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토론장의 글들을 보니 가슴이 꽉 막혀오네요.
격렬한 토론속에서 느낄수있는 흥분이 아니고, 말문이 막히는 느낌, 어이없음, 그리고 실망들..뭐 그런것입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많은 의견들과 열띤 논쟁을 하면서 나의 오류도 인식하게되고 더 성찰된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멋있는 토론일텐데, 이곳에서는 그런 것보단 얼른 자리를 피해야 할것 같은 그런 난잡함과 생각없음만이 넘쳐나는것 같습니다.
한나라당을 좋아하고 이명박을 지지한다는 일이 어떻게 사회에 대한 활발한 인식과 비판을 행해야할 젊은이들한테서 가능한일인지 전 이해를 할수가 없군요.
단지 정치적 견해가 다를 뿐이라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매도하지말라고?
그건 아주 손쉬운 핑계일 뿐입니다. 전체 구성원의 삶의 가치증진을 사회의 발전과 동등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경우는 선악 구분이 명확해지는 것입니다.
쉬운 비유를 들자면 오래전 예수의 운동과 그에 대립한 이스라엘 보수 성직자들의 경우, 이 두 그룹은 단지 정치적 견해가 다를 뿐이며 선악개념과는 무관한 동등한 이념의 대립이라고 말해버릴수 있는 문제일까요?
우리가 이 경우 예수의 민중신앙을 지지해야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해버릴수 있는것은 아마도 시간과 공간의 거리를 확보하여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기때문일것이며, 반대로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우리 모두가 현실속의 이해 당사자이기에 자신의 위치에 대한 객관화는 쉽지않으며, 따라서 양보할 수 없는 격한 논쟁을 계속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사실 인터넷상에서 다하기엔 길고 무거운 주제일 뿐이니, 간단하게 현 논쟁주제에 대한 제 견해만 밝히겠습니다.
1. 이명박이 독재라고? 북한과 비교할때 이명박이 무슨 독재냐!
- 네, 이명박은 독재입니다. 최소한 독재를 하고 싶어합니다. 문제는 본인이 그것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명박은 정치란 원래 권력을 낚아채는 것이고, 권력을 잡으면 그것을 휘둘러대는 것, 그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의식은 박정희나 카다피류의 독재자들과는 또 달라서, 뚜렸한 목적의식없이 응당 정치란 원래 그런것인줄 알고 기계적으로, 반사적으로 그렇게 하고자하는 것입니다. 그의 젊은 시절 경험한 것이 그런것이고, 그러한 기존 정치인들의 모습에 대한 성찰이 전무하다보니 본인도 자동적으로 그러한 정치를 하고자하나, 그렇기때문에 21세기 한국사회와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것입니다. 아무도 70년대식의 권위주의 정치로 회귀하고 싶어하지 않으니까요.
북한보다는 낮지않냐고요? 당연히 북한보다 낮죠. 그럼 북한보다 더한 독재를 해야 그제서야 비판할건가요?
북한은 비교대상이 아닙니다. 우리는 북유럽이나, 서유럽이나, 하다못해 일본 정도의 성숙된 민주사회의 정치체제를 추구해야하는 것이지, 북한보다는 자유로우니 독재가 아니라니요? 무슨 그런 주장을 하나요?
이명박은 단지 무능한 독재일 뿐입니다. 그래서, 전두환 식의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는 것일뿐입니다. 그 본인은 정작 박정희정부, 5공시대의 비젼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2. 이명박의 득표율이 노무현에 못지않으니 이명박 역시 국민의 대통령이다!
- 제가 알기론 링컨의 득표율은 아마도 미국 대통령 선거사에서 매우 열악한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그는 못배우고 가난한 집안 출신이며, 정적도 많았습니다.
당연히 명문가 출신의 정치인들보다 각광을 받지못하고 우여곡절끝에 대통령 당선되었죠.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노무현이 대변하는 집단은 우리사회의 가진것 없고, 권력으로부터 소외되어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그 자신이 판사 출신 세무변호사로서 80년대 초반에 이미 개인요트를 소유할 정도로 편하고 안정된 인생을 살수 있었지만, 시국사건 변론을 계기로 사회의 부조리와 권력에 수탈당하는 민중의 모습을 몸으로 느끼고 험난한 인권변호사의 길로 들어선 것입니다. '바보 노무현'이라고 하죠. 학부 1학년 시절, 선배가 저에게 운동권 학생들을 가리키며 '자기 신세 망치는 짓들을 왜 하나'라고 비웃던 기억이 나는군요. 자기 신세 걱정할 겨를없이 부당한 권력에 항의하던 사람들과, 자기의 안정된 삶을 위해 열심히 도서관에 다니던 사람들.
