도 다듬고 빼고 더하고 하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면서도 SOP가 쉽다고 말하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학과 홈페이지마다 SOP에 담겨야 하는 요소가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가령 1) 연구 관심 분야 2) 미래의 연구 방향 3) 기존 연구 성과 4) 왜 우리 학교인지에 대해 답을 하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대부분 1)~3)까지에 곤죽이 될 정도로 전력을 다해서 쓰시고 4)를 대충 쓰고 낸다거나, 복붙을 한다거나, 혹은 빼먹고 그냥 저장 후 완료하는 경우가 많은데 "절대"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4번이 정말 정말 중요하거든요. "우리가 널 왜 뽑아야 하는데?"에 대한 대답은 "내 연구 방향은 이래서 이래서 소중해" 혹은 "나는 이렇게 경험 많고 잘난 사람이야"라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한 문장으로, 나는 이런 연구를 했고 이런 주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인데 너네 학교가 이런 점이 좋아보여서 쓰는 거야라고 해야겠네요. 제 SOP에서는 제 연구 관심과 경험이 너네 학과 POI의 어떤 최근 연구와 너네 research center나 lab의 방향과 어울릴 거 같다는 식으로 서술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합격 SOP나 혹은 템플릿을 활용해서 쓰는 것은 비추입니다. 본인 글의 flow랑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어드미션 커미티가 보기에 어차피 그렇게 쓴 글은 눈에 보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얘기와 표현들 그리고 적절한 jargon을 버무려서 완성했습니다.
마지막으로 SOP가 학교마다 아마 이름이 다를 겁니다. 어떤 학교는 statement of intent, 다른 학교는 academic statement of purpose, 심지어 일부 학교는 personal statement라고 부르고 이것과는 다른 자신의 개인사 에세이를 따로 제출시키는 곳도 있습니다. 아무리 급해도 각 학교 학과의 요구에 맞게 헤더 수정하는 거 작지만 잊지 마시고요. 그리고 시간적 여유가 있으시다면 원서 제출 하시기 전에 꼭 쓴 글을 최종 에디팅까지 맡기셔서 내세요.
CV는 Overleaf에서 발견한 Latex용 템플릿 하나 제 입맛에 맞게 손질해서 포맷 정해서 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