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조기유학 열풍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조기유학열풍에 휩싸여 있다. 1990년대 초까지의 유학생이 대부분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으려는 학생들이었다면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초중고생 등 어린 학생들의 유학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초중등학생의 유학은 급증하고 있으며, 유치원생도 엄마의 손을 잡고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고 있다. 중국교육연감을 보면 2004년 출국한 유학생 수는 12만 여명이며, 그 중 50%이상이 조기유학생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공식적, 합법적인 경로를 통한 유학이고, 그 외의 경우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나 조기유학생의 수는 훨씬 많은 것으로 보인다. 한 유학전문가는 중국의 2005년 조기유학생이 1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기도 하다. 이제 일부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한 학급 40명의 학생 중 10명이상이 외국유학을 떠난 경우도 있다. 주중 호주대사관에서 내어놓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18세 이하의 유학생은 중국유학생 전체의 50%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호주로 떠나는 유학생의 70-80%가 조기유학생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중국은 한국보다 더 심한 조기유학열풍에 휩싸여 있는 셈이다. 현재 신문지상에는 미국, 영국, 호주, 독일, 프랑스, 일본, 러시아 등의 조기유학을 알선하는 업체의 광고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다. 이를 빗대어 중국에서는 “8국 대군”이 중국에 진군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중국 아이들의 조기유학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자녀들의 미래 발전을 위해서 부모들은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고 있다. 중국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경쟁력 있는 국가의 학교를 졸업하고, 국내외에서 더 좋은 직장을 찾아 정착하기를 바란다. 이는 중국이 한 자녀 정책을 취하면서 자녀를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사고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둘째, 입시위주, 암기위주의 교육을 피해서 자녀를 조기유학 보내는 경우이다.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입시위주의 교육에 아이들이 시달리고 있다. 중국은 고등학교부터 시험을 쳐서 학교에 입학한다. 때문에 부모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아이들을 입시전쟁으로 내모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입시위주의 교육에 염증을 느낀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조기유학 보내고 있다.



셋째, 부모의 만족을 위해서 조기유학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중국인들은 체면을 매우 중시한다. 자녀를 외국에 유학시킨 경우 그들은 이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체면을 살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부모들의 체면중시풍조가 조기유학을 불러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편, 세계경제의 개방화로 인한 교육선진국의 교육산업화 전략도 중국 내 조기유학붐 조성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의 조기유학은 영국, 호주, 싱가포르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이들 나라들은 중국의 유학시장을 개척하여 자국의 교육발전 및 경제적 이익을 꾀하고 있다. 이들 나라들에게 중국은 매우 매력적인 시장일 수밖에 없다. 학생인구가 세계최고로 많은데다가, 경제발전에 따라 외국유학을 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학부모 숫자가 급증하였기 때문이다.



'유학쓰레기' 신조어의 탄생

그러나 현재 중국의 조기유학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처럼 기러기아빠라는 사회적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지는 않으나, 조기유학으로 인한 문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준비부족으로 인해서 조기유학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어학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유학을 시작하게 되어 그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은 마약, 도박, 범죄 등에 빠지고 있다. 특히 미국, 영국 등 선진국의 교육시스템은 중국의 경우와 많이 다르다. 중국의 경우는 입시위주, 암기위주 교육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사고가 다양하지 못하고, 자기 주도적 학습태도가 부족하다. 그런 상태에서 선진국의 다양한 교육방식에 적응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의 달은 중국보다 둥글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약 70%의 조기유학생이 부모의 권유에 따라서 유학을 하고 있다. 이렇게 유학을 권유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유학을 보내는 것이 체면을 세우고 위신을 드러내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풍조 때문이다. 특히 일부 부모들은 ‘외국의 달은 중국보다 둥글다.’는 외국숭배사상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사상의 결과로 심지어 자녀들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거의 반강제로 유학을 시키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경우,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자세를 갖추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실패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조기유학의 실패사례가 많아지면서 중국 내에서는 “유학쓰레기”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초,중등학생들의 도피성유학이 많아지다 보니, 유학국가에서 적응을 못해 문제를 일으키는 일도 빈번해져, 결국은 국내에 돌아와서도 적응하지 못하는 현상이 잦아지면서 생긴 신조어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많은 중국의 교육전문가들은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조치

조기유학이 급증하고, 점점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중국의 교육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많은 학부모들이 입시위주의 교육에 자녀를 희생시키지 않겠다는 것을 조기유학을 보내는 가장 큰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조기유학을 보내는 학부모들은 만약 중국의 교육제도가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경감시키고 정상적 환경 하에서 학교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유학을 보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학습부담은 줄이면서 세계적으로 좀 더 경쟁력 있는 교육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중국정부는 몇 년 전부터 초,중등교육의 질 개선과 입시제도의 개선에 노력해왔다. 특히 입시제도개선을 위하여 ‘3+X’라는 새로운 시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시험과목을 축소하고, 통합능력을 측정하기 위하여 사회와 과학과목에 통합시험을 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위한 유학예비학교를 정부차원에 세워 운영을 하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유학에 관한 정확한 정보제공과 함께 유학에 필요한 어학교육을 시켜 성공적인 유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편 사회적으로는 중국‧캐나다학교, 중국‧싱가포르학교, 미국학교 등 초,중,고등학교 수준에서 유학준비교육을 할 수 있는 쌍어학교(bilingual schools) 운영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쌍어학교는 조기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외국어를 초등학교에서부터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주고 있다. 아울러 조기유학을 원할 경우 자매학교 등에 유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전체의 문제로 확산 중

현재 중국의 조기유학은 이미 일부계층의 문제를 넘어서서 사회전체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겉으로는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자녀의 유학으로 인한 가족해체현상도 이미 출현하고 있다. 중국의 고민은 어떤 교육제도를 도입해도 조기유학열풍을 막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왜냐하면 경쟁위주의 학교제도가 바뀔 가능성이 별로 없는데다가, 최근 도입한 ‘3+X’라는 새로운 입시제도도 아이들이 조기에 외국으로 유학하는 현상을 막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동안 중국의 조기교육열풍은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