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미국 어느 대학의 경제학 박사과정에 합격하여 출국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이곳 해커스 유학게시판에서 유학을 오랜기간 정말 철저히 준비하시고 좋은 학점과 스펙을 차곡차곡 쌓아서 멋진 성과를 내신 분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분들의 오랜 준비와 노력에 비하면 저의 유학준비는 짧고 엉성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비록 부족함 투성이지만 이런 후기에서도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 글을 써봅니다.
1. 유학 준비 결심
석사과정에 입학할 때만 해도 저는 유학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유학에 필요한 수학과목이 무엇인지.. 이런 기본적인 것조차 몰랐고, 당연히 학부 때 제대로 들은 수학과목이 없었습니다.
석사 1,2학기는 대학원 필수과목들을 채우고 교수님 연구과제와 조교 일을 하면서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석사 2학년차에 들어가면서 졸업 후 진로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국내에서 박사를 하면 (현재와 동일한 환경 속에서) 과연 석사 때보다 높은 수준의 공부를 할 수 있을지 회의가 들었고 취업을 하기에도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유학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고 그제서야 선형대수학, 미적분학1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7월에도 여름 계절학기로 수학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저의 본격적인 유학준비는 8월부터 시작되었습니다.
2. 유학 지원 타임라인
* 8월
- 유학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를 습득하고 영어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어공부]
- 단어를 모르면 어차피 Verbal을 풀 수 없기 때문에 거의만점어휘(거만어) 단어장을 구해 하루에 2~3세트씩 외웠습니다.
- ETS GRE 문제집을 사서 제일 만만한 Quant부터 풀어보기 시작했습니다.
- TOEFL은 예전에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GRE를 집중 공략하기로 선택했습니다.
- 22일에 논문 프로포절을 해야했기 때문에 한동안은 영어공부가 올스탑되기도 했습니다.
* 9월
- 첫 영어시험을 치르고 지원서 작성에 필요한 정보/서류/지원요건 등을 파악했습니다.
[1차 영어시험]
- 14일, 15일에 연달아 TOEFL과 GRE 시험을 봤습니다.
- TOEFL은 예전에 풀었던 해커스 문제집을 보면서 문제유형을 익히고 템플릿을 조금 정리해서 외우고 시험을 봤습니다.
- GRE는 ETS Verbal 문제집을 풀면서 유형을 익히고 Writing은 두세차례 겨우 연습을 하고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 2학기에도 꾸역꾸역 수학수업을 넣었기 때문에.. 쪽지시험이 자주 있어서 너무 힘들었습니다. (역시 수학은 미리 듣는게 좋겠습니다)
-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시험을 치렀더니 시험점수도 애매했습니다. GRE V: 154 / Q:168 / W:3.0 그리고 TOEFL 103점을 받았습니다.
[지원서 예비작성]
- 9월부터 학교마다 모집전형이 공개되고 지원서 작성이 가능해졌습니다.
- 제일 가고싶은 학교 하나에 먼저 계정을 만들어서 지원서 작성을 시작해보고 어떤 정보와 서류들이 필요한지 파악했습니다.
- 기본인적사항은 어차피 지원하는 학교마다 동일하게 들어갈 내용이니 구글시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 10월
- 마지막 영어시험을 치르고 지원학교 리스트를 정리했습니다.
[2차 영어시험]
- 13일과 21일, 이번에는 텀을 좀 두고 TOEFL과 GRE 시험을 보았습니다.
- 다시 시험을 치른 결과 GRE V: 154 / Q:170 / W:3.5 그리고 TOEFL은 또다시 103점을 받았습니다.
- 아주 좋은 점수는 아니지만 최소 요건은 넘겼다고 생각하고 여기서 영어시험을 마무리했습니다.
[지원학교 정리]
- 틈틈히, 그리고 영어시험을 끝낸 후 본격적으로 지원할 학교 리스트를 구글 엑셀 시트에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 저는 유학준비를 혼자 했기에 어느 학교가 무슨 세부전공으로 유명한지, 어느 교수가 유명한지, 한국인을 뽑는지 잘 안뽑는지, 이런 디테일한 정보가 전혀 없었습니다.
