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구촌특파원 14기 너울neoul 입니다 :)
F1은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엄청난 스포츠지만, 아쉽게도 모터 스포츠보다는 구기 종목이 더 인기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대중적으로 알려진 종목은 아닌 것 같아요.
저도 그랑프리를 챙겨본 지는 몇 년 되지 않았는데, 매 경기마다 서킷의 특성에 따른 전략과 차량 업데이트나 전술 등을 보는 재미에 금방 매료되더라구요. 그래서 유럽으로 교환 학생을 오겠다 마음 먹은 뒤 꼭 F1 경기 직관을 가겠다 마음 먹기도 했어요.
아쉽게도 네덜란드 그랑프리는 제가 한국으로 돌아간 뒤 예정되어 있어서 근처 국가의 경기 일정과 티켓을 알아보던 중 페라리의 나라인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에밀리아 로마냐 그랑프리가 적당한 것 같아 티켓을 예매하고 다녀왔어요.
이번 이탈리아 여행의 주된 목적이자, 저의 버킷리스트를 이뤘던 꿈만 같았던 하루를 이번 칼럼에서 여러분과 함께 나눠볼게요.
우선 F1이 낯선 분들을 위해 기본적인 설명을 먼저 해 볼까 해요.
F1은 Formula 1의 줄임말로, 세계 각 국에서 열리는 레이싱 대회예요. Formula는 차를 만드는 기술 규정을 의미하고 1은 그중 가장 높은 등급을 적용하는 경주라는 뜻으로, 하위 리그인 F2와 F3도 있어요.
보통 1년 동안 약 20개 정도의 그랑프리가 열리고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까지 전 세계를 돌며 진행되며 그중 유럽에서 가장 많은 그랑프리가 개최돼요.
F1의 경우 열 개의 팀이 있고 각 팀 별 두 명씩 총 스무 명의 드라이버 시트가 있어요. 전 세계에서 가장 운전을 잘 하는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스무 개의 팀이 각각의 전략과 계획으로 그랑프리에 임해요.
최근 몇 년 간 월드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한 드라이버는 막스 베르스타펜으로, 네덜란드 국적의 레드불 소속 드라이버예요. 그렇기 때문에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 등에서 어렵지 않게 레드불 머천다이즈를 판매하는 것을 볼 수도 있어요. 유럽에서는 드라이버의 국적에 따라, 혹은 각 팀의 국적에 따라 그 나라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팀을 응원하는 분위기이기도 해요.
그러나 저는 레드불이 아닌 페라리의 팬이에요. 페라리는 이탈리아 국적의 팀으로 모나코 국적의 샤를 르클레르와 영국 국적의 루이스 해밀턴이 현재 드라이버로 소속되어 있어요.
어차피 네덜란드 그랑프리를 갈 수 없다면, 이탈리아 그랑프리를 가야겠다 마음을 먹은 이유 또한 페라리가 이탈리아 국적의 레이싱 팀이기 때문이었어요. 페라리의 팬들은 '티포시'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페라리를 향한 열렬한 응원을 보내기도 유명해요. 그래서인지 기차역에서부터 수많은 페라리 팬들에게 둘러싸여 그랑프리를 경험하는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숙소가 위치하고 있었던 볼로냐에서부터 그랑프리가 열리는 이몰라까지는 기차를 이용했는데 기차역에 워낙 F1 머천다이즈를 착용한 사람들이 많아서 굳이 구글맵으로 길을 찾지 않고 그들을 따라가기만 해도 서킷에 도착할 수 있을 정도였어요.
저는 미리 홈페이지에서 티켓을 결제했고 출력 없이 아이폰 지갑 앱을 이용해 앱을 다운받아 갔어요.
워낙 인파가 많이 몰리다 보니 안전을 위해 제한된 물품이 꽤 많았는데 500ml 이상의 물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어서 입구 앞에 수많은 페트병이 버려져 있기도 했어요.
저는 미리 메일을 확인한 뒤 짐을 최소화한 상태였기 때문에 간단한 가방 검사 후 티켓을 보여준 뒤 바로 입장할 수 있었어요.
