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학부가 한국인들도 별로 없고, 물리 전공하는 애들도 죄다 미국인 뿐들이라 이런 저런 고민들이 생기면 고우해커스에 글도 올려서 조언도 구하고, 다른 포스팅들 보면서 희망도 얻고 용기도 얻었었던 터라 저도 저와 같은 상황에 있는 다른 분들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위해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어요. 정말 너무나도 평범한 스펙에 대학원들도 겨우 합격한터라.. 그래도 희망이라도 얻어가셨으면 했습니다!
음.. 우선 저는 대학원 재수를 했어요. 합격했던 학교들이 랭킹도 많이 높지도 않고, 중서부에 있어서 재수를 선택했어요. 학부를 중서부에서 다녔었는데.. 더 버틸 자신이 없었거든요. 처음에는 동경대를 목표로 입시준비를 시작했어요 (3학년 서머 리서치를 동경대에서 했고, 교수님이며 연구실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목표로 삼았던 것 같아요). 동경대는 Physics GRE 점수가 정말 중요하다고 해서, 열심히 준비해서 점수를 어느정도 만들어 놓았어요. General GRE는.. 그냥 귀찮아서 학부 때 대충 봤던 점수 그대로 제출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아쉽네요..그리고 SOP와 CV도 수정을 했어요. 학부때 썼던 SOP와 CV는 다시 읽어보니 너무 제 경험을 자랑(?) 하고 부풀이려고 쓰잘데기 없는 것들도 다 집어넣었더라고요. 그래서 재지원 할 때는 더 진솔하고 간략하게 쓰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제 GPA가 높지 않았기에 졸업할 때 받은 Distinction in Physics도 SOP에 넣어서 강조했고요 (학부 교수님들께도 이 사실을 추천서에 넣어주라고 부탁했던 것 같아요!). 재지원 준비를 하면서 한국이나 일본에서 연구를 하면서 경험도 더 쌓고싶었는데, 제가 졸업생 백수 신분이라 그게 어려워서.. 그냥 학부 때 해왔던 이론물리 연구를 간간히 도와드렸습니다.
이번에 합격을 하고 돌아보니, 1) 높은 physics GRE점수, 2) 진솔한 SOP, 그리고 3) 좋은 추천서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제 학부나 동경대 어드바이져들이 학교마다 cut-off점수가 있어서 어느 정도 점수가 높아야지 제 원서가 커미티에게 읽히기라도 한다고 이야기하셨거든요. 학부 때 대학원을 지원했을 때는 physics GRE 점수가 그렇게 높지는 않았어요. 800초반? 이었지만 퍼센티지가 엄청 낮았었어요. 70%였나? 암튼.근데 미국애들은 저정도 점수로도 잘만 합격하더만, 전 외국인이라서 그런지 bar이 더 높았던 것 같아요. 이번엔 높은 physics GRE점수로 제 원서가 필터가 되지는 않았던 것 같고, 그래서 교수님들의 추천서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동경대 교수님께서는 사실 연구할 때는 몰랐는데 (교수님께서 너무 겸손하셔서..) 꽤 유명한 교수님이시더라고요. 교수님이 연구하시는 분야의 community자체도 그렇게 크진 않아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시는 교수님.. 박사도 미국 탑3 학교에서 하셨고.. 그 교수님께서 제가 밤늦게까지 남아서 열심히 연구하고 또 짦은 시간 동안 데이터도 엄청 많이 뽑아서 분석해서 프레젠테이션 한 것에 감명을 받으셨다고ㅋㅋㅋ 추천서 걱정말라고 하셨었거든요. 아마 좋은 추천서를 써주셨고, 그게 제 admission에 적지않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제 학부 연구 어드바이져분도 최고의 추천서를 써주신다고 하셨는데.. 농담인지는 모르겠는데 뭐 좋게 써주셨겠죠! 저는 정말 운이 좋았아요. 제가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정말 능력있고 너무 좋은 인품을 가지신 교수님들을 만나서 좋은 추천서도 받았고요. 