- 그래서 US NEWS 랭킹 사이트에 들어가서 경제학 1위부터 50위까지 소개된 모든 학교 사이트에 들어가서 직접 조사를 했습니다.
- 일주일 가량 이 작업만 했는데 꽤나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관심있는 분야를 어떤 교수들이 어느 학교에서 무슨 연구하는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에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 저는 지원하고자 하는 세부전공이 비교적 명확했습니다. 학교 사이트에 소개된 research area에 해당 세부전공이 없으면 리스트에서 지워나가면서 후보를 좁혔습니다.
- 그 외에 1) 제가 원하는 세부전공을 자신의 메인 연구로 하는 교수가 몇 명이나 있는지 (보통 있어봐야 1~2명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해당 교수의 최근 연구도 같이 조사했습니다.)
2) 대학원생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정원이 너무 작으면 리스트에서 제외-경쟁이 너무 치열할 것으로 보여서)
3) 학교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주변에 도시가 전혀 없는 지역은 제외)
4) 대학원생/졸업자에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있는지 (한국 학생에게 우호적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여)... 와 같은 요소들을 고려해서 우선순위를 매겼습니다.
- 이렇게 기준을 세워서 지워나가자 후보 학교가 12~13개 정도로 확 줄어들었습니다.
- 일반적으로 지원하는 학교의 25%는 상향지원, 50%는 적정지원, 25%는 하향지원을 하는 것 같습니다.
- 하지만 저는 붙어도 가기 싫을 것 같은 학교면 그냥 쓰지 말자고 생각했고, 조금 무모하게.. 그냥 가고 싶은 학교만 추려서 최종적으로 8개 학교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학교를 몇개나 지원하는지는 편차가 큰 것 같습니다. 경제학에서는 10개 20개 이상 지원하는 분들도 많고 40개 이상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추천서 부탁]
- 제 다이어리의 기록에 따르면 정확히 10월 28일이 되어서야 지원할 학교를 확정지었고, 당장 다음날 교수님들을 찾아뵙고 추천서를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 교수님들은 많은 추천서를 작성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시기 때문에 지도교수님을 제외하고는 한 분께 5개 이상 부탁드리지 않았습니다.
- 그래서 지도교수님 외에 총 3분께 부탁드려서 추천서를 나누어 받았습니다. (보통 한 학교당 3개의 추천서를 요구하고 가끔 2개 이상이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일부 학교는 추천인과 지원자의 관계를 적으라고 하는 학교가 있었는데 사실 지도교수님을 제외하고 다른 교수님들에 대해서는 이런 것을 쓰기가 애매했습니다. 보통 교수님 수업을 들은 것이 전부이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관계를 적을 것을 요구하는 학교들은 논문심사 커미티에 있는 교수님들로 구성했습니다.
- 교수님들께 어떤어떤 학교 추천서를 부탁드린다고 직접 찾아뵙고 말씀을 드리고, 메일로도 다시 학교별 지원 마감일정 등을 정리해서 보내드렸습니다.
- 사실 같은 학과 내에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이 많으면 추천서를 더 일찍 부탁드리는 것이 안전합니다. 교수님들이 한 학교에 동시에 여러 학생 추천서를 작성하는 것을 기피하시기 때문입니다.
- 교수님들께 추천서를 부탁드리고 나면 이제는 진짜 지원을 하는구나 실감이 나고 돌이킬 수도 없습니다.
* 11월
- CV, SOP 작성하고 영어시험점수 리포팅하기
[영어점수 리포팅]
- TOEFL과 GRE 시험점수를 학교로 리포팅 해야하는데 GRE는 한 학교당 27달러, TOEFL은 20달러를 내야합니다.
- 시험보고나서 그 자리에서 바로 리포팅할 학교를 5개까지인가 입력할 수 있는데 이때는 무료입니다.