그 차이가 노무현과 이명박의 차이라면 왜 노무현이 국민의 대통령이라고 불리울 만하고, 이명박에겐 그 단어가 어색한지 설명이 될런지요?
3. 좌파정부 10년 동안 북한에 퍼다줘서 북한이 핵개발하고 정권유지했다!
- 그럼 어떡해야 하나요? 지금 정부처럼 상호주의로 달리고, 북한의 도발은 따끔하게 응징해줄까요? 마치 예전 미국이 신자유주의 들먹이며 자유무역 강요하던 모습같네요.
우리가 미국이나 중국의 농산물을 자유무역 할수 없는 여건에 처해있듯, 남한과 북한도 동등하게 대화하고 맞싸울 체급이 아닌것 입니다. 즉, 남한의 포용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예전 서독이 동독을 감싸 안았듯, 더 성숙한 사회문화와 경제수준을 달성한 남한이 좀 더 유화적이고 포용적으로 북한을 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남북관계에서 최선이고, 앞으로도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부부싸움후에 어느 한쪽이(대체로 남편이) 먼저 사과하고 웃으며 안아주는 집안이 바람직한 것이지, 둘이서 똑같이 행동하는 것이 잘하는 짓일까요?
김대중이 달러를 퍼다줘서 핵개발 할 수 있었다? 글쎄요, 저도 이건 잘 모르겠는데, 이걸 주장하는 분들은 어떤 근거를 가지고 그런말을 하시는지?
만약 그때 햇빛 정책 아니었으면 과연 북한이 핵개발을 못했을까요? 제 생각에는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서 더 빨리 핵 개발 했을것 같은데요.
실제로 김영삼 정권 시절이던 1994년에 북한 핵 위기가 정점이었습니다. 후일 클린턴이 말했었죠, 1994년 당시 영변 폭격까지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었다고.
이것이 적대적 정책의 결과인 것입니다.
과거 10년이 북한 핵무장을 부추겼다는 것은 무책임한 주장입니다.
4. MBC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정당하다. 왜곡방송 했으니 처벌받아야 한다!
- '왜곡방송'이란 단어는 너무 의도를 강하게 드러낸 표현이군요. 오히려 언론사의 편집권한에 대한 국가권력의 말도 안되는 개입입니다.
더군다나 차별적인 개입. 만약 그런것을 왜곡편집이라고 한다면, 우리나라 신문사, 방송사 중에 살아남을 곳 한군데도 없습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언론이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같은 사건의 보도에 있어 르몽드와 리베라시옹의 논조는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사건은 한가지 인데, 어떻게 전혀 다른 보도가 나올까요? 언론사의 편집이 개입되었기 때문입니다. 보수 르몽드와 진보 리베라시옹의 견해가 같을 수 가 없겠죠. 사람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사실 차이가 나는 것이 올바른 것입니다. 모든 언론이 건조하게 사실을 육하원칙으로만 전달한다면 그게 무슨 언론입니까? 그런것은 존재할수도 없고, 존재하지않아야 합니다.
그러한 언론사의 논조에 대한 판단과 심판은 언중들이 하는 것입니다. 지적으로 성숙한 시민사회에서 선호하는 언론논조를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것을 정부가 자신에 불리한 방송을 했다고 검사 투입해서 수사한다니, 이거야말로 북한 독재사회 같은 짓거리이고, 부끄러운 행동이군요.
정작 조중동의 악의적인 편집과 거두절미 내용전달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것은 왜 수사 않하나요? 않하는게 맞고, 그것에 대한 판단은 시민들이 하는 것이란 말입니다. 그것이 민주사회와 권위주의 국가의 차이라는 말입니다.
그외 하고 싶은 말들은 많은데 글이 너무 길어지네요.
이만 하죠, 뭐.
참 안타까운건 젊은 사람들의 사회의식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어버렸는지 그것입니다.
뭐라 따로 할 말이 없네요.
19세기 독일사회의 보수혁명이 이런것 이었을까요?