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女 사진만 봐도 ‘판단력 장애’
터프男 일수록 경제관념 흐려져
여자는 섹시男 봐도 판단력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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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여성·풍경사진은 영향 못미쳐
벨기에 루뱅대 브람 반 댄 베르그 교수팀은 최근 발행된 ‘영국 왕립학회보B’에서 남성들은 매력적인 여성을 보면 판단력이 흐려지며 이런 경향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많은 남성일수록 강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평소 터프하다고 소문난 남성일수록 미녀에게 약하다는 것.
연구팀은 18~26세의 남학생 176명을 대상으로 ‘최후통첩 게임(Ultimatum game)’을 실시했다. 이 게임은 갑에게 일정금액을 주고 을에게 일부를 나눠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문제는 을도 갑이 얼마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 것. 때문에 을은 갑이 제안하는 액수가 만족스러우면 수락하고, 그렇지 않으면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을이 갑의 제안을 거절할 경우 둘 다 한 푼도 챙길 수 없다.
연구팀은 실험하기 전에 집게손가락과 약손가락의 길이 비율을 재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간접적으로 측정했다. 약손가락이 더 길수록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임을 하는 도중에는 속옷을 입은 섹시한 여성의 사진을 보여 주고 이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관찰했다.
실험 결과 ‘성적 암시’에 노출됐던 사람들은 상대가 자기 몫은 크게 하고 자신에겐 조금만 나눠줘도 순순히 받아들였다. 특히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가장 높은 사람들이 최악의 불공정한 제의도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섹시한 여성의 사진뿐 아니라 브래지어를 만지게 해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나이든 여성이나 풍경사진을 보게 하거나 티셔츠를 만지게 했을 때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잠재적 짝 앞에선 눈앞의 이익 우선
매력적인 여성을 보면 남성의 경제관념이 약해진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밝혀진 것은 아니다. 2003년 캐나다 맥매스터대의 마고 윌슨 교수팀은 인터넷사이트에 오른 섹시한 여성의 사진을 보여주며 남성들에게 내일 19달러를 받을 것인지, 아니면 다음주 25달러를 받을 것인지를 판단하게 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 결과 남성들은 대부분 더 큰 보상을 기다리기보다는 당장 받을 수 있는 돈을 택했다. 반면 여성들은 아무리 멋진 남성의 사진을 봐도 항상 나중에 더 큰 보상을 받는 쪽을 택했다.
윌슨 박사는 “남성은 매력적인 여성을 만나면 곧바로 구애하기 위해 적은 액수라도 당장 받을 수 있는 돈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당장 여성에게 뭔가를 제공할 수 있어야 짝을 얻는 데 유리하다는 것을 진화과정에서 터득했기 때문이란 것. 베르그 교수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터프한 남성은 평소엔 상대가 자기 몫만 크게 챙기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며 “섹시한 여성을 보고 너그러워진 것은 짝을 얻기 위해선 한 푼도 못 건지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돈을 갖고 있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남성은 광고에 나오는 섹시한 여성을 항상 잠재적 ‘짝’으로 여기고 있는 셈이다. 가정 경제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한눈을 팔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남편이 광고를 보지 않도록 단속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