- 보통 제일 잘 나온 점수로 골라서 보내기 위해 나중에 추가비용을 내고 리포팅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 저는 제일 가고 싶은 학교는 두번째 시험에서 리포팅 했지만 나머지 지원할 학교는 늦게 결정되었기 때문에 추가비용을 내고 리포팅을 했습니다.
(이런 면에서 지원할 학교를 빨리 확정짓는 것이 비용을 아끼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 리포팅에도 시간이 꽤 오래 걸리기 때문에 안전하게 지원 마감일 한달 전에는 리포팅을 하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 저는 제일 빠른 지원 마감일이 12월 첫째주였기 때문에 11월 첫째주에 바로 영어성적 리포팅을 했습니다.
[CV 작성]
- 교수님들께 CV와 SOP를 미리 보여드려야 교수님들께서 추천서 작성하실 때 참고를 하실 수 있기 때문에 11월 둘째주~셋째주 사이를 초안 데드라인으로 삼았습니다.
- 지금 돌이켜보니 정말 폭풍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졸업논문도 작성 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정신이 없었습니다.
- CV의 양식적인 측면에서는 Mina Lee 님(https://minalee.info/)의 것과 미국 박사과정 학생들이 개인 홈페이지에 올려둔 CV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친절히 지원서류를 공개해주신 Mina Lee 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CV 는 Latex-Overleaf를 사용해서 작성했습니다. 새로 배우면서 해야했기에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CV의 skill 항목에 latex을 추가하고 싶었습니다.
(논문을 latex으로 작성하면서 지금은 정말 많이 늘었습니다!)
- 석사과정 대부분의 기간 동안 교수님 연구과제에 참여하기는 하였으나 과제 성격상 그것만으로는 제가 우수한 연구역량을 갖추었다고 보여주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외에 퍼블리시한 논문도 없었고 완성도 높은 글도 없었으며, 졸업논문도 미완성이었기에 저의 CV가 많이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학부 때 수상이력, 동아리활동, 대학원 조교활동, 장학금 수여 내역 등으로 겨우 그럴듯해 보이는 2장짜리 CV를 만들었습니다.
[SOP 작성]
- CV의 경우 이전부터 미리 조금씩 들어갈 내용을 영어로 정리하긴 헀습니다만 SOP를 본격적으로 작성한 것은 11월부터였습니다.
- 모든 지원과정 중에서 SOP 작성이 제일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세차례 정도 글을 엎고 완전히 새로 작성했습니다.
- SOP의 큰 흐름은 [박사과정을 지원하는 동기]-[관심 있는 세부전공]-[지금까지 학업적 성취/준비]-[앞으로의 목표] 순서로 작성했습니다.
- 학교마다 세부전공을 달리해서 지원하는 분들은 SOP 내용도 다르게 하여 2~3개 버전으로 작성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시간도 촉박하고 하나를 쓰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들어서 모든 학교에 거의 동일한 내용으로 SOP를 작성했습니다. SOP 본문에 학교 이름을 실수하지 않도록 여러차례 꼼꼼히 체크해야 합니다(실제로 학교 이름을 잘못 쓰는 지원자가 의외로 많다고 합니다).
- 논문 실적이나 학회발표 경험 등이 없었기 때문에 교수님 연구에 참여한 경험, 수업 과제로 분석한 내용, 지금 작성하는 졸업논문 내용 등을 포장해서 썼습니다.
- 지인분 중에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하는 분이 계셔서 그분께 크고 작은 첨삭을 5~6 차례 받았습니다. D님에게 다시 한 번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SOP에 추상적인 멋져보이는 말로 채우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글을 써야 내용이 풍부하고 강력한 SOP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와서 과거를 바꿀 수는 없으니 있는 것을 살려서 최대한 관심사와 잘 엮어서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 지원하는 학교마다 관심 교수님의 최근 연구내용을 SOP에 관심사로 녹여서 쓰라는 조언을 꽤 보았고, 고민도 했으나 결국 그렇게 딱 맞추어서 쓰지는 않았습니다. 연구 내용은 너무 세부적인 경우가 많아서 급조한 티가 날 것 같았고 무엇보다 학교별로 다르게 쓸 여유도 없었습니다. 아주 세부적인 것보다는 전반적인 연구 주제, 키워드를 중심으로 서술했습니다.
