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학문 연구 중이고, 탑3 대학에 어찌 운 좋게 박사과정으로 들어간 것은 좋았으나
너무 뛰어난 선배와 동료들 사이에 있다보니 초라한 느낌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졸업할 때 쯤이면 나도 전설속의 그 선배의 최소 절반 정도는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현실은 마지막 해에 겨우 졸업논문 쓸 주제 찾아서 논문 몇 개 쓴 정도...
3년차 즈음부터 잘 나가는 동기 한 명과 비교해 이 페이스면 난 도태되겠구나 느끼니까
마음은 더 조급해지고 차라리 그만두고 인더스트리를 알아봐야 하나
불안함이 자극이 되기보다는 무기력함으로 나타나고 번아웃으로 1년을 통째로 버리기도 하고...
다행히 인간적으로 너무나 좋은 지도교수와 동료들이라 공동논문에 숟가락 얹으며 어찌 어찌 버티고
그렇게 포닥 지원까지 하기는 했으나 큰 기대는 안 하고, 진짜 다 떨어질까봐 여기저기 지원했네요
역시 포닥 지원 기간 되자마자 잘 나가던 동료는 원하는 곳에서 펠로쉽 받고 바로 스카웃되고...
난 그냥 아카데미 그만두고 인더스트리로 가야겠다 싶어 마지막 논문도 손 놓고 빈둥빈둥 하던 찰나
제일 가고 싶던 두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좋은 조건으로 오퍼가 오네요
이미 교수가 되어 하이어링하는 그 전설속의 선배가 연락이 왔는데
예상대로 잘나가던 동료에게 먼저 오퍼를 줬지만 이미 다른 곳으로 마음을 정했고
그 다음 우리 분야에서 보니 뽑을 사람이 너밖에 없더라
다른 곳에서도 아마 좋은 결과 있을거다 말해주는데
너무 큰 위로가 됩니다... 내 주변에서 꼴등인줄 알았는데 못한 건 아니었구나
다시 마음을 다잡고 조금 더 노력해 봐야겠구나
괜히 움츠려 할 수 있던 걸 더 하지 못한 지난 날이 조금 아까우면서도
전에 없던 자신감이 생겨 의욕에 차 손 놓았던 논문을 다시 적으며
어딘가에라도 글을 적어보고 싶어
박사 어드미션을 받고 신나서 글을 올렸던
이 게시판을 오랜만에 찾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