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까짓 밥 하루 세번 주면 되지 뭐 이런걸 가지고 트러블입니까?
또 글쓴님도 남편이 자기 의견 안들어주고 밥밥밥 타령만 한다고 불만인거 아닙니까?
남편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렇게 밥밥밥 달라고 수없이 얘기했는데도 아랑곳않고 국수 먹을래? 이러면
기분이 참 좋겠습니다....
두분다 똑같다는거 모르나요? 남편에게 양보를 바라면서 님은 양보를 안하잖아요?
유학생부부입니다.
남편과 밥 먹는 문제로 오늘 다툼이 있었는데 해결되지가 않고 또 언제든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있어 조언을 듣고자 글을 남깁니다.
저희 남편은 가정주부인 어머니 밑에서 하루 세끼를 규칙적으로 먹고 자라왔습니다. 시어머니는 세 끼마다 매번 새로 밥을 지어서 먹이셨고 밥상 혼자 다 차려서 가족들 불러 먹이고 그리고 혼자 치우시고 전형적인 현모양처로 살림하는 분이셨죠.
반대로 저는 맞벌이셨던 부모님 밑에서 하루 세 끼라는 개념없이 자랐습니다. 밥은 한번 할 때 많이 해서 밥통에 있는 밥 없어질 때까지 보온되어 있는 밥으로 먹었고, 또 뭐 밥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고 밥 대신 라면 먹거나 치킨, 피자 먹기도 하고 하루에 두 끼를 먹기도 하고, 한 끼를 배부르게 먹기도 하고 그렇게 지내왔습니다.
결혼 후 이와 연관된 문제로 몇 번 다툼이 있었는데
오늘 남편이 뿔이난 이유를 정리하자면
1. 아침을 먹지 않았다.
2. 점심을 라면으로 먹었다.
3. 저녁 때 자신에게 국수를 먹겠냐고 물었다. (제가 막국수 끓여줄까? 물었거든요. 그랬더니 또 면 먹는다고 삐진겁니다.)
저는 남편이 국수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전 물어보기만 하였습니다) 국수요리를 하지 않았고, 콩나물국을 끓이고 반찬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밥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물어봤다는 것 만으로도 화가 났다는 것이 정말 마음이 좁은 남편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아침에 제가 늦잠을 자 (오늘은 토요일) 아침을 못 챙겨준 것부터 점심을 라면을 먹은 것까지 누적된 것이었겠지만요.
저는 김치도 손수 담아 먹습니다. 총각김치 배추김치 열포기씩 담아 먹고, 매 번 새로 밥을 지어 먹습니다. 반찬도 만듭니다. 간짜장, 탕수육, 깐풍기, 후라이드 치킨, 해물파전, 찜닭 등등 남편이 먹고싶다고 조짐만 보여도 손수 다 만들어서 대령하고 있습니다.
남편과 산 이후로 그 놈의 하루 세번 밥,밥, 밥 정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며, 저는 내일은 또 무슨 반찬을 해야하나 레시피 검색을 하며 밤시간을 보내기 일쑤입니다. 물론 저도 요리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런데 남편은 한식만 먹어야하니 이 곳에서 나물을 구하기도 어려운데 매번 다양한 반찬과 찌개 대령하느라 시간과 노력을 많이 붓고 있습니다.
남편과 삼겹살이나 소고기를 구워먹을 때 밥 하지말라고 해서 안 했는데, 오늘 다투는 중에는 또 그 때 밥 안 먹었다고 이야기 하더군요. 한번은 스파게티를 했다가 욕까지 들은 적이 있습니다. 분명 허락을 받고 요리했는데, 토마토 소스가 아니라 화이트 소스라고 성질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스파게티 다 버리고 밥이랑 참치김치찌개 끓여서 다시 차려준 적도 있습니다.
여행을 가도 한국음식점 혹은 베트남 음식점이라도 찾느라 바쁩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 밥에 집착을 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국없으면 밥 안 먹고.
장보고 레시피 찾고 요리하는게 제 주 업무가 될 지경입니다.
오늘 또 다투고 나니, 그 동안의 내 노력을 알아주지도 않는 것 같고 서로 양보하고 타협점을 찾아야할 텐데 결국 내가 또 희생하고 나만 양보해서 남편 고집대로 들어주게 되니 마음이 상합니다. 남편은 저보다 마음이 더 독해서 항상 제가 집니다. 다투어봤자 저에게 좋을 것이 하나도 없고 저만 죄인이 됩니다.
친구들은 한번 소리 지르고 미친척하고 지랄을 떨으라고, 그럼 남편이 무서워서 변하고 밥도 굶기라고 하는데
저희 커플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그런다고해서 얻을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걸 저는 알거든요. 반응없는 남편 때문에 아마 제가 먼저 말라죽을 것입니다.
결혼 전에는 남편의 냉철한 이성과 정확한 계산 등이 멋져보여 결혼했건만, 결국 그 냉정함때문에 제가 이러고 사네요.
남자분들, 밥 (식사가 아닌 쌀밥) 이 그렇게 정말 중요합니까?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