* 12월~1월
- 드디어 지원! 마지막까지 SOP와 CV 수정하기.
[추천서]
- 교수님들께 지원 마감 이주 전, 일주일 전에 이메일로 다시 알려드리고 추천서가 잘 들어오는지 확인합니다.
[원서 지원]
- 제 경우 가장 빠른 학교 마감이 12월 첫째주였습니다. 이때부터는 미국시간을 확인하면서 마감을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 여유 있게 하루 전에는 최종제출을 했습니다. 학교별로 지원 시 70~125달러 정도 비용이 들어갔습니다.
- 보통 랭킹이 높은 학교일수록 마감이 12월 중순을 넘기지 않았고 일부 1월 중순까지도 있었습니다.
- 간혹 퍼듀같은 학교는 3월까지 마감이기도 했습니다. (다 떨어지면 3월에 여기도 지원해야하나 생각 했는데 다행히 지원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 CV, SOP와는 별개로 diversity statement 등을 요구하는 학교들이 있었는데 정말 힘겹게 꾸역꾸역 썼습니다.
(international student한테 diversity를 증명하라니... 이미 내 존재가 diversity인걸 무얼 더 보이란 말이냐)
- 지원서 작성시 학교별로 지원사이트 링크/id & password/학교 및 학과의 정확한 명칭/주요 교수/주요 연구분야/지원 관련 특이사항 등을 모두 구글 시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 TOEFL 및 GRE 성적표가 도착했다고 표시가 되는 학교들도 있지만 보통 매우 느리게 등록되기 때문에 성적이 알아서 도착했으리라 생각하고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SOP와 CV 수정]
- 직접 출력을 해봐야 컴퓨터 모니터상으로는 잘 안보이는 실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 SOP 글자 수 제한이 있는 학교들이 있기 때문에 학교마다 조금씩 SOP를 계속 수정해야 했습니다.
- 기본 SOP는 3장 정도로 작성하고 학교 요구사항에 맞게 줄여나갔습니다.
- 12월에 도저히 졸업논문 완성과 SOP수정을 동시에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졸업을 다음학기로 미루기로 결정했습니다.
* 2월
-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2월에 펀딩과 합격소식을 받게 되어 여유로운 마음으로 다른 학교 결과를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 모든 결과를 받고 보니 역시 연구핏이 잘 맞는 학교에서 좋은 결과가 있었습니다.
3. 유학 준비 전에 알았으면 좋았을 점
- '경제학을 위한 ~ ' 등의 수식이 붙은 수학과목은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수학과에서 열리는 수학수업이어야 합니다.
- 수학 수업을 많이 들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모집 요강에서 요구하는 수학수업을 다 듣지 않았다고 해서 지원을 아예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점은 학교마다 다를 수 있는데 저는 메일로 문의한 결과 - 종합적으로 학생을 평가하니 수학 과목을 모두 충족하지 않아도 지원할 수 있다 - 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 그래도 선형대수학과 미적분학 정도는 기본요건으로 많은 지원자들이 갖춘 것으로 보입니다.
- 논문/학회 경험이 있다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럴 여력이 안 된다면 대학원 수업 과제에서라도 노력을 기울여서 모형/통계분석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면 좋겠습니다.
- 지원할 학교를 여름쯤에 여유있게 조사해서 연구핏이 잘 맞을 학교로 고르면 좋겠습니다.
쓰다보니 글이 꽤 길어졌습니다.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 가 아니라 이렇게 해도 갈 수 있구나- 정도의 의미로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의 준비과정은 엉성하고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작년에 제가 유학 준비를 할 때, 어떤 시기에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이 글을 미리 읽게 되시는 분은 저보다는 여유롭게 준비 계획을 세우시면 좋겠고,
저와 비슷하게 촉박한 상황에서 지원하시는 분은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셨으면 합니다.
모두들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