F1 깃발이 엄청나게 많이 걸려 있는 길을 걸어 서킷으로 향하다 보니 정말 제가 F1 현장에 와 있다는 게 실감이 나 신나더라구요.
그랑프리가 시작되기 3시간쯤 전에 도착해서 먼저 팬 존을 둘러봤어요. 경기 전 드라이버 인터뷰도 있고 퍼레이드를 하기도 하지만 날이 워낙 더웠기 때문에 저는 이전 행사는 포기하고 경기에 집중해야겠다 생각했어요.
특히 이탈리아 그랑프리인 만큼, 스쿠데리아 페라리의 머천다이즈만 판매하는 부스도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전 날 페라리 뮤지엄에서 모자와 머천다이즈를 이미 구매한 상태였기 때문에 가볍게 구경만 했는데, 현장에서 머천다이즈를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내부가 무척 복잡했어요.
페라리 뮤지엄에서는 텍스 리펀을 받을 수 있었지만, 그랑프리 현장 부스에서는 어려우니 여유가 있으시다면 미리 뮤지엄에서 머천다이즈를 구매하고 텍스 리펀 신청까지 해 두는 게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팬 존에는 이렇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존도 설치되어 있고, 스테이지에서는 EDM 공연이 계속 있기도 했어요. 각 부스에서는 F1 공식 머천다이즈와 시뮬레이터 등의 체험, 그리고 먹거리까지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었어요.
각자 좋아하는 드라이버의 사진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춤을 추며 음악을 즐기는 하나의 축제같은 분위기라 신기한 마음에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녔던 것 같아요.
그랑프리라고 해서 경기만 보는 것이 아닌 즐길거리가 워낙 많아서 친구, 가족들과 휴가를 즐기러 온 듯한 분위기더라구요.
팬 존을 간단하게 둘러본 다음 제 자리를 찾아 지정된 존으로 향했어요.
제 자리는 Acque Minerali5였고, 좌석이 있는 지정석으로 €288를 결제하고 예매했어요.
자리를 옮겨 다니며 경기를 볼 수 있는 Torsa 티켓은 조금 더 저렴하지만,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날이 워낙 더웠기에 저는 그냥 편하게 자리에 앉아 경기를 볼 수 있는 자리를 골랐어요.
존 앞에서 티켓 검사와 가방 검사를 한 번 더 진행했고, 안으로 들어오니 여기에도 푸드 트럭과 테이블이 있어 간단하게 요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어요.
이탈리아 국가가 연주된 뒤, 정각이 되자 경기가 시작되었어요.
F1은 경기 전 날 진행되는 퀄리파잉 결과에 따라 출발 순서가 정해지는데, 사실 페라리의 올 시즌 성적은 그닥 좋은 편이 아니라서 루이스 해밀턴은 P12, 샤를 르클레르는 P11로 후순위 출발이라 큰 기대는 없는 상태였어요.
그러나 버추얼 세이프티카와 세이프티카가 모두 나오는 변수가 경기에서 다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P4, P6로 경기를 마무리하는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기에 더욱 행복했어요.
아무래도 경기 특성 상 좌석이 있는 섹터를 지날 때가 아니면 스크린을 통해 전반적인 경기를 지켜봐야 했는데, 현장감과 제 주벼을 둘러싼 모든 티포시들의 열정에 정말 잊을 수 없는 하루였던 것 같아요.
충격적이었던 건 경기가 끝난 뒤 기차역까지 향하는 데에만 두 시간이 넘게 줄을 서야 했다는 점이었어요 이몰라 역 자체가 그렇게 큰 기차역이 아니기에 경찰이 역 앞에서 인원을 제한해 안으로 들여보내 주더라구요.
여러모로 새로운 경험으로 가득했고 그렇기에 당황하기도 했던 하루였으나, 무엇보다도 버킷리스트였던 페라리의 경기를 직관할 수 있어 그저 특별하고 행복했던 날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