제가 학점도 그렇게 높지도 않고 condensed matter physics부분 연구경험도 여름 연구경험이 전부라 사실 미국 박사는 재지원은 안하려고 했는데, 교수님들께서 추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니깐 꼭 재지원해보라고 해서 부랴부랴 제 분야 대가들이 있는 Cornell과 UC Berkeley 만 넣은거거든요. 재지원 할 땐 동경대 석사를 합격해놓은터라 욕심부려서 진짜 가고 싶은 두 학교들만 넣었는데, 얼떨결에 Cornell이 되었네요.. SOP를 진솔하게 썼던 것도 어느정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학부때 썼던 SOP는 겉만 화려하고 알맹이 없는 글이었지만, 재지원할 때 썼던 SOP는 제가 학부 때 가졌던 물리에 대한 생각과 자세, 또 이런 것들이 왜 Ph.D 프로그램과 잘 맞는지에 대해 솔직하게 설명했던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정말 이 말을 하고 싶어서 포스팅을 한건데요. 항상 희망을 갖고 포기하지마세요! 제가 학부때 대학원 지원할 때 처음으로 글을 올렸던 적이 있는데, 그 때 '그런 GPA로 무슨 랭킹높은 미국대학원이냐.. 100위권 학교로 지원하는게 맞는거다. 안 좋은 학부 다녀도 열심히 하면 top3 가더라. 공부나 더 해라..' 등등 쓴소리를 엄청 들었거든요. 좀 의기소침해졌고, 눈물이 찔끔 나왔었어요ㅋㅋㅋ 그땐 멘탈이 약해져있던 때라 좀 예민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 열심히 했다면,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세요. 저는 학부 때 처음으로 유학을 와서 정말 힘들었었어요. 저희 학교는 인문교양학교라 철학, 문학, 종교 등 인문학 수업도 엄청 들어야지 졸업을 할 수 있었고, 영어로 말하고 쓰는게 많이 부족했던 제가 토론식 수업에선 식은땀 흘리면서 겨우 참여했고 에세이도 겨우겨우 써서 내고.. 정말 열심히 공부했는데 성적은 잘 안나오고... 그래도 '열심히 하다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생각면서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러다보니 좋은 연구기회들도 얻게 되고, 성적도 점점 오르게되었고, 마지막엔 Physics department에서 top 3에 들어서 distinction도 받았고요. 제가 4년을 치열하게 살면서 들인 노력들과 흘린 눈물들을 제 GPA점수 3.59라는 숫자 하나가 represent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물론 다른 applicant들과 경쟁을 해야하니깐 높으면 좋겠죠. 하지만 GPA가 다가 아니라는 것. 저의 물리에 대한 열정과 노력들, 인내들은 GPA를 transcend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신념을 가지고 한국에서 재지원 준비를 했어요. 비록 뭐 MIT나 Stanford에 합격한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고 싶은 학교들을 합격한 것이니깐 전 제가 너무 대견스럽네요!! 이 포스팅을 보고 계신 분들도, 나는 할 수 있을까.. 마음 졸이고 계실텐데.. 매사에 열심히 임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꾸준히 하다보면 좋은 기회들이 와요. 계속해서 노력을 해왔다면 그 때는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겨있을 것이고요! 물론, 세상이 항상 이상적인 일만 일어나는건 아니겠죠. 하지만, 그렇게 때문에 저는 채찍보단 당근을 드리고 싶네요. 여러분 할 수 있습니다. 간절히 원하는 그 무언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시고 조금씩 조금씩 이뤄나가시길 바랍니다. 모두 화이팅합시다! 저는.. 아직 동경대를 갈지.. 미국에 갈지.. 결정을 못해서.. 우선 Cornell Open House에 가서 돌아보고 결정하려고요!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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