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팅하는 쪽이지 이런 글 올리는 사람이 전혀 아닌데. 괴로워 할 시간에 공부 한 자 하나 더 하는 게 낫다 생각했는데.
요새 정말 멘탈이 너무너무 무너져서 결국 여기에다 이런 글을 남기게 됩니다.
이 시국에 모든 이들이 힘들어하는 마당에 저 하나 뭐 대수이겠건만...
저는 한국에서 속칭 스카이 아닙니다만 사람들이 아이고 그래도 열심히 했네~하는 대학 학부를 졸업했습니다. 뭐 어딘들 안 그러겠냐마는요... 교육쪽과 철학을 복수전공했지요.
(혹시나 조금 썼는데 제 정체를 알 것 같다 하는 분은 그냥 모르는 척 해주시길 바랍니다.. 전공이랑 근황 이야기하다보면 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는 것 같긴 하네요...)
교육봉사로는 경력이 무진장 많고 철학은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교수님들한테 저 철학으로 박사하고 싶어요 교수님들이 어쭈 얘 말하는 거 보니 말 잘 하네 너 뭐하고 싶니 이러면 그렇게 말씀드렸지요. 그러면 교수님들이 취미로 해라~ 그래도 진짜 생각 있으면 영어 공부나 열심히 해놓아라 이러고 마셨었습니다.
학점은 미국 기준으로 환산하면 3.4/4.0 정도 안 좋습니다. 미니멈은 넘지만 좋지는 않죠.
저는 마음 한 켠에 철학/정치학 쪽을 하고 싶은 마음을 품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회참여적인 일도 하고 싶었죠. 선택의 기로에서 자대 대학원이나 다른 대학원이나 뭔가 제가 하고 싶은 주제 하시는 분이 없다...고 느꼈을 때 그냥 시민단체쪽에 취직해서 1년 일했습니다.
그런데 일하면서 계속 아른거리고... 계속 공부하고 싶고...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냥 때려치고 미국유학 준비를 해야겠다 마음 먹었죠. 주위에 미국대학을 다녀오신 분이 저한테 너 근데 영어가 안 되어서 박사 가도 못 따라갈 거다. 중간 단계를 하나 거쳐야하지 않겠냐. 이런 조언도 받았고. 또 학부는 교육, 철학 쪽이었으니 제가 정치학 쪽으로 전공을 갑자기 확 트는 느낌이 들어 이쪽으로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해보니 한국 석사를 하고 박사를 가는 게 낫지 않나도 생각했었지만 ... 지금 그런 생각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다른 결정을 이미 내렸는데. 그냥 빨리 가서 영어로 공부해보고 안 되면 접어야지, 이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 있었습니다.
암튼 그래서 인척이 있는 미국 도시 한 곳 위주로 알아보다가 박사 프로그램도 없고 그냥 석사프로그램만 있는 대학원, 하지만 교수님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이곳으로 가야겠다 생각하고 그렇게 펀딩 같은 것도 없이 오게 된 것입니다. ... 학교도 주립이라서 다른 데들보다는 외국인이어도 학비가 많이 싸긴 쌌던 것도 하나의 이유긴 했지만요. 제가 원래 벌어놓은 돈, 주변 분들한테 여러 지원받으면서 2년을 버텼습니다...
그런데 2년 버티는 것도요, 이름없는 곳이더라도 2년 버티는 것도 전혀 쉽지 않았습니다. 캐시카우라서 외국인들 바글바글하다 하지만, 제가 온 곳은 제가 유일한 외국인이었어요. 영어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영어로 엄청 깨졌습니다. 솔직히 2년 동안 적응하고 성적 잘 받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내가 지금 온 길이 맞나 아니냐 따질 기력도 없었어요. 정말 정말 괴로운 일들 천지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모든 것을 끝냈지요. 맨 처음 리서치 메소드 과목 B- 맞은 것 빼고 다 A 맞아서 뭐 성적은 괜찮습니다만, 석사 학점 높게 쳐줍니까. ㅎㅎ... 저한테는 매우 어려운 일들이었지만 저말고 여기 미국인들한테는 상대적으로 수월한 일이었겠지요.
교수님들한테는 나름 인정도 받았고, 마지막 학기에는 학과에서 정치이론으로 글 잘 쓰는 사람한테 에세이 잘 쓴다고 준 상도 받았습니다. 기분은 좋았어요. 아 그래도 개고생했는데 뭔가 인정은 좀 받나?
그리고 그 사이에 저는 사실 좀 긴가민가했지만, 공부하고 박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간절했습니다. 어쩌면 미친 걸지도 몰라요. 지금 미국 사이트 가봐도 정치철학 정치이론 이쪽 취직자리 정말 없습니다. 가봤자 아무런 소득 없을지도 몰라요. 저도 알아요. 하지만 그냥 너무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학기에 옆학교 박사프로그램 가서 수업도 들었습니다. 옆학교 진짜 탑랭킹 10위 안에 드는 엄청 좋은 학교고 교수님 정말 대가십니다. 아주 엄하셨지만 정말 많이 받았고 성적도 A 맞아 기분 좋았고 수업 시간에 교류도 했습니다. 워낙 무뚝뚝한 분이시고 제 관심사랑 너무 겹치는 분이라 교수님 저 선생님 밑에서 다음에 박사하고 싶은데 박사 자리 있을까요 묻는데 벌벌 떨며 보냈습니다. 교수님 바로 즉답해주시더군요. 네 관심 주제 너무 흥미롭다. 그렇지만 내가 너한테 조언해줄 수 있는 건, 이번에 나는 입학 위원회에 들어가지 않는다. 우리는 엄한 기준을 적용해 shortlist를 만들어서 정하고 다른 교수들이 여기에 관여할 수 없다. 사실 이 과정은 정말 '로또'다 (정말 lottery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너가 오길 바라고 너한테 무운이 있길 바란다.. 이런 따뜻한 메일이지만 동시에 아 내가 어쩔 수 없는거구나 싶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GRE 성적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학부 학점 이제와 어쩔 수 없고 SOP 진짜 잘 쓰고 추천서 잘 받지. 그거라도 하고 여러 군데 지원해야지. 그리고 제가 관심있는 학교들 대학원생 교수들한테 네트워킹용 메일을 보내면서 정보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래, 여기까지 와서 주위 사람들 도움 그렇게 받아가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이제 할 수 있는 거 해야지 하고 다독이며... 그래 실패하겠지. 스카이 높은 곳에서 다니는 수많은 인재들도 미국에 있는 수많은 조건 좋은 학생들도 떨어지는 과정을 내가 붙을 수 있겠어...이러면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려고 합니다... 정말 독하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정말 심신이 피폐해졌습니다. 입맛도 없어져서 밥도 안 먹고 담배는 늘고 한숨은 푹푹 쉬어져요. 공부하고 조금 쉬어야 다시 할 수 있는데 그 사이에 집착처럼 미국 대학원 학생들 프로필을 보면서 아 정말 랭킹이 1위이든 100위이든 다들 뛰어난 인재들이 이런 데 가는구나... 내가 미쳤었지... 정말 조금 더 알아보고 아니 그냥 한 번이라도 지원이라도 해볼 걸 왜 내가 아무도 안 알아주는 학교 석사를 썼을까... 이렇게 학교 탓이나 하면서 한심하게 2년 전에 내가 왜 그랬지. 자비석사하면서 와서 영어의 산부터 넘고보면 뭐라도 되겠지.... 이런 안일한 생각으로, 차라리 이렇게 돈 쓸 거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곳 갈 걸. ... 학부 때 공부 더 열심히 할 걸... GRE 미리 치고 올 걸... 정말 별별 후회를 하며...
유학은 정말 어렵고 학문의 길은 정진해도 모자랄 판에 이런 한심한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도 싫고....
사실 고해커스 이런 곳에 글 올리면 사람들이 얼마나 비웃을까 나를... 어쨌든 이렇게 공부하며 버틴 것도 운이 좋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겸허하게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들을 다해야겠지요.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실패다 어쩐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정말 두려움이 이렇게 엄습하긴 하네요. 모두한테나 엄혹한 시기인데. 실패할 것을 알고 좌절할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한 번 열심히 해봐야겠지요. 한심한 넋두리 봐주신 분들한텐 감사한단 말씀만 드릴 뿐입니다. 그래도 힘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